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 -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고지훈 지음, 고경일 그림 / 앨피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내 수업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 나는 보통 '그건 지나치게 편파적인거 아니냐'라는 소리를 흔히 듣는다. 대립되는 양자의 관점을 다 제시해주고 스스로 판단하게 해야지 그렇게 일방적으로 한쪽의 관점에서만 얘기하면 그거야말고 세뇌고 주입이 아니냐고....

그래서 그런 말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저거 다 웃기는 짬뽕이시다. 흔히 사람들은 스스로가 아주 객관적이고 공평한 인간이기를 원한다. 그래서 균형된 시각을 갖추었다고 자부하기를 좋아하고..이건 흔히 가방끈이 평균보다 길수록 주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인데... 사실 자료하나를 두고 행간을 읽어내고 그 역사적 배후를 파악하고 그래서 그 속에서 올바른 관점을 찾아내고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아니다. (뭐 가방끈 길다고 또 이걸 잘하냐 하면 별로 그런것 같지도 않더라만...) 적어도 그런 분석이든 판단이든 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지식과 사회를 보는 눈과 인생의 깊이 뭐 이런것들이 갖춰져야 한다는거다. (참 나도 못한다. 그래서 그런 분석 잘 해놓은 책이라도 보고 싶은거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균형된 시각을 주장하고 객관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보통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쪽에서 보면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쪽에서 보면 저렇게도 볼 수 있다라니.... 그럴바에야 뭐하러 역사를 배우겠는가?

내가 흔히 하는 말은 사실 별거아니다. 대립되는 양자의 입장 제시는 나도 잘한다. 하지만 적어도 역사를 배운다면 이런 입장도 저런 입장도 있다정도에서는 벗어나야 하는거 아닌가?  "야 봐라 이 자료들을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건 자기 입장에 따라서 참 다르지? 그래서 이게 옳은 것 같기도 하고 저게 옳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이 둘의 입장을 뛰어넘는 정의와 올바름의 입장이란것도 있다 말이다. 자 다시 한 번 봐라. 누가 정의의 입장에서 올바른건지... 그러면 그게 옳은 입장이다."

제국주의의 문제 같은 것도 사실 요즘 아이들은 왜곡된 힘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래서 자기 나라의 국민이 잘살고 부강해진다면 다른 나라를 침략한 논리도 쉽게 받아들여버린다. 그런데 여기다 대고 그냥 제국주의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구가 다른 지역을 침략한 행위를 말하는거라고 하고 넘어가라고? 그게 무슨 객관적인 입장인가? 철저한 서구 제국주의의 입장이지. 이렇게 아무 가치판단의 기준을 갖지 못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아이들은 차라리 역사에 관심이 없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나마 다행일테고, 그렇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그런 입장을 온통 기억하고 세상에 나간다면 악몽이 되지 않을까?

내가 아이들에게 말하는 제국주의란? "너는 지금 너네 집이 잘 살아서 하루 세끼 배터지게 먹고 간식까지 먹고 있는데, 네 친구는 지금 3끼째 굶다가 겨우 급식으로 우유 1개를 얻었어. 근데 네가 그걸 뺏어먹겠다고 덤비는게 제국주의야!  인간이 그렇게 살면 되겠냐?"  보통 아이들은 웃지만 그래도 적어도 왜 역사를 배우는지에 대해서 딸딸 외우는게 역사라는 생각은 좀 벗어나지 않을까?

나는 역사가가 그리고 역사책을 쓰는 사람들이 더 나아가서는 제발 우리 국사교과서가 제대로 자신의 관점을 가지기를 바란다. 무조건 이것 저것 다 제시하는것이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제발 좀 벗어나줬으면 말이다. 학문의 객관성이란 사실과 자료를 모으고 그 사실과 자료들을 왜곡하지 않고 읽어내는 것에 있지, 그것을 해석해내는 일까지 객관적으로 해버리면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함으로써 세상을 부당하게 지배하는 편에 자기도 모르게 서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상은 근현대사쪽의 책으로 넘어가면 거의 자기검열까지 개입되면서 결국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는게 심해진다.

길게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 책의 저자가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고 자신의 입장을 아주 명쾌하게 신명나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나의 ?지식으로는 이 책의 저자가 역사자료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을 찾아내지 못했다. 고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가 읽기 쉽게 그러면서도 촌철살인의 유머들을 뻥뻥 구사하면서 인물들의 평가를 아주 멋지게 해내고 있다. 객관성의 숲으로 숨어들지 않는 작가는 그래서 당당하다.  심지어 이 책을 읽는 사람마저도 그 당당함을 같이 호흡하게 한다.

뭐 사실 읽어봤자 기분 나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는 알아봤자 얼굴에 똥칠하는 기분만 드는 인간들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는... 이런 대중적인 역사책속에서 이들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제대로 비판해냈던 책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 평가는 몇사람 찾지도 않는 전공서적이란 이름의 무더기속에서만 숨쉬고 있었으니.... 그런 전공서적이나 논문들 속에서 아주 잘 숨어있던 이들을 역사적 평가와 심판의 장으로 이제 내보낼때도 되지 訪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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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1-28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별 다섯..
벌써 올리셨군요. 역시~^^
전, 이 책을 보고 좀 당황해서..어떻게 써야 할지...그리고 머리가 갑자기 복잡해져서 끝까지 읽지도 못한 상황이랍니다(흐음....내가 쓰는 리뷰가 참 기대된다 증말....뜨업....ㅡ.ㅜ)

2006-01-2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연사랑 2006-01-29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쉽고, 이해 잘 되고, 막 사고 싶고.....바람돌이님의 리뷰를 제가 좋아하는 이유입죠^^

바람돌이 2006-01-31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역시 기존의 역사책과는 다른 어투가 조금 당황스럽게 느껴지는건 사실이예요. 근데 읽다보니까 금방 익숙해지더라구요. 그래 이런 말이 하고싶었어 하느게.... 님의 리뷰 정말로 기대됩니다. 빨랑 빨랑 올려주시라구요. ^^
속삭님/ 과찬이십니다. 뭐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애도 있고 안그런 애도 있고 모든 사람에게 딱맞는 방법이란 없는것 같아요. 글구 엄마 옷도 사주시다니... 저는 엄마 옷사드린 기억이 가물 가물.... 어머님이 좋아하셨겠어요. ^^
서연사랑님/좋아해 주시니 고맙긴 합니다만 지나친 과찬이신것 같아 몸둘바를.... ^^

클리오 2006-02-06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이제야 리뷰를 봤어요.. 제가 좋아했던 책을 바람돌이님도 좋아해서 좋아요.. ^^ 글고 개인적 입장을 벗어난 정의, 공정함... 정말 중요해요. 사실 객관, 공정을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이미 모든 것을 가져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재수없죠.. --;

바람돌이 2006-02-0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역시 책 취향이 비슷한건가요? ^^ 저기 저 재수없다는 말이 더 마음에 드네요. ^^ 건강하신거죠. 그래도 간간이 님을 뵐 수 있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