이번 미 대선이 내게는 여러모로 흥미있는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원래 정치에는 관심 제로인 나조차도 이런 데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며칠 전에는 이런 뉴스 기사가 났다:  클린턴 대 오바마 - 매니지먼트 스타일
( URL: http://embeds.blogs.foxnews.com/2008/01/16/clinton-vs-obama-management-style/  )

사연인즉슨, 그렇지 않아도 국정 운영 능력 미숙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는 오바마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거다.

"나는 관리자가 아닙니다. 경험에 관해 토론을 하는 중에 몇몇 후보들은 대통령의 일이라는 것이 무슨 관료체제에 속해 관료체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 합니다. 글쎄 그건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으로서 내 일은 관료제가 갈 그 곳이 어딘가 하는 비전을 세우는 것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힐러리 클린턴이 바로 반격에 나섰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한 나라의 CEO가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을 세우고 분위기를 잡고 국민을 뭉치게 하고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일이라는 오바마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관료제를 관리하고 운영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

이렇게 말하고는 부시 공격으로 돌진:

"솔직히 관료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실패한 대통령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지 않습니까. 현대통령은 하바드 비지니스 스쿨이 주창하는 CEO 모델에 따라 분위기를 잡고 목표를 세우고 할 거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 목표를 실행하는 역을 한다고 했지요. 이제 우리는 그로부터 파생된 실패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

오바마 대답:

"현대통령이 뭐 중요한 서류를 잃어버린 적은 없잖습니까? (웃음) 그가 실패한 것은 자신의 입장과 상충하는 의견을 무시한 것,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

힐러리 계속 반격:

"비전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모름지기 비전에 입각해 행동하고 결과를 산출해야 하며 문제가 있으면 잘못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사이의 이 논쟁은 경영학에서 친숙한 논제인 리더식 vs 관리자식 경영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온라인의 댓글에 두번째로 누군가가 이 리더와 관리자/매니저의 차이점을 지적해놓기도 했다. (내가 한 번 쓰려고 했더니!) 요약해서 말하자면 리더는 아랫사람이 흥이 나서 자진해 일하게  사람,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매니저는 아랫사람이 주어진 일을 꼭 하도록 만드는 사람 일이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한 말만 가지고 오바마는 리더형이고 클린턴이 매니저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리더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실은 매니저형이며 그 중에서도 상당히 무능력한 매니저가 있고 꼼꼼한 매니저들 중에도 큰 흐름을 잘 읽고 조직에 적합한 미래 계획과 비전을 세울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비전 따윈 필요없고 관료제를 잘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라는 소리를 하고 다니면서 당선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오바마의 발언은 힐러리 클린턴에 비교해 상대적 경험 부족이라는 비판에 대한 대응인 셈이고, 정작 본인이 대단한 리더인지는 아직 증명해야 할 과제라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멋진 연설을 하는 것이 그 자체로 리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투표권만 있어도 좀더 상세한 분석을 하겠지만, 뭐 어짜피 둘 중 하나를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그렇고 뉴스위크에 최근에 힐러리 클린턴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가 났는데,
http://www.newsweek.com/id/91795
그 중에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치가 중에 가장 적게 이해되고 있는 인물이라는 논평이 눈에 띄었다.

정치가란 성공하려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더 중요한 것이 말발과 돈과 이미지 메이킹인데, 힐러리 클린턴은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히 소홀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저러나 한국 대통령들의 역대 경영 스타일은 도대체 뭐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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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9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0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하의 "사랑의 지옥"과 항상 헛갈리는 시.

사랑이란 말과 지옥, 연옥, 감옥, 이런 말은 모두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 같을까?
랭보의 <지옥에서의 한 철> 생각도 갑자기 무럭무럭.

94년에 이 시집, 사랑의 감옥을 산 걸로 되어 있는데 읽은 기억은 전무하기만 하다.


---------------------------

사랑의 감옥 / 오규원


뱃속의 아이야 너를 뱃속에 넣고
난장의 리어카에 붙어서서 엄마는
털옷을 고르고 있단다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바깥 세상은 곧 겨울이란다
엄마는 털옷을 하나씩 골라
손으로 뺨으로 문질러보면서 그것 하나로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뱃속의 아이야
아직도 엄마는 옷을 골라잡지 못하고
얼굴에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단다 털옷으로
어찌 이 추운 세상을 다 막고
가릴 수 있겠느냐 있다고 엄마가
믿겠느냐 그러나 엄마는
털옷 안의 털옷 안의 집으로
오 그래 그 구멍 숭숭한 사랑의 감옥으로
너를 데리고 가려 한단다 그렇게 한동안
견뎌야 하는 곳에 엄마가 산단다
언젠가는 털옷조차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맷속의 아이야 너도 태어나서 알게 되고
이 세상의 부드러운 바람이나 햇볕 하나로 너도
울며 세상의 것을 사랑하게 되리라 되리라만



오규원,  <사랑의 감옥>, 문학과 지성사 1991.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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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4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4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4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4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슈마리 2008-01-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뽀 블로그에 들렸삼 ㅋㅋㅋ 블랙독 귀엽군하.

검둥개 2008-01-19 11:31   좋아요 0 | URL
아니 꽈리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왔잖아 흥흥.
역시 꽈리가 미녀긴 미녀가 맞네 :-)
 
가을 저녁을 바라보는 고요한 시선



영화 ONCE를 봤다.


이웃이 더블린 시내에서 길거리 음악가 노릇을 해 번 잔돈을 훔쳐보겠다고
뜀박질 실력도 없으면서 잔돈이 든 기타 케이스를 들고 뛰는 한심한 건달이 등장하는 첫 장면이 무첫 인상적이었던 영화. 

결국 추격 끝에 생포된 건달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파 죽겠어서 그랬다. 미안해. 내가 정말 아파 죽을 것 같아서 그랬어."
이렇게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불쌍한 목소리로 사과를 한다.
"어머니는 잘 계시냐?"

이어지는 주인공의 대꾸는 더 걸작.
"우리 어머니 죽은 지가 언젠데."
"다음부터는 차라리 그냥 돈을 좀 달라고 해라. 이렇게 숨차게 뛰어다니게 좀 하지 말고!"

낮에는 사람들이 척 들으면 아는 인기 가요를 연주하고 인적이 뜸한 밤에만 목이 터져라 자작곡을 노래하는  사내.

어느 밤 그렇게 한 곡을 끝내고 나자 어둑한 거리에 한 여자가 서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십센트를 기타 케이스에 넣어준다.
왜 이렇게 좋은 곡을 낮에는 연주하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돈을 벌려먼 인기 가요를 연주해야 한다고 답하자,
그녀는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냐고,
지금 내가 돈을 이렇게 넣어주지 않았느냐고 반론한다.

"글쎄 이렇게 겨우 십센트를 받았잖아요!"
 여자가 방금 넣은 돈을 들어 보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내.

"그럼 직업을 갖지 그래요?"
여자는 끈질기게 묻는다.
"나 직업 있어요."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남자.
"무슨 일을 하는데요?"

후버 청소기를 고치는 가게에서 일한다고 하자 여자의 얼굴이 금새 환해진다.
고장난 후버 청소기가 집에 있다며 내일 그걸 이리로 가져오겠다는 여자.

그들은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를 나눈다.





체코에서 아일랜드로 이민온 여주인공이 고장난 진공청소기 후버를 끌고 주인공과 태연히 시내를 걸어 공짜로 피아노를 치게 해주는 악기점으로 들어서는 장면은 왠지 가슴 한 켠을 서늘하게 하는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에 나온 노래들은 실제로 주연을 한 두 배우,
아일랜드인 글렌 한스라드(Glen Hansard) 와 체코인 마르케타 이르글로바(Markéta Irglová)가 작곡하고 부른 것이다.

The Swell Season (은성한 시절) 이라는 이름의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2007년 11월 18일 워싱턴DC 콘서트 라이브를 볼 수 있는 링크: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2100950

영화로 얻은 인기가 믿기지 않는 듯 어수룩한 그들의 목소리가 왠지 친숙하게만 들린다.

콘서트 장소에 들어서는 이들을 붙잡고 티켓이 없어서 못 들어가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사내를 위해
글렌 한스라드는 그 자리에서 기타를 매고 직접 몇 곡을 불러줬다고 하는데.
( http://catesmusings.wordpress.com/2007/08/02/the-swell-season  )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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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8-01-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랙백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신기하네요.^^

'은성한'이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괜히 가슴 설레네요.

검둥개 2008-01-14 13:52   좋아요 0 | URL
저두 해보고 신기했어요. 항상 트랙백이 뭔지 궁금했거덩요.
페퍼 아래루 쭈욱 가서
먼댓글 바로쓰기라는 링크를 클릭하고 쓰니까 이렇게 되더이다. ^^

은성(殷盛)하다, 는 말 참 좋지요?
성하고 성하다 이런 뜻이라네요.
(혹시나 해서 쓰기 전에 사전 찾아보고 썼다는.)

한자말이 왠지 정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자 한자에 뜻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의미를 다른 글자로 두 번 반복해서 쓸 수 있다는 데 왠지 묘미가 있는 듯도 하구요.
 



요번 가을 학기에 야간수업으로 자바를 들었다. 원래 작은 가전기구에 장착되는 컴퓨터 칩을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자바는 어렸을 때 들어 이름이 친숙한 코볼이라든가 파스칼과는 달리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하는 컴퓨터 언어다. 엉뚱하게 전산학과 수업을 들을 생각을 한 것은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주는 해택 때문이었다. 내가 일하는 대학에서는 직원들에게 학교 야간수업을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java icon

청강생으로 들으려 했지만 연습이 필요한 지식은 사실 듣기만 해서는 남는 것이 없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학점 따는 다른 학생들 하듯이 하기로 했다.  워낙 기초적인 내용이라 머리가 아프지는 않으나 역시 잘 프로그램을 짜려면 필요한 훈련과 연습을 비껴갈 도리가 없었다.  하다보니 재미도 나서 더 중요한 학위과정 과목은 되려 대충대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겨울 휴강 기간에 숙제가 잔뜩 주어졌는데 연말이 이런 사정 저런 사정으로 바쁜 데다가 서울까지 다녀오다 보니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돌아와서 밀린 숙제며 기말 프로젝트를 보고 있으니 텅 빈 머리에서 나오는 것은 한숨 뿐.

어제는 퇴근하고 와서 드디어 마지막 숙제를 풀기 시작했다. 원래 프로그래밍이 대개 그렇듯, 이렇게 하면 될 거라는 막연한 아이디어와 막상 그 아이디어를 실제로 오류 없이 작동하게 만드는 작업 사이에는 예상 외로 거대한 심연이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일단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다는 것. 루프를 이렇게 고치면 될 것 같은데, 저 변수를 이리로 옮기면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줄마다 점검을 해도 찾아볼 수 없는 오류를 끙끙대며 잡아 내고 컴파일링 과정에서의 한심스런 오타를 고치는 사이에 주변의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간다. 조금만 어떻게 하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서 뭉기적거리는 동안 어느새 창 밖은 훤하게 밝아오는 중이었다.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제트랙 증상에 더해 밤을 새었으니 속이 쓰리고 몸이 쑤셔서 도저히 출근을 할 수 없었다.

직장에 오늘 병가 낸다는 좀 생뚱스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 나는 컴퓨터를 끄고 침대로 갔다. 침대에 누워서 생각했다. 뭣 때문에 십 년 전 대학을 졸업한 내가 엉뚱스레 먹고 사는 데 별 쓸모가 있는 것도 아닌 자바 연습문제 따위를 풀겠다고 밤을 새웠을꼬.

뭔가 할 일이 딱히 있느냐 없느냐와 무관하게 밤이 깊어지고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하면 속이 상하다 못해 화가 나기 시작한 지가 꽤 되었다. 예전엔 밤엔 많은 일을 했었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남들이 다 자는 야밤에 엉뚱한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일은 얼마나 짜릿했던가. 열정적인 연애편지를 쓰는 시각도 왠지 야밤이어야 할 것 같고 인생에 대한 큰 계획을 세우는 시간도 왠지 깊은 밤이어야 할 것만 같다. 삶에 대한 고민을 하는 일도 뭔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일도 자정이 넘은 조용하고 깊은 시각이 아니면 왠지 적합하지 않을 것만 같다.

한 밤에만 누릴 수 있는 이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이제 일주일에 여섯번 꼬박꼬박, 자정도 되기 전에  잠자리로 기어들어간다. 다음 날 일하려면 일정 시간 자야만 하고 일어나기 전에 일정 시간 잘 수 있으려면 자정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가족도 이웃도 다 잠든 한밤중 최면에 걸린 듯 자바 연습문제 따위를 혼자 풀면서 그토록 뿌듯해했던 것은 그런 연유였다. 야밤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한밤에 깨어 있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고 싶었다. 금쪽같은 병가를 낭비하는 걸로 씁쓸하게 마무리가 되긴 했지만.

친구들 나이 드는 모습을 대하고 하나둘 병을 얻어 시름시름하는 늙은 부모와 친지들을 보며 새삼스럽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세상에 나서 살고 가는 것은 아무리 길다고 해도 결국 아주 잠깐에 지나지 않는다는.
어떤 조미료를 풀어야 밍밍한 국 같은 이 삶의 맛이 확 살아날까?

--------

편 지/ 천상병     


점심을 얻어 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한테 편지를 쓴다네.
                
---------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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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13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조미료를 풀어야 밍밍한 국 같은 이 삶의 맛이 확 살아날까? 라는 검둥개님 말씀에..

오늘 누군가가 하는 말이 사명과 열정이 있어야 인생이 사는 맛이 난다던데
사명.. 은 좀 거창한 듯 싶고 뚜렷한 목표는 좋긴 하겠습니다만.
미친듯한 사랑..은 하자니 힘겹기만 하고
누군가는 춤을 배우는게 우울을 쫓는 (살도 빼는) 특효약이라고 자꾸 유혹을 하지만
올해는 톨스토이, 푸루스트, 앙드레 지드 등의 그 옛날 읽은 책들을 다시 읽고
주황색 접는 자전거를 사고
클라리넷이나 사진을 배울까.. 합니다.
워낙 성격이 그래서인지 남하고 같이 하는건 하나도 없구만요 흠흠..
그나마 밖에나가 자전거라도 타겠다는 생각이 발전이라고나 할까.
아참, 한국서 운전 좀 잘해보게 담주부터 연수도 받을거랍니다.

검둥개 2008-01-14 04:09   좋아요 0 | URL
저도 운전 연수 받으러 다녀야 하는데 시간이 안 나네요.
장농 면허 칠년이라. ^^

자전거도 탄 지 오래되었는데 Manci님 말씀을 들으니 맘이 동하는군요.
주황색 접는 자전거라 동네에서 타도 폼이 날 듯!

저도 옛날 읽은 책들을 조만간 다시 읽을 계획입니다.
집에서 사십킬로 싸가지고 왔거든요.

2008-01-14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4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8-01-14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40킬로의 책! 많이 행복하시겠어요. ^^
한국여행도 좋으셨을 것 같구요.(저도 이번 2월에 한국 갑니다. 시동생 결혼식이 있어서요.) 오랫만에 검둥개님 글 보니까 반가워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검둥개 2008-01-14 12:07   좋아요 0 | URL
이고 지고 오느라고 죽을 뻔 했어요.
엄마가 다 버린다고 위협해서 울며 겨자먹기로.
덕분에 새 책을 많이 못 사와 아쉽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한국 여행도 잘 하시구요.
맛난 음식도 많이 먹구 오세요.
전 얼마 있지 못해서 먹는 데 한계를 느꼈지 뭡니까. :-)

로드무비 2008-01-14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엄선하느라 무지 힘드셨겠어요.
행복하기도 하고.^^

검둥개 2008-01-14 13:54   좋아요 0 | URL
책 싸고 무게 재느라고 공항에 늦게 도착해서 하마터면 비행기 놓칠 뻔 했어요.
제한용량까지 꽉꽉 채워서 짐을 싸들고 오니까
그래도 왠지 비싼 비행기값을 뽑은 듯 뿌듯하긴 했답니다.
언제나 이 본전정신 ^^;;

달팽이처럼 자기가 읽은 책들은 결국 자신이 싸서 짊어지고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과거에 읽은 책들과 떨어져 사는 건 뭔가 영혼의 일부를 잃은 채로 사는 것 같다고 :-)

비로그인 2008-01-19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다시와서)
아, 검둥개님. 바로 위 댓글 마지막 두줄이 너무 멋집니다.

검둥개 2008-01-20 02:10   좋아요 0 | URL
앗 ^^; 감사합니다.
 

오분간 /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살배기가 뛰어내려 안기는 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 하나 내게로 걸어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가 버릴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그곳에 멀지 않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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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1-10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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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11 0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습니다.

검둥개 2008-01-11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감사합니다, 치니님, Manci님. ^^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자라서
서로의 삶을 맞바꾼 듯 마주보겠지."

이 부분이 아주 맘에 들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