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기 시작한 건 사실 스팅이었다. 그러나 트랙을 한 바퀴 돌고 나서도 여전히 메신저 창에서 뛰어다니고 있는 내 손가락은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해야 할 일이 있어 컴퓨터 앞에 앉았음에도 그렇게 방황하는 손가락이라니. 안된다 싶어서 음악탓을 해가며 (스팅의 이번 앨범이 맘에 안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다른 음반을 플레이 시켰다.
'유기농 인디팝'이라는 카피가 앤드류 버드의 이 여섯번째 앨범 앞에 붙은 것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음악 덕분인지 그래도 텅빈 빈문서1은 제법 내용을 몇줄이라도 갖게 되었다.
클래식 바이올린 연주자가 스윙과 포크, 락, 팝을 이렇게 근사하게 써먹다니. 멋지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앨범 자켓이 마음에 쏙 드는 걸. 저걸 크게 프린트해서 벽에 붙여놓고 싶다.
아, 이 앨범은 완벽한 애인같다. 심작 박동수를 최대로 올려주었다가도 이내 포근하고 익숙함으로 부드럽게 포옹해준다. 그런가 하면 갑자기 낯선 모습으로 등을 보이며 돌아서 긴장하게 만들고는 절망하기 직전에 돌아와서 감격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언제나 곁에 있어줄 것 같은 달콤함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