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상암 CGV 를 찾았다. 여긴 인디 영화관이 있어서 좋다. 아마 강변하고 여기 뿐인듯?

보려고 하다가 못본 영화 중 하나인 <브로큰 플라워>를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볼 수 있었다. ^.^

짐 자무쉬에 대한 믿음은 여전했고 영화를 보는 내내, 혼자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역시.. 를 연발하며.

<천국보다 낯선>을 보던 때를 추억하며 나는 이 영화에 젖어들었다.

빌 머레이라는 저 배우, 이 영화를 거의 홀로 다 이끌어 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어닐 터. 저런 표정과 연기는 그 아니면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거실에 앉아 특유의 표정 없는 표정으로 음악을 듣던 그 멍한 얼굴, 그 방의 조도와 느낌이 오래도록 기억에 머물 것 같다.

역시, 음악은 내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남았다.

영화의 마지막에 감독은 빌 머레이의 입을 빌어 말한다.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이는 말이지만 영화 안에서 이말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니 우리는 결국 이 불확실한, 혹은 그래서 모든 것이 가능성이 있는 현재 안에서 살아간다.

심장에 좋다는 에디오피아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거나, 때지난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나거나, 누군가의 주먹에 부딪혀 얼굴이 엉망이 되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의 현재다.

나는 찾아가고 싶은 과거가 없다. 그 어떤 과거, 그 어떤 지점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또한 빌 머레이처럼 포커 페이스를 가진 사람이 못된다. 그래서 나는 그가 부러웠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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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01-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가진 것은 현재뿐이다." 이거 맘에 든다.

마태우스 2006-01-0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시네21에서 읽고 보고싶어지더이다. 근데 상암이라...제 나와바리에 오셨었군요^^

이리스 2006-01-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군 / *^^*
마태님 / 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