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밀롱가 갔더니 심봉사 된 기분. 심심할 때 생각나면 가끔 추러 가고 그러면 좋을텐데 이 춤은 참 그게 안 된다. 탱고를 추기 위한 몸 상태가, 신체 감각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유지되어야 춰진다. 항상 연습을 해야 되고 잠시라도 느슨하면 한순간에 찐따가 되어버리니. 감이 돌아오려면 쁘락이랑 걷안 수업 다시 시작하고 약 한 달은 걸릴 것 같다. 왜 이 춤은 올인을 해야만 겨우 즐길 수 있는 걸까.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 이 춤은. 그렇게 열심히 해가지고 무슨 대단한 걸 이루려는가 이 춤이라는 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활동인가 이거야말로 참으로 허망한 유희가 아닌가 하는 회의가 자꾸 드는데

그럼 안 추면 되는 거지 무슨 욕심이 나서 내일 또 갑자기 빗속을 뚫고 마담 피봇 슈즈 사러 홍대에 가려는 거냐. 나도 나를 모르겠다. 이 춤을 열심히 하면 존재의 고유성을 획득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고유의 춤맛으로 기억되는 땅게라가 된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럼에도 춤이 허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노력에 비해서 고유성을 부여받는 그런 영광이 매우 일시적이라는 데 있다. 글은 쓰면 남아있기라도 하지 춤은 추고 나서 집에 가면 흔적도 없다. 무슨 그런 일이 있었나 싶다. 그런데도 거지 같은 춤을 추고는 싶지 않다는 자존심과 묘한 경쟁심이 뒤섞여 난데없이 탱고슈즈를 사러 가기로. 이것도 장비병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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