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2004.12.13 10:00 )

 
바쁜 주말이었다. 계획상으로 토요일 가족모임(동생 시집보내기), 일요일 회갑잔치 및 결혼식 참석......
역시 해아의 힘은 대단했다. 모든걸 무위로...
툐요일 할머니 집에 가서 잘 놀다 해아가 기침을 시하게 하더니 웩 하고 토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웩', 아빠가 방심한 틈에 이어진 공격, 옷을 다 벗어야 했다. 그래도 애들과 잘 놀아서 괜찮으려니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웩, 물만 먹어도 웩
혹시 장염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증세가 차이가 있어서 일단 재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해아를 보는데, 힘이 좀 없을 뿐이지(힘이 있으면 이상하지) 괜찮아 보였다.
근데 또 '물' 해서 물을 줬더니 또 웩한다. 안되겠다 싶어 일단 해아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엄마는 예린이를 씻기고, 밥을 먹이고 오라고 하고....
광혜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해아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여럿 누워있다. 해아가 불안한지 나를 꼭 안고 떨어지지 않는다. 체온을 재고, 사진을 찍고, 일단 탈수증에 대비해서(워낙에 웩을 많이 해서) 수액을 맞기로 했다.
아기에게 수액을 맞히는게 부모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간호사들은 알까? 발버둥 치는 해아를 꼭 잡고 그 작은 손에 수액 주사기를 넣는데....ㅠㅠ. 근데, 간호사 왈. "잘못 찔렀네요" 하며 다른 손을 찾는다. 애는 아프고 무서워 발버둥 치는데 곧바로 다른 손을 찾는 간호사를 막으며 "애가 잠시 진정된 뒤에 하죠"라고 말했다. 이 간호사 분명 처녀일꺼야.
수액을 맞히는 동안 해아는 두려움으로(생전 처음이니까) 계속 울며 내 품만 파고든다.
한동안 보채던 해아가 잠이 든 틈에, 가게로 뛰어가서 기저귀와 물티슈를 사서 장기전에 준비했다.
근데.... 엄마는 왜이리 늦는거지? 아침 점심을 굶은 채로 4시가 되어가는데. 하긴 예린이 챙겨서 나오려면...
드디어 왔다. 엄마와 예린이가. 때에 맞춰 해아도 눈을 뜬다. 예린이를 데리고 작은아버지 회갑연에 갈려고 하니, 해아가 울기 시작한다. 제 엄마한테는 갈려고도 않고 아빠만 찾는다.
뿌듯하다.^^.
할 수 없이 응급실에 남았다. 배가 고파 예린이를 데리고 나가서 근처 분식점에서 라면을 먹었다. 예린이를 좀 주고 나니, 왜이리 양이 적은거야?
라면을 먹고 들어가다, 예린이를 병원 문안에 있으라 하고 담배를 한대 폈다. 그리고 응급실에 예린이를 들여놓고 화장실에 들렀다 들어가니, 엄마왈, 예린이가 들어오면서 "아빠 밖에서 또 담배폈어요"하고 큰소리로 외쳐 응급실에 있던 사람들을 웃겼단다. ^^;
오후 7시반쯤 해아도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서, 수액을 뽑고, 집으로 데려왔다. 외할머니네로 가니 이제야 해아가 힘이 솟기 시작한다. 수액의 힘인지, 할머니의 힘인지.
해아를 두고 가라는 할머니 말에 마음에 걸리면서도 예린이만 데리고 집으로 와서 잘려는데, 예린이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놀아줘 아빠', 하긴 그 재미없는 병원에서 죽치면서도 징징거리지 않고 잘 버텼는데. 엄마아빠 놀이터를 한번 해주고, 예린이와 즐겁게 놀다가 10시쯤 잠이 들었다.
아침에 전화해보니, 다행히 해아는 멀쩡하다.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먹고, 전화로 '아빠'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근데, 해아와 뽀뽀를 많이해서 그런지 내 속도 좋지 않다 ㅡㅡ; 
 

응급실에서2  (2004.12.17 09:26 )
 
 
저녁에 처가로 가니 예린이는 잠들어 있고,
해아가 갖은 재롱을 부리고 있다. 에그 귀여운 것
해아와 노는 동안 여전히 예린이는 꿈나라. 한번 잠들면 좀처럼 깨지않는 잠 습관을 가진 예린이
저녁을 먹고, 잠시 쉬려는데, "아빠 예린이 울어요"하는 엄마의 말.
엄마는 아직 식사중.
뛰어가니..... 이런 예린이가 토하고 울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맘으로 예린이를 안고, 편하게 토할 수 있도록 했더니
오늘 뭐를 먹었는지 아빠보고 확인하라는 듯, 모두.... ㅠㅠ
머리를 만져보니 열도 있고, 이건 장염증세다.
예린이 잘 가는 소아과에 갔더니 간발의 차로 끝났단다.
할 수 없이 해아가 갔던 광혜병원 응급실로.
당직의사 하는 말, '이녀석 며칠전에 오지 않았나?'
"그때는 동생이 아파 놀러왔죠"
이래저래 검사를 하고 나서 의사의 진단
"목에 염증이 심한데, 이것이 장염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 것 같네요. 그래서 목 점막을 계속 자극하면서 토한 것 같습니다. 장염은 아닌 것 같네요"
휴~~~
주사한대 맞고(우리 예린이가 주사를 맞으면서도 울지도 않고 잘 참는다. 눈에 눈물만 맺히면서, 근데 이것이 참 맘이 아프다. 병원에 익숙해진 예린이가) 약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째 이녀석들은 병에 관해서는 이렇게 사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한놈이 걸리면 꼭 자기도 걸려야 한다.
어쨋든 가볍게 넘어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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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응급실 한번 데리고 가고 생색은......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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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2-0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바람돌이 2006-02-09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애들 아플때 전 왠만만 하면 담담한 반면에 울집 서방은 좀 호들갑입니다. 아마도 그게 저는 늘 병원에 애들 데리고 다니면서 좀 단련이 된게 아닌가 싶은데.... ^^

세실 2006-02-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그러고보면 딸기아빠님들이 참 가정적이예요~~
바람돌이님 부근은 더욱 그러하신듯 ^*^ 그저 부러울뿐입니다. 어흑.....

바람돌이 2006-02-10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성격문제인듯.... 원래가 저보다는 훨씬 다정다감한 성격이라 걱정도 저보다 많다죠. ^^

조선인 2006-02-1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응급실까지 가고! 정말 놀라셨겠어요. ㅠ.ㅠ

바람돌이 2006-02-12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그 응급실이 엄청 급해서 간거라기 보다는 시간이 늦어서 문을 연 병원이 없다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