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 조례 시간에 한 녀석이 학교엘 아직 안왔다.
순간 가슴이 섬뜩 내려앉는다.
다른 녀석이면 별 걱정 안하겠지만 두번이나 가출한 전력에다 그 가출 기간이 거의 2개월에 달하는지라,
더 이상 결석이 생기면 아예 유급이다.
바로 집으로 전화했더니 다행이 엄마가 받아서 늦잠을 자서 그러니 지금 바로 보내겠단다.
다행히 1교시 마치고 녀석은 왔고....
근데 전날 밤에 저희 집에서 다른 반 친구랑 같이 잤다는데 저만 오고 그 녀석은 아예 학교를 안왔다.
이유를 물어본 즉슨 그 반 담임이 머리를 해결해 오랬는데 그걸 못해서 혼날까봐 무서워서 안왔다는 것.
녀석의 머리 가히 폭탄이다.
나 역시 그녀석의 머리꼴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가 사자머리 + 안 빗어서 부스스 + 머릿결 엉망진창 + 이상한 파마로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그런 머리다.
교사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조차도 이해가 안간다고 하는 머리다.
그러나 어쩌랴!
녀석은 그런 자신의 머리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걸....
머리모양을 바꾸느니 학교를 안다니겠단다.
사실 담임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교사들도 포기상태다.
한쪽은 목숨걸고 머리모양을 사수하겠다는데 좀 보기싫어 거북한 정도인 사람들이 참아야지 어쩌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학생부다.
학생부 역시 교사개인이라면 그냥 인정해주고 말지 싶지만 위치가 위치이다 보니,
두발 단속때마다 이녀석은 봐주고 다른 아이들은 잡는다는게 불가능한 것.
그러니 아이는 계속 학교오기 싫다하고, 학생부는 학생부대로 난감하다.
그래서 내 생각은 이런 소모적인 두발단속은 아예 없애버리면 좋지 않을까?
우리 학교의 경우 지난 번에 있던 학생부장 선생님이 전교조 조합원이었던 관계로 아이들의 규제 조항을 참 많이 완화시켜놨었다.
그래서 여학생들의 경우 몇 녀석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두발 단속에 안 걸리는 편.
그냥 파마나 염색의 경우만 단속하는 정도다.
그럼에도 아이들과의 숨바꼭질은 늘 계속된다.
아무리 규제를 풀어줘도 그것마저도 벗어나고자 하는 아이들은 늘 있기마련....
담임으로선 참 할짓이 아니다.
죽어도 아침에 컬 넣어서 예쁘게 하고 싶다는 아이들이랑 티격태격하는 것!
그 속에서 내가 택한 전략은 그렇게 하고싶으면 뒷감당도 알아서 해라라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아이들과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안하고싶은게 제일 크다.
일면 무책임한 방법이기도 하다.
그냥 완전히 두발자율화를 시켜버리면 큰 일이 날까?
파마를 하든 염색을 하든 뭐 그리 큰일이겠나 싶다.
근데 사람 생각은 참 많이 다르다.
학교의 교사들도 반반쯤 된다.
더 이상의 자율화는 안된다는 쪽과 그냥 다 풀어주자는 쪽이...
근데 문제는 안된다는 쪽이 대부분 권력을 가진 쪽이라는게 문제지...
거기다 완전 자율로 하면 학부모들의 반대도 만만찮을테고....
항상 머리모양과 학업분위기를 일치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머리를 어떻게 하든 공부 안하는 애들은 여전히 안하고,
또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냥 그대로 다닐텐데 말이다.
이것도 내 생각일뿐인걸까?
하지만 한쪽은 그놈의 머리에 목숨을 걸고 있다잖은가?
그러니 덜 절실한 쪽이 그냥 양보하면 안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