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롱가에 가려면 예뻐야 한다. 이것은 정언명령이다. 예쁘지 않으면 밀롱가 사회 내부의 보편적 입법의 원리에 어긋난다. 페로몬이 걸음마다 후두둑 후두둑 떨어져야 된다. 달디 달아 속이 니글거리도록 여성여성해야 한다. 가슴과 엉덩이를 부각시키고 장신구 의상 자세 제스처 말투까지 타자의 욕망을 완벽하게 구현할 것- 어찌보면 참으로 쓰잘머리 없고 번거롭고 귀찮은 짓이지만 밀롱가에 갈 때 만큼은 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일랑 잠시 괄호 쳐두자.

모처럼 어려운 책을 독파해나갈 때 단 한 문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매의 눈을 하듯이, 그런 날카로운 자세로 신중을 기하여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드웨어를 완벽하게 셋팅할 필요가 있다. 어딜 가든 그곳에서만 취할 수 있는 향락을 온전히 누리려면 일단 그곳에 어울리는 자세와 태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결과, 집에서는 건어물이고 직장에선 노동8호지만 밀롱가에 갈때면 비로소 유성생식기능을 보유한 생물체가 되는 것 같다. 번거로워도 육체가 더 시들기 전에 해볼 만한 일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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