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만에 TV를 켰더니 김광석 10주기 특집이다.
아이들이 온갖 소란을 떨어대는 통에도 옆지기와 난 빨려들듯이 TV앞에 앉았다.

옆지기의 김광석 사랑은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나도 꽤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옆지기에 비한다면 뭐... 한 반쯤 될까?

그가 죽기 전...
한창 날리던 시절.
그는 힘들던 우리 젊은 날의 든든한 친구였다.

옆지기는 마침 나온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면서 다 늦게 군대에 끌려갔고....
불투명한 미래에 시험준비에만 죽어라고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그럼에도 미역국을 두차례나 먹어야 했던 내게 김광석의 <일어나>는 한 번 더 용기를 내라는 속삭임이었다.
그래 뭐 그까이거..... 아직도 죽을려면 멀었잖아라면서.....

그가 죽던 날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만큼이나 꿀꿀한 청춘이었던 친구들과 후배들과 그날도 도서관이었다.
누가 전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김광석의 팬이었던 우리 모두에게 그날은 참으로 허망한 날이었다.
가까운 친구의 부음을 들은듯.....
가방을 주섬 주섬 챙겨 거리로 나온 우리들은 그냥 노래방으로 갔었다.
그날 몇시간이었는지....
목이 터져라 그의 노래만 불러댔던게....

지금도 그가 그립다.
녹두꽃을 부르던 앳된 그 모습과 목소리도,
뭐라 표현할 길 없이 마음을 달래주던 그 특유의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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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7-03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랑이 차에서 듣는 CD에 '일어나'가 있어요.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 하더만 저두 그 노래 들을때마다 짠 하네요....김광석 좋아하셨군요...

로드무비 2006-07-0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주기라니 그 사실에만도 놀랐지 뭡니까.
그의 노래는 아주 오래오래 남을 거예요.

바람돌이 2006-07-0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광석의 노래는 즐겁게 들으면 즐겁고, 슬프게 들으면 또 슬퍼지는 느낌이예요.
지금은 옛적 노찾사 시절의 첫번째 공연실황을 어디서 구할 수 없을까 고민중이예요. ^^

바람돌이 2006-07-03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그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또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요? 같이 나이먹어가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전호인 2006-07-03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어제 어는 TV에서 나왔데여???? 전 김광석 왕팬이랍니다. 애잔하게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넘 좋아여. 참 아까운 분이에여. 좀 더 좋은 노래 들려주셔도 될 것을.. 그분의 명복을 다시한번 빌어봅니다. 영면하셨죠?

날개 2006-07-03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0주기라니! 전 아직도 어제일 같아요..ㅠ.ㅠ

waits 2006-07-04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공연 실황 전체는 아니지만 '녹두꽃' 동영상은 어딘가에 있네요.
http://blog.naver.com/prismc/70000975255

바람돌이 2006-07-0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님/ 까~~아아아악~~~ 너무 너무 고마워요. 한마디 말에 이렇게 찾아주시다니.... 너무 좋네요. 오늘은 저보다 더 이 동영상에 목매는 옆지기한테 짜잔하고 보여줄래요. 간만이 능력있는 마누라님이 될거예요. 다 나어릴때님 덕분이예요. 감사합니다. ^^
날개님/저도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게 안믿겨져요. ㅠ.ㅠ 그래도 시간이 이리 흘렀으니 그저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거겠죠.
전호인님/KBS스페샬이었어요. 7월 2일 밤 8시 KBS1이었으니까 인터넷으로 다시 보기하시면 될 듯.... 저도 가끔 꿈을 꿔요. 제 젊은 날을 위로해주었던 김광석이 지금 살았다면 그의 마흔즈음에는 어떤 노래였을까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