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려보니.. 왜 이렇게 잘생기고 풋풋했던 남학생들의 얼굴이 눈앞을 가리는지.. 이런 저런 일 떠올리다가 풋사랑(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차마 못하겠고 -_- 저의 꿈을 좌절시킨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꿈이 좌절되어서 슬픈 사건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웃다가 밤잠을 설치기도 하는 사건이니 즐거운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으흣

때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 했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였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아주 모범생이었던 저는 외고 진학에 실패하고, 사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똑같은 옷에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강요하는 규율도 너무 싫었고, 모범생이라는 이미지도 벗어버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날, 친구들이랑 큰맘 먹고, 염색을 하기로 했습니다. 

6명의 친구들이 떼를 지어 미용실에 가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노란색으로 염색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때, 단골 미용실에 촬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느끼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촬스가 예쁜 여자를 너무 밝혀서 예쁜 순서대로 염색을 해주더니. ( 저 마지막 이었습니다. ) 예쁜 저의 친구와 담소를 나누느라 제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둔 것을 깜박하여 (처음으로 염색한 저는 마냥 앉아서 친구들이랑 떠들고 있었고) 몇 시간 후, “뜨악~! 어머~ 내가 깜박했어!!”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제 머리를 감겨주었는데. 저 기절할 뻔 했습니다.

 

정말 정말 정말 노랬거든요. (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무늬만 미용사 촬스.!! )

염색한 머리에 바로 염색을 또 하면 머리가 부서진다기에 전 일주일 후에 공짜로 검은 머리로 염색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 노란 머리로 고등학교 입학식을 가야 했습니다. 그 노란 머리 덕분에 저는 제가 원했던 대로 모범생의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었으나 반대로 문제아 이미지를 갖게 되었습니다. 입학 후 일주일동안 내내 학생부실에 끌려다녔으니..; 아니, 머리 색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그렇게 대우가 달라지나~~~ 흥!

 

여하튼 문제아의 이미지로 시작된 저의 생활에 고달픔을 느끼게 될 때쯤, 제가 문제아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반.장.선.거’

사실, 고등학교를 진학하면 입시에 시달려서 임원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경쟁률도 낮을 테고, 아무래도 반장을 하면 선생님들과 대화를 할 기회도 많아지니 제 본심은 삐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저는 반장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성적이 상위권이여서 후보에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았고, 단, 고민이 되는 것은 어떻게하면 아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아 나를 뽑게 할 수 있을까? 였습니다.

반장선거 전 날, 저 무지하게 고민했습니다. 친구들을 모아두고 고민을 털어놓으니, 역시 선거유세가 표를 좌우하지 않느냐며.. 선거 유세를 멋지게 해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솔직히 고리타분한 선거유세..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반장이 된다면.. 어쩌구 저쩌구..” 초등학생도 아니고, 그런 말장난으로 아이들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저에게 구원의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당시 최고의 유행가였던 D.J 덕의 미녀와 야수! 그때까지 댄스가수가 꿈이었던 저는 DJ덕의 춤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상식을 깨는 선거유세. 그것은 바로 댄스와 대중가요와 선거유세의 만남이 아니겠는가?! 라고 제 머릿속의 전구가 반짝 반짝 거리며 말하더군요.

너를 처음 봤을때 sexy함에 난 쓰러졌지
너무나도 눈부신 너의모습 괜찮은 모습
아~예 내 모든걸 너에게 주고 싶어
남자들은 여자들의 sexy함을 알아야한다

오늘밤 너와나 단둘이서 파티를 하고 싶어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 (야이야)
난 널 느끼고 싶어 난 널 갖고 싶어 너만 OK해준다면

이성은 행위 앞에 노예 관념은 이유 없는 참견
금지된 사랑이라 해도 난 너를 놓칠 수가 없어
이밤이 다시 오진 않아 우연은 만들어낸 얘기
온몸이 전율하는 순간 넌 이미 내 세계에 있잖아

이 가사를 선거유세에 맞도록 바꾼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웃기겠어요. 그런데.. 저 했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만. 대충 이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울반에 처음 왔을때 기쁜맘에 난 쓰러졌지
너무나도 눈부신 울반의모습 괜찮은 모습
아~예 내 모든걸 울반에 주고 싶어
여러분은 저를 반장으로 뽑아야합니다

1학기 넘좋은 우리반의 반장을 하고 싶어
어떤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아 (야이야)
난 반장이 되고 싶어. 난 표를 갖고 싶어 너만 OK해준다면

이성은 선거 앞에 노예 편견은 이유 없는 참견
금지된 자리라고 해도 난 반장을 놓칠 수가 없어
기회는 다시 오진 않아 반장은 뽑아주는 자리
온몸이 전율하는 순간 넌 이미 나를 뽑고 있잖아

이렇게 유치한 가사를 들고 반장 선거 전날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등교하여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노래를 부르며 안무 연습까지 했습니다. 연습 후 교탁이 있으면 공간의 제약이 심해 안무를 제대로 출 수 없다는 것을 판단하고. 저 실제로 선거유세를 할 때 담임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교탁까지 한 구석으로 밀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박자에 맞춰 박수를 처 달라고 청하고 땀 흘려 연습한 안무를 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교탁을 밀어달라는 저의 요청에 근엄하면서도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시던 담임 선생님께서 제가 한 소절 분량의 노래와 춤을 췄을 때, 푸하하하하하! 하면서 아주 박장대소를 하시면서 웃으시는게 아닙니까? 선생님 뿐 아니라, 반 아이들 모두가 다 같이 따라 웃는데. 저 너무 당황했습니다. 음절 박자 다 놓치고 우여곡절 끝에 안무를 다 맞췄을 때, 저희 반은 아주 웃음의 도가니가 되어버렸습니다. 저 그 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 결국 전 두 명의 후보로 반장선거에 출마하여 (후보 3명이 당일날 기권하더군요.) 부반장이 되었고,  ㅋㅋ 그 날 이후 전교에 장래 개그맨에 될 아이가 우리학교에 있다는 소문이 나 돌면서 아이들이 하나 둘 씩 저를 찾아와 선거유세 춤과 노래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 정말로. 웃기려고. 한 게 아니 였는데~!!!!

장래 꿈이 댄스가수였는데~!!!!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폭소를 터트렸는지...

아직도 알 길이 없습니다만. ㅠ_ㅠ


그 후로 전 댄스가수라는 꿈을 접었습니다. 

아니,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쩝.  _-_)~

 

아직도 전 우연히 DJ덕의 ‘미녀와 야수’라는 음악을 듣게 되면 그 때, 혼자서 열심히 땀흘리면서 연습했던 안무를 떠올리곤 합니다. 멋있는 댄스가수가 될 수 없다면 친구들의 말처럼 개그맨이라도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으흐흐흐 이젠 모두 즐거운 추억이네요. ^-^

 

↓요건. 보너스예요. 이 노래가 그 노래. 으흐흐

 

미녀와 야수 (Ok? Ok!) - 디제이 디오씨(DJ 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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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11-0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댓글이 하나도 없다니. ~(_-_)~(-_-)~(_-_)~ 데구르르ㄹㄹㄹㄹ ~(_-_)~
오랜만에 한바퀴 돌고 자빠지는 가시장미. 그래도 노래에 맞춰 안부를~ 오예! ㅋㅋ

마노아 2006-11-02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봤어요. 님의 끼가 부러워요. 아... 그 반 학생들은 일년 내내 얼마나 재밌었을까요^^ 님 멋져요^^

비로그인 2006-11-02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노래 무지 좋아했어요. 노래방가서 노래할때마다 매번 이 노래부르고 씨디도 샀어요. 그런데 은근히 가사가 야하지 않나요?

Mephistopheles 2006-11-02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가시장미님은 작게작게님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세요....^^

가시장미 2006-11-0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일년 내내 저 놀리느라 재미있었을까요? ㅠ_ㅠ 아흐

승연님. 안녕하세요? 으흐흐 가사가 야해서 더 좋았답니다. *^-^* 붉으래~ 으크크

메피님. 작게작게님이.. 어떤 분이세요? 제가 잠수복을 너무 오래 입고 있어서 모르는 분이 너무 많아요. 으흐흐흐 소개좀 부탁드려요. 혹시 그분 댄스강사세요? 오호~

바람돌이 2006-11-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어머나!!! 저라면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팍팍 밀어줬을텐데....
님의 반 아이들이랑 선생님은 1년 내내 얼마나 즐거웟을까요? ㅎㅎㅎ

라주미힌 2006-11-0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타임멈신 타고 돌아가서 나도 함 보고 싶네용..
같이 웃게.. 크...

가시장미 2006-11-05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이언니.. 으흐흐흐 그런가요? 저 댄스가수의 꿈.. 다시 한번.. 키워 볼까요? ㅋㅋ
요즘은 개성시대인디. 으흐흐흐

나도 가서 보고싶어요. 타임머신 좀 만들어주세요. 우리 같이가죠. 크크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