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40년대를 읽고 잠시 손에서 놨었는데 90년대가 벌써 나오다니 너무 신기해서 먼저 읽기 시작했다.
워낙에 최근의 일이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내용들이 기억에 새록새록하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자의 흥미를 돋굴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심층적인 분석이나 평가는 좀 많이 약하다.
말 그대로 1990년대 산책이라 할만하다.

나도 산책같은 단상 몇가지.

리영희는 서중석과 가진 <사회평론>91년 6월호 대담에서 "나는 지금 거대한 역사적 변혁 앞에서 지적 사상적 그리고 인간적 겸허의 무게에 짓눌러 있는 심경입니다. 그와 동시에 주관적 오류나 지적 한계가 객관적 검증으로 밝혀질 때, 부정된 부분을 '사상적 일관성'이라는 허위의식으로 고수할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109쪽)
동구 사회주의의 몰락과 소련 연방의 해체라는 역사적 사건들 앞에서 7,80년대 젊은이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리영희 선생이 한 말이다. 리영희 선생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나에게도 정신적 지주와 같은 책이었고, 이 때의 리영희 선생의 말은 나에게도 소련이 해체된 충격과 맞먹는 폭탄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보니 사람과 학문의 깊이란게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 연세에 이런 성찰을 해내고 자신의 사상과 이론을 재점검한다는 것.
아직도 리영희 선생이 여전히 존경받고 있는 이유이리라...
그나저나 사상적 일관성이란 허위의식 - 깊이 새겨들을 말이다.

 마광수 사건은 실질적으로 한국의 문인들과 대학교수들이 만들어 준 사건이며 그 점에서 한국은 세계의 '민주국가' 중 권력의 권위주의 이전에 지식인의 권위주의가 더 심각한 유일한 국가가 되게 했다.(191쪽)
얼마전에 어떤 잡지에서 마광수교수 사건이 여전히 진행형이란걸 본 것 같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마교수는 이해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그의 지금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아마도 그가 그냥 소설가였다면 이정도는 아니었으리라.... 문제는 그가 대학교수였다는것일게다.
대학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보루가 되기를 그만둔것은 아주 오래된 일일터이지만,
그래도 이런 사람 하나쯤 받아들일 수 없는 대학이란.....
여전히 나는 그가 안타깝다.

텔레비전 광고는 텔레비전이 지배하는 대중문화의 지평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제 광고는 상품을 직접적으로 선전하기 보다는 거시적이고 근본적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생활철학을 판매하고 문화적 형태를 재구성하는 차원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시장논리의 지배를 받는대중문화는 광고에 의해 변형된 라이프 스타일과 생활철학을 반영하여 확대재생산하였다.(232-233쪽)
이제는 너무 상식이 되어버린 얘기!
그래도 여전히 저항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모르게 어느정도는 물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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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8-0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런 저런 책에 치여서(?) 기회가 없지만, 꼭 읽어 보고 싶은 책이네요.,..

바람돌이 2006-08-08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로님/저는 꼭 읽어야 되는데 막바지가 돼서야 읽는 책이예요. ^^
90년대는 좀 가볍긴 하지만 생각보단 재미있네요. ^^

국경을넘어 2006-08-09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혀졌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소중한 기억들을 잡아주는 책. 그 자체로도 의미있네요 ^^

바람돌이 2006-08-09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런것 같아요 폐인촌님. 책에 나오는 사건들이 하나같이 기억에 또렷한 일들이라..... 근데 문제는 별로 즐거운 기억이 없다는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