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D] 바람의 전설
미디어마인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이 영화에선 춤과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들이 희화화되어 있는데 그 점이 내심 서운하다. 십년 전 신림동 부기우기에서 내가 가장 먼저 배웠던 것도 스텝 스텝 락스텝이었다. 주인공의 경우처럼 나 역시 락스텝을 밟았을 때 발밑으로 먼지가 일면서 천지가 진동을 하였다. 난 그때 인생의 개벽이 왔음을 느꼈다. 몸의 움직임을 기록 중인 블로그 카테고리 메뉴의 rocksteps 역시 생각 없이 갖다 붙인 게 아니라, 스윙댄스에서의 락스텝이야말로 내 신체 움직임의 최초의 역사적 순간이기에 이를 기념하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걸, 이 진지한 걸 죄다 웃기게 그려놨다고 이 영화가 ㅠ

희화화되어 있는 점이 씁쓸하긴 하지만 그 점 빼곤 매우 사실적인 영화라고 생각된다. 감독이 춤 경력이 있나 궁금할 정도로. 춤을 한동안 쉬다가 재개할 때면 이 영화를 찾아서 다시 보곤 했었다. 이 영화에서처럼 춤을 오래 추게 되면 결과적으로 제비나 꽃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설령 되지 않더라도 변이의 그 모호한 경계면에 서서 그들이 지닌 일말의 진실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유혹이야말로 춤의 근본적 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가? 좋지 않은가? 제비와 꽃뱀으로 가득한, 유혹과 유혹으로 이루어진 세상이라니 그 얼마나 긴장되고 짜릿하고 정신이 쏙 빠지게 재밌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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