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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ㅣ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2
케이트 윌헬름 지음, 정소연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SF맞아? SF라고는 몇권 읽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읽는 책마다 책이 좋다 안좋다를 떠나서 이 장르는 나랑은 안맞는구나라는 결론을 늘 내리곤 했었다. 이 책 역시 반신반의하면서 읽을까 말까를 계속 고민하다가 무한정 추천을 해댄 알라딘의 누군가(진짜 누군지는 기억이 안나네요...)에 의해 책을 결국 들었다. 결과는 이렇게 멋진 소설이라니.... SF의 내공도 내가 알지못하게 넓고 깊다는 것을 깨달음.
하지만 여태까지 본 SF소설과 이 책은 좀 다르다. 물론 소재면에서 이 책은 인류의 멸망과 그 멸망을 예견한 몇몇 선각자가 종족의 보존과 생존을 위해 재난 이후의 삶을 대비하고 그렇게 건설된 세계는 복제인간의 세계였다는 것. 그리고 1세대가 그렇게 사명을 다하고 난 이후 복제인간들의 세상을 그려내고, 그것이 또한 한계를 다하는 과정까지의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그리고있다는 면에서 분명 SF는 맞는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소재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래야 다른 소설들처럼 기발할 것도 없고 그저 그런 온갖 영화에서 봐왔던 디스토피아들을 떠올린다면 별로 흥미로울 것도 없다. 이 책의 가치는 그런 이후의 사회의 모습이나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하는데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책의 아름다움은 세상이 어떻게 변하여도 미래를 열어가는건 인간이며 사랑이라는 것, 진부할 수 있는 이 주제를 새롭게 버무려놓은데 있을 것이다.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 빨리 읽고 싶은 마음과 하나 하나 주인공들의 감정의 미묘하고 섬세한 변화를 아주 천천히 따라가고 싶다는 욕구사이에서 내내 고민했었다. 인간의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SF라니...
세대와 세대를 연결시키며 인간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완성해가는 데이비드와 몰리, 그리고 마이크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 이들의 이름을 안고다니게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