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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
박찬경 감독, 김금화 외 출연 / 올라잇픽쳐스 / 2014년 7월
평점 :
어딜 가나 '이상한 것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참으로 박절한 것 같다. 그 '이상한 것들'이 때로 자기네 삶에 도움을 주더라도 그때 뿐. 그러나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고, 가련한 영혼을 쓰다듬고 위무할 수 있는 '위대한 자격'은 오로지 극도의 아픔을 통과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영광인지 모른다. 야속한 아이러니지만. 연극판에 있는 친구에게 들은 얘기로는 연극하는 사람들 중 무속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고, 실제로 무속제의 같은 것을 연구하는 이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승의 궁극적 과업을 이루기 위해 모천(母川)으로 귀환하는 연어 떼처럼 그 또한 예인으로서의 일종의 귀소본능 같은 것인지 모른다.
영화가 끝날 즈음 '친구들이 굿보러 가자 해서 갔더니 영화를 하고 있더라'는 천경자 시인의 말이 자막으로 뜬다. 그리고 영화는 마치 주객이 화합하는 굿판의 마지막처럼 스탭과 배우들과 카메라 장비와 셋트장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기는 것으로 끝난다. 그제야 알았다. 이 영화가 김금화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들을 위한 애틋한 진혼굿이었음을. 엔딩곡으로는 무가(巫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부르는 이가 <어어부프로젝트>의 백현진이다. 무가와 백현진이라니, 어울린다.
영화 보는 내내 많이 울었다. 단지 종교적이고 초월적인 광경을 목도할 때 문득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게 되는 그런 심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간의 의지로는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무조건적이고도 폭압적인 절대자의 룰에 처절하게 순종해서 살아가면서도 그것이 마냥 패배적이고 수동적인 삶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가운데서도 고결한 미학적 삶의 완성을 이루어내는 김금화 할머니로부터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것 같다. 깜깜한 영화관에서 눈물 닦으며 밖으로 나오니 세상은 온통 밝고 따사로운 초봄 햇살로 와글와글했다. 내가 크리스찬이었다면 아마도 이런 기분을 예배 마치고 나온 기분이라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