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시간에 사회나 국사쪽의 수업은 교실이 좀 시끌 시끌한게 수업이 즐겁다. 잘 모르더라도 대답도 열심히 하고 가끔은 엉뚱한 얘기도 하고 그래야 수업에 활력이 돈다. 애들에게야 엉뚱한 얘기지만 또 그걸로 다른 얘기들을 풀어갈 수 있기 땜에.... 그래서 수업시간에 나는 항상 몰라도 생각나는 건 얘기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놈의 봉숭화 학당!!! - 내 입에서 처음으로 "모르면 대답하지마!" 소리를 나오게 한다. 수업시작하면 수업중에 시시 때때로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를 외치게 된다.  -좋은점 있나? 굳이 들라면 수업시간에 조는 놈이 하나도 없다는 것, 열심히 공부하느라? 그럴리가!  헛소리 한다고 또 낄낄대고 웃는다고 바빠서 졸고 있을 새가 없을 뿐!

그 절정 며칠전 동남아시아의 특색 수업시간.... 대략 동남아시아의 위치적 특성과 그로 인한 식민지화가 주 내용이었다. 먼저 지도를 내놓고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부터.... (중학교 1학년은 동남아시아가 어딨는지도 모르는 애가 태반이다. 가끔은 동서남북 구분이 안되는 애도 있다)

지도를 채워가며 열심히 있는 나라들 이름을 채워간다. 들어본 나라도 있고 처음 듣는 나라도 있고...그런데 말을 잇기가 힘들다.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농담과 질문들...

"여기가 싱가포르야! 진짜 코딱지만하지"

"어 선생님 코딱지가 그렇게 커요?" - 같이 웃고 넘어간다.

" 여기는 타이네!"

"무에타이가 저기서 나왔어요" "야 임마 무에타이는 태국이잖아!"  - 내가 끼어들 틈도 없이 두녀석이 열심히 토론 아니 말싸움 !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나의 소리지름 " 야! 타이랑 태국이랑 같은 나라야!" - 반 애들 다 뒤집어짐. 싸우던 두녀석 전세가 역전되어 다시 싸움. "거봐라 " 등등...

다시 수업을 하려는데 "근데요 선생님 무에타이의 무에는 그럼 뭐예요"

"나도 몰라, 너 다음시간까지 알아와! 수업 계속하자"

다시 수업 중 2분여 후

"근데요 샘! 학생증 잃어버렸는데 어떡해요" - 도대체 지금 이 질문이 왜나오는 거야! -약간 열받음

동남아시아의 식민지화 얘기하면서 마젤란의 필리핀에서의 죽음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근데 애들이 마젤란이 누군지 모른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 하니까 거의 다 손든다. 일단 애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애들이 잘아는 콜롬부스는 아니? 질문을 던졌다. 다같이 몇명만 빼고 "예" 그리고는 저희들끼리 또 토론이다. "야 콜로부스가 누군데" "거 있잖아 미국가서 인도라고 우긴 웃기는 사람!" "야 콜롬부스는 신기한 스쿨버스에 나오는 버스 기사이름 아냐? " "야 바보 아냐"등등 시끄러워 죽겠다.

어쨋든 다시 진압하고 수업계속..

중간 중간 계속 말도 안되는 질문과 저희들끼리의 토론... 샘누가 자꾸 집적거리는데요. 일러준 놈이나 고자질 당한 놈이나 말만 하고저희들끼리 또 말싸움- 조금 많이 열받음

절정은 유럽의 지리상의 발견시대로 이어진다. 세계지도를 펴놓고 유럽인들이 인도로 가려고 했던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고 처음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인도로 간 얘기다. 아프리카 남쪽에 와서 다시 질문을 던짐.

"오랜 항해 후 아프리카 남쪽에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유럽인들은 아 드디어 인도로 가는 희망을 발견했다 하면서 여기 있는 한 봉우리에 이름을 붙였어 그 이름이 뭐였게"

"산봉우리요" -나 기가 막혀 웃고 아이들 재밌어 웃고...

한판 더 참고 "음~~ 산봉우리는 맞는데 이름을 지어줬지"

"심수봉요" -애들 다 뒤집어짐. 뒤이어 그 답에 대한 품평회.

"진짜 그만해라 모르면 대답하지마!  이 봉우리의 이름은 심수봉이 아니고 희망봉이야"

"백남봉요" - 아이들은 웃겨서 뒤집어지고 나는 열받아 뒤집어짐

"나 안해, 너희가 수업 다해. 자 숙제다. 마젤란의 일생 조사 A4용지 2장, 서양인의 동남아시아 침략의 역사 A4용지 2장 다음시간까지 조사해올 것" 끝.

나 평소에 학교다 학원이다 끌려다니는 놈들 불쌍해서 저런 숙제 절대 안내준다. 아니 숙제 자체를 왠만하면 내지말자가 나의 신조다. 그런데 이게 뭐냐?

기말시험 막 끝나 모처럼 한가한 녀석들 뒷통수 맞고 경악하는 걸 보면서 한편으로 아니 전적으로 고소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사실은 고소하다.

내가 담임이다보니 이 녀석들 뒷감당이 무서워서 숙제는 잘해온다. 내용은 엉망이지만...

이정도 하면 다음 시간에는 좀 나아지려나... 글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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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7-03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바람돌이님은 좋은 선생님 맞다니깐요~
근데 그렇게 황당한 얘기가 나오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면 다들 진지해질꺼예요.^^

클리오 2005-07-03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읽을 때면 킥킥거리며 웃습니다만. 대략 난감합니다. 고등학교의 수업도 활기차게 이끌려 하다보면, 저렇게 봉숭아학당이 되고, 열받아서 진압시켜놓으면 다 잡니다. 정말 어찌해야 될까요... 흑흑...

chika 2005-07-03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읽으니 생각난 책이예요.

  이것도 추천도서요.

  책 선물하실때 메모해서 주시죠?

특별히 이 책에는 바람돌이 선생님의 추억이 있는 특별한 국가 이야기를 적어주셔도 좋을 듯 한데요?

아니면 ... 통일이 되면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지나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며

여행계획을 세워보라고 하는건 어때요? 넘 거창한가? ㅎㅎㅎㅎ


조선인 2005-07-0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하 그래도 기말고사까지 끝났는데 뒤통수는 심하셨어요. 쿠헤헤헤헤헤

날개 2005-07-03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 숙제가 좀 과하군요..^^ 근데, 왜 이렇게 재밌습니까..!!ㅋㅋㅋ

바람돌이 2005-07-03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별로 진지해질 전망 안보입니다. 4달간 공들인 결과가 이겁니다. 아마 2학년 올라가면서 이것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나아질겁니다.
클리오님/동병상련의 마음이겠죠. 근데 얘들의 특이함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죽거나 자지 않는다는 겁니다.
조선인님, 날개님/님들의 말을 들으니 약간 양심의 가책이....^^;; 아마 요놈들의 부모님들은 오늘저녁 숙제하는 녀석들 보면서 뭐 이리 심한 선생이 있냐고 신경질 내고 있을겁니다.^^;; 근데 요즘애들 이런 숙제 순식간입니다. 인터넷검색으로 끝내죠 뭐...

sooninara 2005-07-12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수봉과 백남봉을 안다니 대단한걸요?
그나이면 모를것 같은데..나 복숭아학당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