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는 상상이 안가시겠지만 CCTV가 설치돼 있다.
다른 신설학교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설치돼 있다.
CCTV가 비추는 곳은 학교 바깥의 각종 구석탱이들 - 아마도 여기가 주택가와 많이 떨어진 산 바로 아래에 외진 곳이라서 설치된게 아닌가 짐작을 하기는 하나 확실히는 모르겠고....(학교 주변에 진짜 산이랑 나무 외엔 아무것도 없다. 학교에서 내려가는 길 외엔 길도 없다. )

근데 이놈의 바깥 CCTV는 위험 방지용 내지는 대비용이라 치고
딱 하나 실내에 설치된 게 있으니 실내 체육관 겸 대강당을 비추고 있는 놈.
여기도 체육 수업 안하면 텅 비어 있고, 밤에는 외부 배드민턴 동호회들이 사용을 해서 그런가? 하여튼 별로 기분은 안 좋은데 있다.

그런데 어제 요놈의 CCTV가 위력을 발휘했다.
대강당의 커텐이 꽤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
이 커텐이란 놈이 굉장히 두껍고 무게도 장난 아닌만큼 고정 시설도 장난 아니게 튼튼하고 또 리모컨 하나로 걷히고 닫히는 자동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근데 그게 떨어졌으니 궁금할밖에....
일단 어찌 된 일인가를 알기 위해 CCTV를 돌렸더니 이놈의 애녀석들이 커텐을 타고 열심히 타잔 놀이를 한 것.(아아아아아~~~~ 나는 타잔!!! - 교복치마 입은 타잔!!)
하지만 교복을 입어 똑같아 보이는 녀석들의 얼굴 구별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누구인지를 잡아낼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지.... 선생들이 무슨 수사관도 아니고....

그러나 CCTV의 위력은 딴데 있었다.
바로 교실에서 "CCTV에 다 찍혔다. 타잔 놀이 한 놈들은 자수의 기회를 주겠다. 1, 2, 3....."
평소 같으면 우물거리고 안나올게 분명한 녀석들이 순식간에 총알처럼 튀어나왔다. ㅎㅎ
CCTV의 위력은 감시가 아니라 협박에 있었다.

결국 녀석들은 어제 하루종일 온갖 구박속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

요즘 우리 학교 아이들이 심심한가보다.
우리반 아이들은 며칠 전부터 서로 귀뚫어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귀걸이 뒤쪽으로 무지막지하게 쑤셔서 귀를 뚫는 것. 제일 많이 뚫은 녀석이 6군데를 뚫었더만....
대부분이 귀가 퉁퉁 부어서 피 찔찔 흘리며 다니고....
역시 담임의 가혹한 탄압과 구박으로 일단은 진정국면....

심심하면 어쩌겠나? 저리라도 풀어야지...
선생들 구박이야 뭐 어차피 잠시 지나가는거 아니겠는가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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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8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9-18 15:37   좋아요 0 | URL
근데 커튼의 높이가 좀 있기 때문에 사실 돈보다도 안전문제가 좀 있어요. 재수없으면 엉덩이 금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높이예요. 그래서 일단은 우리끼리는 웃고 아이들 앞에서는 무지하게 겁주고.... 뭐 사는게 그런거죠. ^^

마늘빵 2007-09-18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하하하. 씨씨티비에 다 찍혔나 알아서 나와라. 크크.

바람돌이 2007-09-18 21:42   좋아요 0 | URL
보통 나오는데 아무리 못걸려도 5분정도는 걸리는데 말입니다. 아예 안나오는 수도있구요. ㅎㅎ

내오랜꿈 2007-09-18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여기서 CCTV는 애들에게 이미 '권력'으로 작용하고 있네.

자기 안에서 감시자의 눈빛을 느끼는 자의 체념을 동반한 복종!

바람돌이 2007-09-18 21:45   좋아요 0 | URL
전에는 우리학교 교문에 있는 학교이름을 변조시킨 녀석들도 있다죠... 그게 학교이름이 받침만 빼면 아주 야시시한 이름이 되는 관계로... 뭐 그때도 cctv돌려서 누가 그랬는지는 알아냈지만 그냥 모른척하고 우리끼리 웃고 넘어갔습니다만... 여기가 워낙에 외진 곳이라 주차장이나 외부쪽은 CCTV 설치가 이해가 갑니다. 근데 대강당은 좀 그래요. 근데 저녁에는 외부인들이 쓰니 있어야 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고... 하여튼 좀 그런데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어요.

마노아 2007-09-1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시보다 협박 기능이 우수한 CCTV^^;; 평범하지 않은 에피소드예요^^ㅋ

바람돌이 2007-09-18 21:45   좋아요 0 | URL
그건 그래요. 일단 CCTV 설치된 학교가 얼마 안될테니... ㅎㅎ

BRINY 2007-09-1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사실 저도 CC TV있음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여러번 있다는 걸 고백합니다. 남자애들이 어찌나 물건을 부수는지 말이죠. 시험 다음날 아침에 천장에 선명하게 신발 자국이 나있고 천장 패널 여러개가 부서져 있는 걸 발견했을 때, 플라스틱 사물함의 1/3이 밤새 테러당해 부숴지고 내용물이 분실되었을 때(왜 싸구려 플라스틱 사물함을 쓰는지! 교체비용이 더 들어요!), 교실 문고리가 없어졌을 때, 주변 동네 주민들로부터 애들이 월담해서 담배피우다 간다는 고발전화가 왔을 때...챙피하지만, 너무 많아요... 휴...

바람돌이 2007-09-18 23:23   좋아요 0 | URL
남자애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니까요. 여자애들은 은근 짝짝 속썩이는데 남자애들은 그냥 악 소리가 나오죠. 근데 저희 학교도 위에 말한 공간을 제외하고는 없습니다. 정말 생긴다면 인권문제로 난리가 나겠죠? ㅎㅎ

프레이야 2007-09-19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위력 대단하긴 하대요.ㅋㅋ 저도 그걸로 주차장에서 차 받고 간 여자 잡았잖아요.
그나저나 아이들이 참 어지간히 갑갑한가 봅니다.
귀뚫는 건 생각만해도 오싹오싹 어질어질... 저 그거 하다 완전 기절할 뻔 했거든요.
몇 년 전 일이네요, 벌써..^^

바람돌이 2007-09-19 10:16   좋아요 0 | URL
저도 귀뚫는거 한지 얼마 안됐는데 아이들은 귀 하나에 4-5개씩 구멍을 뚫어놨더라구요. 용감한건지 무식한건지.... ㅠ.ㅠ

BRINY 2007-09-1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뚫는 얘기 하니까, 제가 전에 여자중학교에 있을 때, 안전핀으로 서로 귀 뚫어주고, 코 뚫어주는 애들이 있었답니다. 그걸 감춘다고 반창고 붙이고 다니다 더 눈에 띄어서 걸려 혼나고, 제대로 소독도 안해서 그러다 덧나고..어휴, 무서운 애들이여요.

바람돌이 2007-09-19 10:17   좋아요 0 | URL
코도 뚫는다구요. 더 용감한 아이들... 근데 애들이 이렇게 뚫으면 소독도 제대로 안하고 해서 덧나는게 더 큰 문제잖아요. 에휴 나중에 고생하고 후회할 생각은 못하는 아이들.. 그래서 아이들이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