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흔든 침묵의 봄 세계를 뒤흔든 선언 4
알렉스 맥길리브레이 지음, 이충호 옮김 / 그린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탄생과 죽음의 순환은 자연의 순리이기에 봄은 시작이고, 생명의 상징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침이면 새들의 아름다운 합창이 울려 퍼지던 마을에 기묘한 정적만이 감돌기 시작한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나오는 ‘내일을 위한 우화’는 서서히 호러가 된다. 대니 보일의 ‘28일 후’의 한 장면이 스쳐간다. 새들의 침묵. 생명의 잠적. 죽음이 가까이에 있음을 직감하게 된다. 서서히 뒷목을 조르지는 않더라도 내 몸으로 스며드는 그것은… 아니 인간의 기만적인 배설물 아닌가. 벌레를 잡겠다고 뿌려댄 살충제가 어디 벌레만 잡겠는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제거 대상이다!

박멸! 지구 끝까지 쫓아 가서라도 자기 임무를 완수하는 터미네이터마냥 인류의 무시무시한 번식력은 식량 증산, 수명 연장을 위한 전투적 행위의 전리품을 목표로 한다. 그것은 인류의 밥그릇에 다른 어떤 개체의 숟가락도 들이대지 못하게 하고, 그들의 공격으로부터 나의 몸을 철저히 보호하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그들을 말살하는 것. 그러기 위하여 완벽한 독극물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완벽한 독극물이란,

1.       곤충에게 큰 독성을 나타낼 것.

2.       효과가 빨라야 한다.

3.       포유류나 식물에게는 영향을 덜 끼칠 것.

4.       불쾌한 냄새를 내지 말아야 하고,

5.       작용범위는 광범위 해야 하며

6.       효과가 오래가고,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며

7.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가격이 싸야 한다.

 

이 놀라운 조건들을 만족시키려는 인류의 노력은 로또 당첨보다는 쉬운 일일지라도 백수에, 키 작고, 뚱뚱하고, 직업 없고,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만 하는 남자와 문근영이 결혼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비과학적인 계산 방법에 의한)


무릇 많은 이들의 추억 속 방역차는 수많은 아이들에게 ‘환상’과 ‘재미’를 주기 위해서 여름이면 동네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묘한 향(?)과 몽환적 분위기를 어찌 피해갈수 있을까. 방방거리며 뒤쫓아 다니던 추억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거짓말을 조금 붙이면, 내가 들이마신 경유와 살충제 혼합물을 재활용하게 된다면 부산을 갈만한 연료와 xx킬라 몇 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정도로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아직도 멀쩡한 나와 수많은 어린이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사실 방역차의 살충성은 제로에 가깝다. 아이들을 취하게 하듯, 벌레의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방역차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싸고, 죽이는 데에는 확실한 성능을 가진 것이 있으니 이름하야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 페스트를 옮기는 벼룩, 이외에도 파리, 나방 등을 죽이니 나름대로 인도적인 화학물질로 각광을 받았다. 전쟁 중에 흰 가루를 뒤집어 쓰는 장면을 보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졸업식에서 자주 보여지는 ‘밀가루 뒤집어쓰기’의 유래가 DDT라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신빙성 없음).

 

아무튼 미물의 죽음에는 둔감할지라도 새, 물고기의 떼죽음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중들에게 환경은 중요한 사안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지구상의 먹이사슬은 물론 남 북극에서도 DDT가 검출되는 사태를 맞이하니 환경, 건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그리하여 환경 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태풍의 눈처럼 그 중심에는 레이첼 카슨이 있었다. 그녀의 책, 그녀의 사상은 생태학이란 개념을 탄생시켰으며, 에코 페미니즘의 원조가 되었다.

 

이 책은 레이첼 카슨의 사상이 담겨있고, 환경운동의 역사도 담겨 있으며, 화학물질로 이득을 보는 자와 그것에 맞서 자연을 지키려는 자들의 역사가 담겨 있다. 레이첼 카슨의 소극적인 저항에 대한 은밀한 비판도 내비치고, 미국 정부의 이중적인 환경 정책(살충제 수출 장려, 국내 사용의 금지) 또한 비판의 대상으로 올려 놓고 있다. 물론 ‘침묵의 봄’에서는 생명을 구하는 DDT의 역할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DDT 사용으로 말라리아에 의한 어린이의 사망률을 20%나 줄일 수 있다 하지 않은가. 하지만, 잔류성 오염물질에 의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지구의 상황 또한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내분비 교란 물질은 남성의 ‘힘’을 약화시키고, 임산부에게서도 검출되는 온갖 화학 물질들은 그대로 태아에까지 전해지고 있으니 지구상에서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기농 채소를 가족에게 먹이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미 벌레의 건강 또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공존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자연 통제에 대한 인류의 과학적 맹신을 깨는 전환점이 되었던 ‘침묵의 봄’은 현대인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랑으로 대지의 생명을 품은 대지의 여신들처럼 여성의 모성애는 지구를 품에 안을 만한 힘을 보여주었다. 지구의 딸, 생명의 어머니 레이첼 카슨은 인류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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