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역사
존 리처드 스티븐스 지음, 류경희 옮김 / 예문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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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동물들도 재판을 통하여 파문, 유죄를 선고받다, 아내를 팔아 돈을 벌다, 외설문학으로 본 성경, 미이라를 떌감으로 쓰다, 타이타닉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 등... 제목만 보아도 정말 어리둥절한 내용들이다. 이 책이 과연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한다. 그 이유는 우리의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비인격체인 동물을 과연 재판할 수 있는가, 학술적, 역사적 가치를 지닌 미이라를 땜감으로 쓸 수 있는가, 인권, 윤리를 무시하고 아내를 팔수 있는가, 사랑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종교의 성경에 넘치는 잔인한 이야기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현 시점에서 내가 갖는 느낌은 이렇지만, 그 당시에는 분명 상식적인 것이 였으리라.

여기서 상식의 허약함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상식은 보편적인 지식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잠시 잊고 살았던 나에게 일침을 놓는다. 과연 우리의 상식은 미래의 상식에 부합될까? 절대 아닐 것이다. 자본논리로서 스스로의 가치를 매기고, 자연을 대상화하여 파괴하며, 정신보다 물질이 앞서가는 인류의 모습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보편적 상식에 대한 먼 훗날의 느낌은 분명히 충격적일 것이다.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과거를 보듯이, 미래인들도 우리를 볼 것이기에 흥미 위주로 쓰여진 듯한 이 책이 던져주는 의미는, 역사와 인류를 바라보는 긴 안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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