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마지막 날에 본 두번째 영화는 <나니아 연대기 :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이었다.

사실 나는 환타지라는 장르에 대해서 늘 냉담한 태도를 유지해온 터라 내가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연말 극장가에는 영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어린시절 질릴 정도로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나로서는 사실 그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도 다 시큰둥해서 별로 흥미롭지 않았던 까닭도 있고 종족 이야기 아니면 말이 안되는 그런 설정도 별로 맘에 안들었다.

여하튼 영화는 시작되었고 떠들어대는 짜증나는 아이들 덕분에 그다지 쾌적한 관람은 못되었지만 별 세개 반 정도는 주고 싶은 영화였다. 인간 꼬마들 네 명이서 한 종족을 구원하는 이야기에는 코웃음만 쳤고, 아슬람의 희생에 대해서도 어이없어 했지만 틸다 스윈튼의 매력에는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그리고 애들이 주인공이라서인지 사실 엄청 피가 튀길 장면이 많았지만 피는 대체로 종적을 감추어서 보는데 불편하지 않았다. 아, 피튀기는 것들 너무 싫다. -_-;;

툼누스역의 제임스 맥어보이가 너무 낯이 익어서 집에와서 인터넷을 뒤져보았지만 나는 그를 이 영화에서 처음 본 것이었다. 흐음, 그렇다면 역시 내가 아는 누군가와 닮아서였단 말인가? 말할 때의 표정이라던가 눈동자의 움직임 같은 것이 아주 흡사해서 깜짝 놀랐는데.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다 말고 또 잠깐 영상이 돌아가는데 내가 볼 때 이건 사족같다. 굳이 그걸 상기시켜 주지 않아도 다 알텐데. 김빠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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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01-01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웅....이거 킹콩 다음으로 찜해 둔 영화인데....
평이 안 좋아도 우리 애들 땜에 전 봐야 해요.
가서 조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ㅡ,,ㅡ;

이리스 2006-01-02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
초반부에는 살짝 졸음이 올 수도 있어요. 하지만 졸게 만들 영화는 아닐거 같아요.

울보 2006-01-02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으로 읽었는데요,
음,,별로 책내용도 스릴있거나 재미가 있거나 하지는 않던데요,
지금은 또 다른 부분을 읽고 있습니다,

이리스 2006-01-0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 ^.^
 



오랜만에 상암 CGV 를 찾았다. 여긴 인디 영화관이 있어서 좋다. 아마 강변하고 여기 뿐인듯?

보려고 하다가 못본 영화 중 하나인 <브로큰 플라워>를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볼 수 있었다. ^.^

짐 자무쉬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혼자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역시.. 를 연발하며.

<천국보다 낯선>을 보던 때를 추억하며 나는 이 영화에 젖어들었다.

빌 머레이라는 저 배우, 이 영화를 거의 홀로 다 이끌어 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어닐 터. 저런 표정과 연기는 그 아니면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거실에 앉아 특유의 표정 없는 표정으로 음악을 듣던 그 멍한 얼굴, 그 방의 조도와 느낌이 오래도록 기억에 머물 것 같다.

역시, 음악은 내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영화의 마지막에 감독은 빌 머레이의 입을 빌어 말한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말이지만 영화 안에서 이말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우리는 결국 이 불확실한, 혹은 그래서 모든 것이 가능성이 있는 현재 안에서 살아간다.

심장에 좋다는 에디오피아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거나, 때지난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나거나, 누군가의 주먹에 부딪혀 얼굴이 엉망이 되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재다.

나는 찾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다. 그 어떤 과거, 그 어떤 지점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또한 빌 머레이처럼 포커 페이스를 가진 사람이 못된다. 그래서 나는 그가 부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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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다." 이거 맘에 든다.

마태우스 2006-01-0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시네21에서 읽고 보고싶어지더이다. 근데 상암이라...제 나와바리에 오셨었군요^^

이리스 2006-01-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
마태님 / 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 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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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동안 밀린 잠을 다자려면 아직도 멀었지만 여하튼 그 동안 누적된 피로를 조금이나마 풀었다.

그렇지만 또, 졸립다. =_=

새해에는 제발 하루에 7시간 이상 잘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7시간~ 7시간 반 만 자고 산다면 좋으련만.

나는 수면시간이 7시간 아래로 내려가면 확실히 힘들다.

잠 안오면 어쩌려고? 하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제법 진하게 마신게 조금 전인데

커피는 무슨.. ㅋㅋ 잠만 잘온다.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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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1-01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6-01-0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아직.. =.=
 

당신, 참 나쁜 남자야.

헤어질때나 헤어지고 나서나 여전히 당신은 참 나빠.

그런데 나쁜 남자인 당신인데

미움이 가슴 밑에서부터 솟구쳐 올라 뜨거운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나를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 바보 같이.

그렇게 혼자 어른스러운척 냉정한 척 하더니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날 찾아서

답도 없는 메일을 자꾸 보내니.

이 바보, 이 나쁜 남자야.

지금 이 눈물이 당신 때문에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기를 바랄 뿐이야.

내가 웃을 수 있을때, 당신 어깨를 툭 치며 웃을 수 있을 때 그 때 우리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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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30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5-12-3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아 좋은 사람 마음 안아프게 하는 이를 만나셔야 하는데 아, 하지만 사랑이란 어쩔 수 없는것을. 아 님아.

비로그인 2005-12-30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러진 다음의 마음이 헛헛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빠져들었던 사랑. 어쩌면 알기 때문에.

마태우스 2005-12-30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우 심오해서 이해가 잘 안되는.... 전 머리가 나쁜 남자입니다.

이리스 2006-01-0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_-;;
하늘바람님 / 네.. 그.. 그렇죠.--;
쥬드님 / 어쩌면..^^
마태님 / ㅋ
새벽별님 / 어어.. 이거이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