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 아웃케이스 없음
이수진 감독, 정인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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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화는 주로 사건 이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끔찍한 사건을 겪고 난 주인공이 어떻게 정상적 일상을 회복해 나가고 또 그것이 어떻게 좌절을 겪는가 하는. 그러나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었더라도 정말 기묘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이 영화가 실화라면 응당 엄정한 사법 판단에 따라 시민적 윤리와 상식에 맞게 처벌되었어야 함은 두말 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살인, 성, 가학과 피학의 권력 관계, 독자적 규율을 갖는 폐쇄적인 집단 내부에서 융성하는 기이한 문화와 풍습, 그 안에서만 통용되는 독자적 논리들과 그 안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집단 심리 등등 이런 데서 발견되는 진실이란 인간 이성과 합리성, 법과 제도, 상식, 윤리, 도덕의 기준을 초월해 있는 경우가 많고 어쩌면 이 사건에서도 그런 지점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법과 도덕, 휴머니즘, 시민적 상식이 추스르지 못하는 잉여적 진실, 그러니까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옳음도 그름도 아닌, 함부로 힐난하거나 처단하기 애매한,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과 생각과 실천들은 사회 도처에 언제나 널려있기 마련이고, 어쩌면 그런 모호하고 야릇한, 즉 인식에 있어서의 타자적인 지점들은 오로지 문학과 예술만이 포착해낼 수 있는 시적 영역 같기도 하다. 문득 이 사건 깊숙한 곳에서도 그런 걸 읽어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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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특별 보급판 세트 - 전9권 미생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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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가슴 저미는 드라마 본 소감 치고는 불경한 얘기일 수도 있겠으나 드라마 보면서 다시금 통감한다. 일이란 얼마나, 사랑해야 하면서도 또한 사랑할 수 없는 그 무엇이냐. 일이란 자기존재증명의 수단이면서 또한 얼마나 고되고 천하고 슬프고 노예적인 것이냐. 일이 주는 고난과 시련이 인간을 보다 겸허하고 원숙하게 만들어줄 지라도 오로지 그러한 효과 때문에 일을 긍정한다는 건 노예의 마조히즘적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리라. 노동은 결코, 신성하지 않다. 애증의 대상일지언정.

 

드라마 보면서 결심을 더욱 확고히 하게 되는 점은, 무슨 궁리를 써서라도 일을 되도록 적게 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해 나가야 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에서 조금이라도 해방된 삶을 살 수 있을까. 자본과 대지를 소유하는 것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나 그것이 어렵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직업으로 삼는 게 차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불가능하다면, 일을 단순히 일 이상의 의미를 갖는, 내재적 합목적성을 가지는 절대적인 그 무엇으로 격상시켜서 더 이상 일을 일이 아니게 만드는 방법이 있겠다. 어떻게? 

 

①일을 인식하는 내 정신 상태를 개조한다. 즉, 일에 대한 인식의 프레임을 바꾼다.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기계발이데올로기를 자발적으로 내면화시켜서 정신승리법으로 일을 일이 아니게 만들어버린다 ㅜ_ㅜ;;; ②일 자체를 바꾼다. 일을 예술적 행위로 승화시키거나 노동요처럼 일에 유희적인 요소를 도입해서 일의 속성을 변화시킨다. 근무 중에는 ①과 ②를 병행하다가 퇴근하고 나면 최소 두 시간 이상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일'에 매진하면서 피폐해진 영혼을 달래는 복합적 방안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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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아바타 ECE - 일반판 (3disc) - 슬립 아웃케이스 + 엘리트 케이스
제임스 카메론 감독, 샘 워싱턴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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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반 넘어가면서 주인공이 히어로 코스프레 하나 싶어 우려했으나 거장 감독이어서 그런가 수위 조절을 적당히 한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끝은 어디일까. 지난 날 자신의 치부와 과오마저 경이로운 스펙터클로 복원하여 상품화시키는... 이민족 수탈의 역사에 대한 자기반성도, 현란한 cg기술도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훌륭해서 기가 다 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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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집으로 가는 길 : 초회 한정판
방은진 감독, 전도연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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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다는 이 영화는 무력한 국가와 무고한 개인을 대비시키면서 가족주의적 해법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어쩌면 영화는 가족주의가 근대국가체제의 빈곳을 메꾸면서 어떻게 기존의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지 그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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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순수의 시대
마틴 스콜세지 감독, 위노나 라이더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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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억압과 수신(修身), 가식과 예의, 위선과 기품의 점이지대를 생선 뼈 바르듯 묘파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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