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은 음악의 도시다.
아주 옛날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운거같다.
그런데 나는 막귀다.
뭘 들어도 좋구나하면 끝이다.
그럼 빈에 왔으니 막귀를 뚫을 교양을 좀 쌓아서 교양있는 여자로 거듭나는거다.
이게 내 계획이었고 열심히 조사한 결과 빈음악협회가 빈에 있는 극장 중에서 가장 음향시설이 좋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매년 1월 1일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 곳이고, 빈 필하모닉의 본거지이며, 이곳에서 빈필이 음반녹음을 하기도 한다는 곳이다
그래 이정도면 나의 교양 수준을 높여줄거야.
1월1일의 빈필 신년연주회는 1년전이 이미 예약이 끝나고, 다른 공연들을 봐도 뭘 알아야 선택을 하지...ㅠㅠ
그러다 선택한 공연이 임페리얼 필하모닉의 신년 갈라 콘서트다.
일단 저 필하모닉팀이 어떤 팀인지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연주를 할정도면 당연히 훌륭하겠지.
그리고 갈라잖아.
갈라콘서트라니 뭔가 좀 쉬울거 같고 아는 곡도 좀 나올거같도 딱이네...
어쨌든 중간쯤 되는 자리를 픽해서 티켓팅에 성공했다.
가자 교양있는 바람돌이 되러....

나름 부지런 떨어서 1시간 전에 도착했다.
미리 가서 공연장 사진도 찍고해야되니까..
여긴 가방이랑 두꺼운 옷은 안된댔으니까 옷부터 맡겨야 된다

아 그런데 지하에 옷을 맡기러 간 순간 경악했다
사람이 사람이..
옷 맡기고 화장실 다녀오는데 1시간 다썼다.
공연장이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인데 관객을 위한 동선 배려나 뭐 그런거 없다.
공연 보기도 전에 지치는 기분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착석
음 그런데 공연은 정말 멋졌다.
이 곳의 주 공연장 이름이 황금홀이다
진짜 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 공연홀에 압도당하고,
소리의 울림에 압도당했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 소리가 그렇게 생생하게 들리다니...
나는 막귀라서 시디나 음원으로 음악을 들어도 악기가 섞이면 다 뭉뜽거려져 들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든 악기의 소리가 다 들리는거다.
이곳의 음향은 정말 최고다.
이틀 뒤에 빈 국립오페라 극장에서도 발레 공연을 봤는데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는 공연이었다.
빈음악협회와 음향이 비교되지 않을정도로 음향면에서 빈음악협회는 압도적이다.

대체로 아는 곡들이어서 더 즐길수 있었고,
특히 솔로 바이올리니스트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은 그동안 내가 알던 곡은 진짜가 아니게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지휘자는 카리스마도 있었지만 유머감각 넘치는 쇼맨쉽으로 관객을 휘어잡았다.

그러면 나는 교양있는 여자 도전에 성공했는가?
중간에 피곤을 못이겨 졸아버리고 말았다.ㅠㅠ
역시 교양있는 여자의 길은 어렵구나...
아무리 좋은걸 들어도 늙어가는 몸의 피곤은 어쩔수가 없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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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1-07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주홀 이름이 황금홀인 이유가 있네요. 사진으로 봐도 황홏해요. 저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울려져 나오면 얼마나 더 황홀할까요.
왕이 있는 나라라서 필하모니 이름도 임페리얼을 넣어서 만들었군요.

바람돌이 2025-01-08 05:49   좋아요 0 | URL
연주홀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질정도로 황홀했습니다. 소리는 더 했고요.
임페리얼 필하모닉은 딱 연말 연시에 갈라 연주만 하는거같던데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어요. 검색해도 안나오더라구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5-01-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눈부셔요 온통 황금이네요! 교양인으로 거급나시는 중이시군요 ㅎㅎ

바람돌이 2025-01-08 05:49   좋아요 0 | URL
교양인이 될거같지는 않습니다.피곤해서 졸았다니까요. ㅎㅎ

희선 2025-01-08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장이 멋지네요 저기 표를 구하시기도 하다니... 소리가 좋게 들리게 만든 곳이군요 교양 많이 쌓으셨을 듯하네요 음악 듣기 전에 조금 지치기는 하셨겠지만... 천장도 멋집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5-01-08 05:50   좋아요 1 | URL
표는 오픈하자마자 예약했어요. 그나마 돈 좀 아껴보려구요. 같은 가격대에 기왕이면 제일 좋은 자리요. ㅎㅎ 건물도 음악도 멋지기는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