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밀롱가 갔더니 심봉사 된 기분. 심심할 때 생각나면 가끔 추러 가고 그러면 좋을텐데 이 춤은 참 그게 안 된다. 탱고를 추기 위한 몸 상태가, 신체 감각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춰진다. 항상 연습을 해야 되고 잠시라도 느슨하면 한순간에 찐따가 되어버리니. 감이 돌아오려면 쁘락이랑 걷안 수업 다시 시작하고 약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왜 이 춤은 올인을 해야만 겨우 즐길 수 있는 걸까.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이 춤은. 그렇게 열심히 해가지고 무슨 대단한 걸 이루려는가 이 춤이라는 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활동인가 이거야말로 참으로 허망한 유희가 아닌가 하는 회의가 자꾸 드는데

그럼 안 추면 되는 거지 무슨 욕심이 나서 내일 또 갑자기 빗속을 뚫고 마담 피봇 슈즈 사러 홍대에 가려는 거냐. 나도 나를 모르겠다. 이 춤을 열심히 하면 존재의 고유성을 획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고유의 춤맛으로 기억되는 땅게라가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럼에도 춤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노력에 비해서 고유성을 부여받는 그런 영광이 매우 일시적이라는 데 있다. 글은 쓰면 남아있기라도 하지 춤은 추고 나서 집에 가면 흔적도 없다. 무슨 그런 일이 있었나 싶다. 그런데도 거지 같은 춤을 추고는 싶지 않다는 자존심과 묘한 경쟁심이 뒤섞여 난데없이 탱고슈즈를 사러 가기로. 이것도 장비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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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피자집, 망원동 피제리아 이고. 죽기 전 옥황상제가 시혜를 베풀어 마지막으로 지상의 음식 딱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면 주저없이 이 집의 마르게리타 피자를 택하겠다. 화덕 온도가 380도라는데 사장님한테 덥지 않느냐 했더니 이번 여름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피자 굽다 보면 현기증이 나서 소금 찍어드시며 버텼다고. 악명 높던 이 여름도 이제는 거의 다 갔으니 겨울엔 화덕 앞에서 따뜻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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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피날레라는 제목의 연주회에 갔었다. 장소가 퇴근 길목이 아니었으면 안 갔을 거다 피곤해서. 그러니까 우연히 간 거였는데, 좋았다. 음악은 특히 아리아는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현실을 압도하는, 순수하고 고결하고 벅찬 비현실의 시공간에 한 시간 반 동안 있었다 어제. 좋은 음악은 몸이 일에 시큼하게 절여지면 절여질수록 곡진하게 잘 들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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