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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6-11-14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식된 건물이 어우러지니 의외로 되게 멋스럽네요.

수양 2016-11-14 13:11   좋아요 0 | URL
요즘은 반쯤 폭격 당한 듯한 폐허가 유행인가봐요 이렇게도 도심 환경 재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미적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멋진 공간이었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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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이 나라 정부는 배려심이 깊다. 시위가 시작되기도 전에 미리 차도도 다 개방해놓고 놀이판을 참 아기자기하게도 마련해준다. 그러나 만약 놀이가 끝날 때가 됐는데도 눈치 없이 계속 놀려고 하면 그때부턴 정신차리라고 엄중히 경고를 하는데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물대포를 사정없이 쏴서 한방에 쫓아버린다. 마치 어머니가 아기를 훈육하는 일과도 같아서 적당히 놀게 놔뒀다가 때로는 어르고 달래기도 하다가 그래도 너무 떼쓰면 하나 둘 셋 숫자를 센 다음에 흠씬 두들겨 패는 식이다. 자애롭고도 무시무시하다.

 

광장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광범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 가운데는 선봉에 선 집단이 있다. 깃발을 흔들어대고 손팻말을 나눠주고(손팻말 귀퉁이에는 듣도보도 못한 정당 이름이 적혀있고) 무대 위에선 썰도 잘 푼다. 최순실 게이트를 석기시대 때부터 예견하고 준비해온 듯 노련하다. 나쁘게 말하면 혹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저항을 위한 빌미가 아닐까. 최순실 게이트도 이들에겐 하나의 빌미가 아닐까. 정체 모를 이들 무리의 교조적인 선동에 심신을 좀비처럼 순순히 내맡기고 싶지 않은 내 심보가 그저 지나친 알러지 반응일까.

 

아무튼 광화문 시위라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뭔가 경지에 오른 듯하다. 시위하는 쪽이나 시위를 통제하는 쪽이나 각 방면으로 통달해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철거용역과 전철연의 사이처럼 이 둘은 유서 깊고 긴밀한 상보 관계를 이루는 듯이 보인다. 이런 방식이 최선일까. 이런 방식이 전부일까. 우리에겐 이런 방식 밖에 없는 걸까. 이명박 땐 몰랐는데 박근혜 때 또 광화문에 나와보니 기시감만 들고 양측 시위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구태의연한 패턴도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고 이런 방식이 과연 최선이고 전부일까 하는 의문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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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해질 무렵 길을 걷다가 어느 아파트 단지 쪽으로 긴 꼬리를 드리운 무지개를 봤다. 기이하고 아름다웠다. 감탄을 연발하던 중에 또 무지개를 봤다. 뒤로 연한 무지개가 하나 숨어있었던 것. 이후 가던 길을 재촉하다 한 번 더 무지개를 만났다(사진). 예전에 이사할 때, 정오가 조금 지난 무렵이었던가, 텅 빈 마룻바닥 구석으로 평행사변형의 무지개가 연하게 스며든 적이 있었다. 이 모든 무지개를 똑같은 한 사람이랑 같이 봤다. 계속 이렇게 둘이서 길을 걸으며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 같은 사람이랑 연달아 계속해서 무지개를 함께 볼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까. 어젯밤에는 공중 부양하는 꿈을 꿨다. 어떤 요가 사파에 들어가서 일정 기간 수련을 하면 그걸 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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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0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8-3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밀롱가에 가려면 예뻐야 한다. 이것은 정언명령이다. 예쁘지 않으면 밀롱가 사회 내부의 보편적 입법의 원리에 어긋난다. 페로몬이 걸음마다 후두둑 후두둑 떨어져야 된다. 달디 달아 속이 니글거리도록 여성여성해야 한다. 가슴과 엉덩이를 부각시키고 장신구 의상 자세 제스처 말투까지 타자의 욕망을 완벽하게 구현할 것- 어찌보면 참으로 쓰잘머리 없고 번거롭고 귀찮은 짓이지만 밀롱가에 갈 때 만큼은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일랑 잠시 괄호 쳐두자.

모처럼 어려운 책을 독파해나갈 때 단 한 문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의 눈을 하듯이, 그런 날카로운 자세로 신중을 기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드웨어를 완벽하게 셋팅할 필요가 있다. 어딜 가든 그곳에서만 취할 수 있는 향락을 온전히 누리려면 일단 그곳에 어울리는 자세와 태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결과, 집에서는 건어물이고 직장에선 노동8호지만 밀롱가에 갈때면 비로소 유성생식기능을 보유한 생물체가 되는 것 같다. 번거로워도 육체가 더 시들기 전에 해볼 만한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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