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간만에 TV를 켰더니 김광석 10주기 특집이다.
아이들이 온갖 소란을 떨어대는 통에도 옆지기와 난 빨려들듯이 TV앞에 앉았다.
옆지기의 김광석 사랑은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나도 꽤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옆지기에 비한다면 뭐... 한 반쯤 될까?
그가 죽기 전...
한창 날리던 시절.
그는 힘들던 우리 젊은 날의 든든한 친구였다.
옆지기는 마침 나온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면서 다 늦게 군대에 끌려갔고....
불투명한 미래에 시험준비에만 죽어라고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그럼에도 미역국을 두차례나 먹어야 했던 내게 김광석의 <일어나>는 한 번 더 용기를 내라는 속삭임이었다.
그래 뭐 그까이거..... 아직도 죽을려면 멀었잖아라면서.....
그가 죽던 날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만큼이나 꿀꿀한 청춘이었던 친구들과 후배들과 그날도 도서관이었다.
누가 전했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김광석의 팬이었던 우리 모두에게 그날은 참으로 허망한 날이었다.
가까운 친구의 부음을 들은듯.....
가방을 주섬 주섬 챙겨 거리로 나온 우리들은 그냥 노래방으로 갔었다.
그날 몇시간이었는지....
목이 터져라 그의 노래만 불러댔던게....
지금도 그가 그립다.
녹두꽃을 부르던 앳된 그 모습과 목소리도,
뭐라 표현할 길 없이 마음을 달래주던 그 특유의 목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