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언젠가는 그 이유에 대해 쓰리라고 생각은 했으나
딱히 어떤 계기가 없어서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별로 안궁금해 하실지도.. --;)
낡은구두... 라는 닉을 쓰게 된 까닭을 말하자면 일단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때는 1996년 가을무렵.
연대앞 창천동 교회 골목길에 '낡은구두'라는 바가 있었다. 노란색 간판의 그 바.
내가 그 곳의 단골이 된 이후로 주인이 3번 이상 바뀌었고 마침내 4번째 주인은 그 곳을 이어받으면서 전과는 전혀 다른, 흔해빠진 소주방 같은 곳으로 만들어버렸고 이름도 바꾸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후로는 그 곳에 갈수가 없게 되었다. 아마도 2002년 이후가 아니었나 싶다.
그곳의 바 한 구석 자리, 영화 <데미지> 포스터가 있던 자리 아래서 나는 스물둘의 젊음과 사랑을 앓았고 키스를 간직했다.
이후, 사랑이 떠나고 나서도 나는 오래오래 그곳을 아끼고 소중히 여겼다. 그러니까 그 이후로 근 7년 가까이 나를 알고 가깝게 지낸다는 사람치고 그 곳에서 맥주 한 잔 마신 적 없는 사람이 없었고, 때로는 어떤 모임에서나 주저없이 그 곳을 모임 장소로 추천하곤 했다.
심지어 '낡은구두'의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 그걸 뱃지로 만들기도 했다.(한때 그런 서비스가 있었다..)
그 노란색 간판에 붙어있던 네온사인, 지하로 걸어내려가던 좁은 통로, 정겨운 곰팡이 냄새, 차가운 버드와이저 캔들과 마른안주.. 이 모든것이 여전히 나에게는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나의 이십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모든 추억들이 있는 곳이다.
# 비도 오고, 교정지만 보고 있자니 눈이 아파서.. 잠시 생각이 나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