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문
김일란 외 감독, 권영국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가 '사람에 대한 마음 없음'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극장을 나오면서 처음에 들었던 생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설령 도덕적 허위의 요소를 포함한 알량한 결심일지라도. 그러나 일시적인 고양심이 잦아들고 영화를 곱씹어 볼수록 도대체 21세기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수도 한복판에서 왜 아직도 이토록 무식하고 야만적인 80년대식 해법이 존속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는데, 하여 철거 문제에 대해 추적(?)을 해나가던 중에 이 문제를 명쾌하게 정리해 놓은 포스팅을 발견하게 되었다. 철거민, 건물주, 건설사, 국가, 용역, 전철연이라는 여섯 개 집단이 난마처럼 얽혀있는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사실상 정책 입안에 달려있었다. 결국 정치의 문제였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루 발렌타인 - 아웃케이스 없음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미쉘 윌리엄스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허물어져가는 관계를 지켜보는 일은 씁쓸하지만 그보다 더 씁쓸한 건 라이언 고슬링의 머리가 벗겨져 가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하는 일이다. 그의 머리는 끝내 벗겨지고야 마는구나. 이 영화 줄거리만큼이나 전형적인 방식으로. 슬프다 모든 전형적인 것들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브 생 로랑
자릴 레스페르 감독, 기욤 갈리엔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이브 생 로랑 캐릭터를 심도있게 구현해냈다. 겉으로는 예의 바르고 소심한 범생이 신학생 같은데 알고 보면 너무나 귀하게 자란 나머지 오만 까칠 방자하고 또 그런가 하면 보살핌이 필요할 만큼 섬약하고 예민한 인물. 그런데 별 야하지도 않은 이 영화가 웬 청불인가? 동성애 때문인가? 그렇다면 더욱 어린이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충격받기 전에 어려서부터 이런 사랑도 있다는 걸 알아두는 게 좋지 않을까? 조기교육 차원에서. 딱히 성적으로 적나라하거나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브로맨스가 펼쳐지는 이 영화야말로 조기교육용으로 적합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VCD] 바람의 전설
미디어마인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 영화에선 춤과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들이 희화화되어 있는데 그 점이 내심 서운하다. 십년 전 신림동 부기우기에서 내가 가장 먼저 배웠던 것도 스텝 스텝 락스텝이었다. 주인공의 경우처럼 나 역시 락스텝을 밟았을 때 발밑으로 먼지가 일면서 천지가 진동을 하였다. 난 그때 인생의 개벽이 왔음을 느꼈다. 몸의 움직임을 기록 중인 블로그 카테고리 메뉴의 rocksteps 역시 생각 없이 갖다 붙인 게 아니라, 스윙댄스에서의 락스텝이야말로 내 신체 움직임의 최초의 역사적 순간이기에 이를 기념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걸, 이 진지한 걸 죄다 웃기게 그려놨다고 이 영화가 ㅠ

희화화되어 있는 점이 씁쓸하긴 하지만 그 점 빼곤 매우 사실적인 영화라고 생각된다. 감독이 춤 경력이 있나 궁금할 정도로. 춤을 한동안 쉬다가 재개할 때면 이 영화를 찾아서 다시 보곤 했었다. 이 영화에서처럼 춤을 오래 추게 되면 결과적으로 제비나 꽃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되지 않더라도 변이의 그 모호한 경계면에 서서 그들이 지닌 일말의 진실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유혹이야말로 춤의 근본적 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가? 좋지 않은가? 제비와 꽃뱀으로 가득한, 유혹과 유혹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니 그 얼마나 긴장되고 짜릿하고 정신이 쏙 빠지게 재밌을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00일의 썸머 - 아웃케이스 없음
마크 웹 감독, 조셉 고든 레빗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여자는 왜 그럴까. 여자는 여자가 봐도 알 수가 없다. 썸머는 나쁜 년이다. 일관성 없고 제멋대로이고 헌신을 바친 이를 농락하고 이기적이고 종잡을 수 없고 하여튼 도무지 전반적으로 영문을 알 수가 없다. 영화 타이틀 대로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모두 한때 누군가의 썸머였지 않을까. 고백하면 나도 그때 썸머였다. (영화 곳곳에서 기시감이!) 인생의 한여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내가 썸머였단 걸. 반성합니다.

 

하지만

궁색한 변명을 덧붙이자면 보들레르가 그랬다더군. 사랑의 유일 최상의 관능은 확실한 악행에 있다고. ㅎㅎㅎ 그런가 하면 이런 문장도 있다.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다>. 아리시마 다케오라는 일본 소설가의 평론집 제목이라는데. 그래, 사랑은 아낌없이 빼앗는 것이라잖아. 나는 재산이나 시간을 빼앗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력을 심각하게 빼앗았던 거 같다. 긁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