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포일러 있음.
영웅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간질거린다. 그런거 딱 질색이다... 라고 말했었다.
스파이더맨은 키스 씬 빼고는 볼게 없었고, 배트맨은 아예 관심밖이었다. 그 밖에 모든 영웅물에 대해 나는 그저 심드렁했다. 난 영웅이 있을거라 믿어본 적도 없거니와 상징성이 내포하는 모든 것에 콧방귀를 날리는 쪽에 서 있었다. (과거형이라는 데 주목)
그런데 다크 나이트를 보러 가면서는 좀 달랐다. 호평에 기대어 나도 뭔가 기대를 하긴 했다. 좀 다른 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것 같다.
근사한 배트맨 수트나 차, 오토바이 이런것 따위는 뭐 처음부터 관심 밖이었다. 히스 레저가 떡칠 화장 속에서 연기하는 모습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라지고 없는 것에 더 절절해 지는 감정 이입이 분명 있었으리라. 히스 레저, 당신은 이제 다른 곳에서 행복한가요?
제법 긴 러닝타임의 거의 마지막 즈음에 빛나는 대사들이 사정없이 튀어나와 주신다. 비록, 불꽃 놀이 내기의 결말에 대해서는 혀를 찼지만 조커의 입에서 나왔던 숨막히는 그 촌철살인 대사들은 잊을 수 없다.
하비 덴트의 광기가 가속도를 내며 변모하는 과정도 너무 급작스러워 좀 아쉽긴 하지만 결국 조커의 승리로 게임이 끝난다는 부분은 확실히 현실적인 결말이다. 슬프지만 진실.
대책없고 우매한 민중, 두 얼굴을 한 인간의 본성. 광대들, 광대(옷을 억지로 입은 사람)들. 그건 지구상에 존재하는 도시라면 어느 곳이라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영화의 메시지는 블록버스터 치고 상당히 무겁고 정치적이다. 그런데 그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게 이 영화의 빼어난 점이다. 세상은 웃지 않는 자의 입을 칼로 찢어 웃게 만드는 잔인한 곳이기에 모두 영웅 이야기에 빠져드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내 입은 오래전 부터 찢어져 있었다. 다만, 찢어진 줄 모르고 산 세월이 오래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