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잘도 견뎌왔다고 생각한다.
아닌척.
오늘의 술자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쭉 솔직했다. 솔직하다 못해 민망할정도로.
내가 속내를 열어제껴도 절대로 쪽팔리지 않을 몇 사람 중 한 사람과 함께였다.
우리의 솔직함은 몇번이나 서로를 울컥하게 했으나 그 바탕에는 이해가 있다고 믿는다.
갈수록 타인을 믿는 일이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더 힘들어지는 요즈음
큰 위로가 되었다.
나는 크게 용기를 내어 내가 1년 전의 아픔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이 빌어먹을 솔직함을 발판으로 나는 이제 오로지 망각에 기대는 수밖에 방도가 없다.
뼈마디 마디마다 틀어지고 꺾일듯이 아프다.
처절하게 한심했던 내 안일함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지만 그래도 그게 나라서,
버리고 돌아설 수 없어서 가까스로 안고 일어선다.
비틀거리지만 괜찮다.
비난의 화살 대신 빙긋 웃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은 살아있는가 보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을 사랑한다.
* 유치한 장난도, 놀이도 모두 아픔에서 시작되어 아픔에서 끝난다. 그게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