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지나가는 날들이다. 정말 화장실갈 시간도 부족한....

3월도 반이 거의 지나가는데 서재도 제대로 못들어왔고, 책이라곤 소설 1권 달랑 읽었다. 서재 곳곳에서 이벤트가 벌어지지만 지금은 우정의 표시로라도 참가가 어려운...ㅠ.ㅠ

날마다 교과서와 참고도서들에 쌓여 수업교재 만들기에 정신없었고,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새로운 업무와 학급업무에 정신없는데..... 게다가 업친데 덥친격으로 작년에 내가 맡았던 업무를 인계받은 사람이 예전 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이다. 사실 2월에 난 내 업무를 파일로 모두 정리해서 다 만들어두었었다. (나는 전에 이런거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 처음에 우왕좌왕 하다가 헛시간을 얼마나 많이 보내게 되는지 알기에 꼭 만든다. 친절한 바람돌이란 말이닷..) 근데 이분은 내가 만들어준 파일은 절대 안펴본다. (사실 그 파일들만 보면 업무처리는 순서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친분을 미끼삼아 시시때때로 나를 부른다. 그리고는 무조건 순서대로 해보란다. 하루에도 몇번씩 불려가니 안그래도 바쁜 와중에 짜증이 슬며시 난다. 하지만 나는 친절한 바람돌이... 말은 못하고 그냥 해달라는대로 해준다. (사실 미치겠다.)

거기다 인터넷 열면 항상 올해 학급문고 책 선정하느라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게 일이었다. 어쨌든 그건 오늘 마무리지었다. 30권정도의 책은 새로 사고 7권 정도는 내가 가지고 있던 책들로 채우고 해서 아이들 숫자만큼 주문넣었다. 그리고는 오늘 학급문고 리스트 하나 만들고.... 근데 페이퍼 쓰는것보다 리스트 만들기는 훨씬 어렵더만....

새로 맡은 반은 작년하고는 많이 다르다. 아이들 머리가 커서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조용히 해라" 한마디만 하면 잠시라도 조용히 해주는 이 쾌감은 오랫만이다. ^^(작년 봉숭아 학당은 절대로 안해줬다)

그래도 새로 생긴 고민. 아이들 머리가 크니 저지르는 사고도 크다. 개학하고 딱 이틀 얼굴보고 사라진 S양. 큰 사고 하나 치고 가출중이다.  작년과 재작년에 담임 맡았던 분들이 모두 전출을 가셔서 아무도 내게 이녀석에 대한 사전정보를 주지 않았다. 난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아예 나타나지를 않으니.... 핸폰은 아예 받지를 않는다. 주변에서 들은 얘기로는 돈떨어지면 버스 정류장 같은 곳에서 아저씨들한테 차비없다고 천원씩 받아가지고는 찜질방 가서 잔단다. 이 얘길 들으니 길거리에서 위험하게 노숙안하고 찜질방이라도 가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한편 들면서도 돈떨어지면 들어올텐데 저렇게 푼돈이라도 생기닌 아예 안들어오는것 같기도 해 마음이 착잡하다. 어떤 애들한테는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장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종이짝에 불과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가진것도 없는 아이들한테는 이 졸업장이 그나마 비빌 언덕이 되기도 하는걸 많이 봐왔었다. 제발 사고를 쳐도 학교안에서 치고 그게 아니라도 학교는 좀 다녀줬으면 좋겠는데.... 얼굴을 봐야 뭔 말이라도 한 번 해볼게 아닌가 말이다.

다음주 쯤엔 숨은 좀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올 3월은 어쨌든 유난히 바쁘고 힘들게 지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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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3-1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바쁘시네요. 그 학생이 님의 맘을 알면 돌아올텐데요.안타깝네요.
저희는 담임선생님이 일주일만에 절박임신으로 2달 휴직을 하셨어요.학기초에 이런 일이 있으니 심란하더라고요.아이는 저 젊은 선생님이라고 좋아하지만요.^^

서연사랑 2006-03-1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 대. 공. 감.!!!
저도 바쁘고 힘들어서 입 안이 다 헐고 난리도 아니네요. 덕분에 서연이 얼굴은 하루에 10분 정도 밖에 못 본다죠. 새벽 6시 30분에 나와서 밤 9시, 10시에 들어가면 잘 준비를 하고 있으니...ㅠ.ㅠ
에휴, 3월아~ 빨리 지나가거라.
바람돌이님도 힘내세요~^^

아영엄마 2006-03-13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이시다보니 학기초에는 무진장 바쁘시군요. 장기간의 강행군(?)을 위해 건강도 챙기셔야 하는데.. 그나저나 가출소녀라니.. 그 소녀가 자신의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네요.@@

sooninara 2006-03-13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업장의 중요성..어려운 아이들일수록 더 필요한거죠.
제가 아는 아이는 의사 아빠덕에 검정고시 보고 대학 와서 잘 다녔지만..
그러기가 쉽지않죠?
3월..정말 정신 없으시겠어요.
제가 아는 분은(?) 뭘 몰라서 오히려 띵가띵가합니다만..ㅋㅋ

chika 2006-03-13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갑자기 고쿠센, 일본드라마가 생각나요. 거기에 나오는 3학년 담임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전원졸업'이라는거였지요. 종이장에 불과한 졸업장에 담긴 뜻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학생이 돌아와서 바람돌이님 사랑을 받았음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6-03-1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학기초에 아이의 담임샘이 바뀌다니....ㅠ.ㅠ 심란하시겠어요. 근데 학기초든 중간이든 어쨌든 담임이 바뀌면 선생은 심란한데 아이들은 뭐 별 생각이 없는것 같더라구요. ^^
서연사랑님/님이야말로 정말.... 올해 고3인가요? 저희집 서방이 님과 똑같은 페이스로다가.... 그에 비하면 저는 새발의 피입니다요. 어쨌든 5시면 퇴근해서 애들이 잠들때까지는 같이 있어줄 수 있으니....
아영엄마님/가출소녀들의 특징!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 안합니다. 누구도 그 아이에게 그것을 가르쳐줄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진진하게 고민하는 능력도 잃어버렸다는게 맞는것 같아요. 특히 중학생의 경우는.... 그나저나 얼굴을 봐야 얘기라도 해볼텐데 좀 답답하네요.
수니나라님/졸업장요? 돈많고 부모잘만났고 공부잘하고 뭐 이런 아이들한테는 없어도 되는거죠. 그리고 공부든 어쨋든 자신의 꿈이라도 있는 아이에게도 살기에 조금 불편해도 결정적인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말 비빌 언덕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아이들에겐 유일한 지지대가 되어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교에서 사고를 치든 어쨋든 일단 졸업을 정상적으로 한 아이들은 나중에 그나마 취직하고 철들고 해서 제대로 살아가는 것 같으니까요. 중학교에서 학교 그만둔 애들 중에는 잘못되는 아이들이 참 많아요.
치카님/저는 고쿠센은 모르지만 항상 제 목표는 똑같습니다. 한명도 안빼고 처음 받은 숫자 그대로 진급시키기, 혹은 졸업시키기..... 근데 이게 말처럼 안 쉬우니... 에휴....

진주 2006-03-13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화장실은 제 때 가셔야 함돠^^;;;;

바람돌이 2006-03-13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넵!!! 꼭 기억했다가 시간 맞춰 갑지요. ^^

클리오 2006-03-1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신랑도 갑자기 출근하더니 날씨까지 추워져서 요즘 비실비실거립니다... 날씨가 캄캄해지는걸 보니 또 눈이 오려나봐요.. 부산도 눈 오나요??

바람돌이 2006-03-1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오랫만에 학교 나가신거죠. 처음 한동안은 적응하느라 힘들겠네요. ^^ 부산은 왠만해서는 영하로 안떨어지니 이번 추위가 매섭긴했지만 눈은 안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