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트렌드를 읽는 즐거움 - 김봉석의 일본 문화 퍼즐 48
김봉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정부의 정책은 일본 문화를 전염병 취급하듯 예민한 거부반응으로 일관했지만, 대중 침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특히 에니메이션 쪽은 거의 대부분 일본 것이었고, 각종 오락 쇼프로그램은 일본 것 그대로를 모방한 경우도 많았었다. 시간이 꽤 흘러 일부를 개방하였지만,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은 아직도 일본 문화는 미답의 세계라는 것을 반증하는 듯 하다. 민족감정에 의한 반감 때문일 수도 있지만, 문화적 괴리감과 호기심은 잠재적 시장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흡수와 전파, 그것이 자본력과 결탁하여 세계의 흐름을 휘어잡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문화 소비욕구는 의도적이건, 타의적이건 벗어날 수 없는 하나의 주류 흐름 속에 놓여져 있고, 우리는 어쨌든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해야만 한다. 일본 문화는 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쇼핑 카달로그 같은 책이 된다. 대중은 문화 소비자이고, 무엇을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대중적인 정보를 필요로 한다. 이 책은 그 정도의 요구에 부합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리스트에 가깝다. 목록이 있고, 그것에 대한 간략한 소개 정도에 머무르는 이 책은 미안한 얘기이지만, 트렌드라 불리기 미흡한 정보 수준을 갖춘 소프트 카피에 불과하다. 40여편의 작품으로 트렌드를 말한다? 3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으로? 제목이 너무 컸다.

저자가 일본 문화를 많이 접했다는 느낌이 글에서 풍기지만, 깊이가 있다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저자의 독특한 해석도 없을 뿐더러, 생산적인 컨텐츠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로지 개인적인 감상 또는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정보들 뿐이다. 트렌드를 말하려면 최소한 ‘작품의 내용’만을 이야기 해서는 안된다.
만화, 애니, 영화는 중간자적인 매체로서, 문화의 배경과 수용, 영향에 대한 심오한 탐구가 있어야 한다. 그 시대 일본 대중과 어떻게 호흡을 했으며, 사회를 어떻게 투영했는지, 사람들의 사고의 변화를 집어낼 수 있어야 한다. 문화적 현상, 사회적 고민을 성찰하지 않은 감상적 편린들을 쭈욱 읽는다는 것은 흔해빠진 평범성에 머무르는 지극히 심심한 과정일 뿐이다.

차라리, 일본 영화나 에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의 특징을 보자면, 만화보다는 애니메이션이, 애니메이션 보다는 영화를 다루는 부분이 질적으로 좋다.(뒤로 갈수록 좋다는)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글의 질이 고르지 못하다. 어떤 글들은 (직업상) 억지로 쓴 듯한 느낌마저도 들게 한다.

오타도 많다. 오타에 신경을 잘 안 쓰는 본인의 눈에 걸리다니… ‘뮤라카미 류’는 심했다. 그 문장의 5줄 밑에 무라카미 류는 또 뭔가? 아마도 성의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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