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MBC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경기도교육감 공약사항인데 그게 의회에서 예산안이 완전히 삭감되어 당장은 실현 불가능해졌다는 것.
무상급식 반대측의 논리는 딱 하나다.
왜 전체 무상급식을 하느냐? 잘 사는 애들은 급식비 내게 해야 한다. 잘 사는 애들까지 급식비 지원하게 되면 정작 지원받아야 할 다른 곳에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
일면 일리있어보이는 말이다.  
그런데 이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학교에는 당연히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에야 무상교육이니 실제로 내야 하는 돈은 급식비 정도이다.
하지만 한달에 3만원 내외의 이 급식비조차도 내기 힘든 아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요즘에는 오히려 증가추세다.
이 아이들에게 매일 매일 밥을 먹는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물론 요즘에야 아이들 앞에서 누가 급식지원을 받니 어쩌니 하는 망발을 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문제는 그것을 아이는 안다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몰라도 공짜로 얻어먹는 아이는 안다는 것.
그 어린 아이에게 급식 시간은 어떤 시간일까?
괜히 나만 공짜로 먹어서 많이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기분?
왠지 모를 주눅감 이런게 없으리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미 세상은 빈부격차 투성이다.
그런 세상에서 단 한곳 - 학교만이라도 아니 매일 밥을 먹는 그 시간만이라도 그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얻어먹는 아이, 돈 내고 먹는 아이의 차이가 없는 그럼으로써 급식시간은 모든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어야 하는거 아니냐 말이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이 나라의 경제능력이면 충분히 가능한 복지정책이며, 또한 당연히 시행되어야 할 정책이다. 

중학교에서 학기초면 급식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조사한다.
아이들에게 급식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며칠 뒤까지 개인적으로 선생님 찾아오라고 얘기한다.
요즘 아이들은 교무실을 무슨 지 놀이터처럼 생각하며 드나드니 교무실에 선생님 찾아오는 것은 뭐 그리 티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오지 않는다. 결국 담임이 학기초에 조사한 가정조사서를 기반으로 몇몇 집을 선정해 아예 부모랑 직접 통화한다고 일만 만땅이다.(전화해보면 정말 기가 막힌 사정의 집안들 투성이다.)
왜 아이들이 오지 않을까?
당연히 아이들의 자존심이다. 돈 겨우 3-4만원의 돈에 자존심을 팔고싶지 않은 것이다.
그들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다. 

돈이 없다고? 그 많은 예산이 어디서 나오냐고?
웃기지 마라
다른데서 끌어들일 필요도 없다.
학교에 얼마난 많은 눈 먼돈이 떠돌아다니는지....
방과후학교 바우처지원비라는게 있다.
방과후학교라는게 특히 중등이상의 경우 그저 사교육을 학교로 끌어들인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수강료를 학생에게 지원해주는 돈이다. 돈의 의도는 뭐 나쁘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급식비나  한 달에 2만원쯤 되는 학교운영지원금 지원때는 온갖 증빙서류 갖추라고 난리를 부리면서 실제 지원해 주는 학생 숫자는 학급당 1명 내지 2명이다. 
그런데 신청하지 않으면 안해도 되는 방과후학교수강료 지원은 신청자 대비 거의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증빙서류? 담임의견서 하나면 달랑 끝이다.
이거야 말로 본말이 전도된 거 아닌가 말이다.
정규교육을 위한 지원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 같으면서, 일종의 보충수업에 대한 지원은 이렇게 쉽다니....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 돈 제대로 다 못쓴다.
그런데도 실적은 있어야 하니 학교에서는 하기 싫다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방과후로 끌어들이기 위해 별 지랄같은 짓들을 다한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예산의 전형이다.
그 뿐이랴?
학력향상을 위해 요즘은 정말 무서울 정도로 돈이 내려온다.
그 학력향상이라는게 거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보충수업이 중학교로 내려온거다.
사교육없는 학교만들기 시범학교인가 뭔가는 학교당 지원비가 억대에 달한다.
물론 이 돈들은 부정이나 부패로 교장손에 들어가고 하는 것은 아니다. 워낙에 예산의 항목이 엄격하기 때문에 그런식의 부정이 저질러질 여지는 별로 없어보인다.(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렇다. 실제로 이런 류의 돈들을 집행해보고 하는 말이다.)
문제는 이 돈들이 과연 필요한 예산인가 하는것이다.
실제로 방과후가 반드시 필요한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런 예산이 일단 잡히면 무조건 다 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이 신청자지 필요없는 아이들도 하기 싫은 아이들도 무조건 잡아둬야 한다. 그로 인해 교사와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단 무시하고라도 저렇게 방만하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예산이 장난 아니라는 거다.  

그 외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데 또는 오히려 교육을 망치는데 들어가는 돈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한 -경제능력에 상관없이 - 지원은 곳곳에 널려있다. (요즘 공부잘하는 아이들이 어려운 형편인걸 찾기는 정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확률과 비슷하다)
거기다 내가 모르는 돈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이런 돈들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만해도 초등급식비 정도는 해결되고도 남을게다.  실컷 잘살고 공부잘하는 애들 지원 빵빵하게 해대면서 그래 급식비 무상지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사람은 밥으로만 살지 않는다. 때로는 밥보다 자존심이 더 무겁다.
그건 아이들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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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9-07-29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정말 거 개새끼들... 지방자치고 뭐고 다 죽여버리고 싶더군요.

바람돌이 2009-08-01 00:35   좋아요 0 | URL
그 말하는 입이 옆에 있다면 정말 입을 쭉 째고 싶은.... ㅠ.ㅠ

조선인 2009-07-2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소 옳소 옳소 기껏 공들여 교육감 투표했는데, 지들이 뭐라고, 이 0000!!!

바람돌이 2009-08-01 00:35   좋아요 0 | URL
정말 열심히 투표한 경기도분들 분통터질듯... 이 동네는 그나마도 없답니다ㅠ.ㅠ

네꼬 2009-07-2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는 게 욕밖에 없어요.

바람돌이 2009-08-01 00:36   좋아요 0 | URL
글쎄말예요. ㅠ.ㅠ

머큐리 2009-07-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뿌리하자고 했더니, 지방토호들이 별 쓰레기같은 짓거리만 하고 있네요...위건 아래건 없는 사람 생각 못하는 짐승들은 모조리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며...강력 추천합니다

바람돌이 2009-08-01 00:37   좋아요 0 | URL
강력추천은 추천이 몇개 달릴까요? ㅎㅎ
없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을 뽑지 못하는 이놈의 현실은 왜 가능할까 고민입니다.

마노아 2009-07-2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옳아요!! 백 번 천 번 지당해요. 저 있는 학교 1년에 1억씩 지원받아서 하기 싫다는 애들 억지로 교실로 끌어당기고 있는데 애들 다 도망가지요...

바람돌이 2009-08-01 00:38   좋아요 0 | URL
정말 뭐하자는 짓인지... 학교는 돈 내려온다 그러면 비명부터 지르지요. 그게 다 일인데 정말 보람없는 일이 대부분이니.... 일할 맛이 안나지요.

꿈꾸는섬 2009-07-2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뉴스 보고 분개했었죠. 밥이라도 마음 편하게 먹이면 큰일날까요? 게다가 학교에 눈먼 돈이 돌아다닌다니 정말 황당 그 자체에요.

바람돌이 2009-08-01 00:42   좋아요 0 | URL
한끼 먹는 밥에서조차 아이들을 주눅들게 하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이 아닐텐데 말이죠. 온갖 사업은 많은데 대부분이 딱 눈에 보이는 실적위주의 것들이니.. 교육의 성과란게 그렇게 쉽게 눈에 띄는게 아닐텐데 늘 눈앞의 실적에만 눈이 머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거죠.

BRINY 2009-07-29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는 초등이 아니라 고등학교인데, 올해는 담임의견서 낸 학생들은 100% 탈락이었어요. 작년에는 담임의견서만으로 100% 급식비 지원받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자존심때문에 신청조차 안하는 집도 있구요. 고등학교는 급식비 말고도 드는 돈이 정말 많은데...그런 집들 급식비 체납될 때마다 얘기하기 얼마나 곤란하지 몰라요, 그.들.은. 초등뿐 아니라, 중등, 고등 다 급식비 무상 지원이 필요합니다.

바람돌이 2009-08-01 00:44   좋아요 0 | URL
학교급식비지원이나 운영비 지원은 왜 그렇게 힘든지...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력이면 당연히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 돼야 되는게 원칙일텐데 말이죠.

Sati 2009-07-30 0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만아동의 체중조절 비용을 나라에서 대주기로 하지 않았나요?
경기도 무상급식 예산삭감과 관련해서, '관계자들'은 "어릴 때부터 의타심을 키워주는 것은 좋지 않다"류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정신분열적 정부라고나 할까...

바람돌이 2009-08-01 00:48   좋아요 0 | URL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가르치는거지 그게 무슨 의타심?? 하여튼 뚫린 입이라고... 아이들하고 얘기하다가 이정도는 국가가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야라는 말을 더 자주 해야 할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