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1장 - 창조산업의 핑크게토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성별화된 창의성 - 김애라


1980년대 이후 창의성은 기존의 예술, 철학, 학문의 영역에서 경영, 경제의 영역으로 이동해갔다. 

기업이 창의성을 기업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취급하기 시작하고 이런 기업경영을 국가경영이 모방하면서 창조산업이라는 신조어가 발생하게 된다. 

또한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이 여성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는데 이는 여성적 특성이 강조되던 서비스 노동의 정서적 요소나 소통의 요소를 많이 공유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1인 미디어의 등장과 함께 사적인 혹은 여성적인 영역으로 여겨져온 쇼핑, 육아,외모관리 등이 중요 콘텐츠로 등장하고 정보, 데이터라는 지위를 가지기 시작했다.

여성의 경험과 생각이 지식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여성들의 일상과 경험이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즉 공적인 영역과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에서 여성들이 유독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는 플랫폼 개발이나 경영이 아니라 광고 홍보 역할을 해내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영역이다. 그러면서 이런 분야에서 핑크게토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여성의 창의 노동이 자신이 자신의 여성화된 지식과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그것이 수용되는 방식에서는 주로 소비 상품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꾸며짐으로써, 전통적인 남성 생산자/여성 소비자라는 구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노동에서의 성별분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심미노동 분야 같은 곳에서 예전과는 다른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성별분업이 유지되고 있다.

결국 핑크게토의 확대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등장은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위치에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의 여성적이라고 여겨져온 분야를 위반하고 확장함으로써 젠더의 경계에 균열을 내는 크리에이터 역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경향들이 어떤 쪽으로 더 발전해나갈지는 아직은 지켜봐야할 듯하다.



제3부 2장 - 여성 게임 개발자로 살아간다는 것 - 이종임


장시간 노동의 문제, 회사 조직 내에서 여성 개발자로서 겪는 어려움 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어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 새로운 이슈다.(281쪽)


와 진짜 여성 게임 개발자로 산다는 것의 다른 어려움들은 익히 예상하던 바였지만 페미니즘 사상 검증까지 요구된다는 것은 정말 놀랍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게임개발 여성노동자뿐만 아니라 게임참가자에게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남성 소비자가 많은 게임 산업구조가 이런 검증을 강요하는 것이겠다 싶으면서 여성이 여성답게 살고자 하는게 정말 얼마나 어려운 결단을 요구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또한 많은 남자들이 자신이 신체적, 또는 숫자에서 우위를 점하는 공간에서는 얼마나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사하는지를 입증해주기도 하고 있다.


제3부 3장 - 사이버 성폭력에 맞서 싸우기 : 불법 촬영물을 중심으로


'야동'의 가장 큰 문제는 '야동'의 상당수가 불법 촬영물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남성들의 통과의례나 놀이문화로 간주되는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이버 성폭력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법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성폭력영샹을 제조, 반포하는 행위를 '성푹속에 의한 죄'로 분류하는 것부터 '성폭력 범죄'로 고쳐져야 한다. 또한 성폭력 피해 촬영물 유포 협박을 받는 경우, 현재는 협박죄로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이것은 성폭력의 단계로 인정되어져야 하고 성폭력차원에서 처벌이 되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영상을 찍고 유포하고 다운받는 것이 모두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뿌리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실질적인 법개정과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법개정과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피해자는 계속 불안과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하고, 심지어 피해자가 자살할 경우 피해자의 동영상은 유작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은 다운로드를 유발한단다.

이런 디지털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데에는 불법영상 업로더들-웹하드- 광고업체들(도박, 성매매, 디지털 장의사 등) -필터링 업체로 연결된 이들의 카르텔 의혹도 존재한다. 

돈이 되는 곳에는 어떤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되는 불법영상들을 삭제하는데 이들이 적극적일 수 없으며 오히려 한 발씩을 다 걸치고 있을 거라는걸 짐작하는건 어렵지 않다.

이 글을 읽고 그저 조용히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갔다.

가서 활동내용들을 둘러보고 소액이지만 후원신청하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제가 지금 휴직중이라 금액이 적어 미안해요. 나중에 복직하면 후원금액 올릴게요. 



디지털콘텐츠 생산과 소비에는 성별이 주요하게 매개되고 있다. 성별에 따른관심사와 경험이 디지털 콘텐츠 생산과 소비의 자원이 되고 있다. 이는중립적으로 보이는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성별화되어 있음을보여준다.  - P240

90년대 후반, 문화산업이 여성과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여성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분야로 관심을 받아온 이후로 오늘날 여성들의 서비스노동은 창의 산업에 더 빠르게 접합하고 있다. 서비스 노동은 대표적인핑크칼라 노동으로 실상 창조산업의 정의에 부합하는 영역은 아니다.
화장품이나 의류판매원, 카페나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등의 서비스 노동자들은 오히려 ‘창의계급‘ 이미지의 노동자로부터 멀리 있다. 하지만창조산업 담론과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매개로 미용, 쇼핑, 패션 분야의핑크칼라 일부 영역들은 지금 온라인 미디어 콘텐츠의 형태로 진화하고있으며 마케팅과 컨설팅의 영역으로 보다 분명하게 이동하고 있다.  - P246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공과 사의 경계에 대해서 질문했던 페미니스트 역사 속에서 오늘날 여성의 경험과 생각이 지식으로서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은 더 이상 여성들의 경험과 일상이 정치적인 경제적인, 사회적인, 즉 공적인 영역과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음을 재차 보여준다. 1인 미디어를 통해 여성들의 경험과 생각은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더 많이 공유되고, 퍼져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 P251

많은 경우 여성 크리에이터들은 창의 노동을 잘 수행하기 위한 자질의 계발을 위해 여성화된 경험과 지식에 의존한다. 여성들은 이른 소비경험과 외모꾸미기 문화 속에서 이를 노동의 전망으로 인식한다. 소비와 외모 가꾸기와 관련한 많은, 또 다양한 경험들이 곧 ‘재미있으며 좋아하는 일‘로 범주화된 소위 여성적 콘텐츠 생산에 적합한 노동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해주는 것이다.  - P255

또한 여성 크리에이터들이 주로 포진해 있는 뷰티, 쇼핑, 키즈 콘텐츠에서는 주로 소비 상품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내용이 꾸려진다.  - P256

이런 장면은 남성 생산자/여성 소비자라는 전통적인 구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여성성과 쇼핑 사이의 관계를 계속해서 구축한다. 소비자로서 여성의 이미지는 근대 이후 공고하게 구축되어온 역사 속에 있다. - P257

21세기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구조화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소비와 시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뷰티나 라이프스타일, 쇼핑 등을 다루는 콘텐츠들에서 매력적인인물이 되는 것에 관한 사실은 여성성에 관한 특정한 필요와 욕망은 주로는 소비를 통해 충족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된다. 소비와 소비 상품이여성성의 획득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는 여성적 삶과 체험이 여전히 소비의 영역에 존재하고 있음을 가시화한다.  - P258

디지털 기술을 통한 새로운 정보 양식은 실제로 여성들에게 스스로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것을 가능케 하는새로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때 여성들이 생산자로 등장하는 장면은 많은 경우 소비 상품을 매개로 자기를 전시하고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즉 소비와 소비 욕망을 생산하는 장에서이다.  - P263

장시간 노동의 문제, 회사 조직 내에서 여성 개발자로서 겪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게임 플레이어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페미니즘 사상 검증이새로운 이슈다.  - P281

 젠더화된 성폭력 문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사이버 공간으로 확장됐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젠더 권력하에 ‘야동‘으로 소비되고 있다. ‘야동‘의상당수는 불법적으로 촬영되어 마구 살포되는 성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통과의례나 놀이 문화로 간주되어왔다. ‘야동‘으로 유통, 소비되어온 불법 영상물은 여성혐오의 대표적 사례다(홍남희, 2018)  - P301

사이버성폭력은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당연시 여기면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젠더 기반 폭력‘이다. - P306

사이버 성폭력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사이버 공간 내 성적 괴롭힘이다. 이를 가부장적 성문화의 시각으로 설명(남정림, 2005) 할 수도 있지만 여성혐오가 근간이 된다.  - P306

 여성 철학자 케이트 만(Kate Manne, 2017)은성차별과 여성혐오를 구분하고 성차별이 가부장제에서 남녀간의 불평등한 권력을 정당화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관념으로서 보살핌, 돌봄, 감정적 지원을 위해 여성을 규정하는 것이라면, 여성혐오는 성차별의 치안 권력police force이라고 말한다. 여성혐오는 성차별을 위한 일종의 집행 전략으로서 성차별과 더불어 작동한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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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03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핑크게토의 확대와 여성 크리에이터의 등장은 문화적으로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위치에 있다... 저는 이 부분 보면서 제가 ‘참고‘했던 뷰티 유투버, 그리고 화장품 광고 블로거들 떠올랐거든요. 저는 그 시장이 무척 커서 놀랐고요. 그리고 그 때 제 생각으로는.... 자기가 좋아하는 (화장과 꾸미기를 잘하고 좋아하는 여성들도 많으니까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이 글 읽으면서 다른 면도 보게 되서 참... 민망하면서도 부끄럽고 그랬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홈페이지... 저도 들어가 볼게요. 바람돌이님의 실천, 너무나 존경스럽고요. 저도 그대로 따라하고 싶어집니다.

바람돌이 2022-10-03 15:34   좋아요 2 | URL
지금도 여전히 화장품을 바꾸거나 할때는 뷰티 유튜버나 블로거 찾아보면서 찾고는 하는데 그것 자체를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요. 그리고 또 그렇게 돈을 버는것도 마찬가지고요. 우리가 지나친 엄숙주의나 도덕주의로 갈 필요는 없잖아요. 뭐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
실천이라고 하면 너무 부끄럽고요. 사실 얼마의 돈을 후원하고 그냥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는거같아서 저는 오히려 민망합니다. 그래도 이런 후원같은걸 얘기하는건 그나마라도 같이 해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뭐 그런 생각에서이고요. ^^

공쟝쟝 2022-10-04 11:18   좋아요 2 | URL
돈 뭘까.. 돈 뭘까요? 저 번에 동생과 나눈 글에도 잠깐 썼지만 젊은 여성들은 그런 소비문화에 대해 그것이 ‘비용‘이라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고 그(소비 행위)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하다 보면 느니까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 을 통해서 돈을 버는 커리어로 만들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상 소비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비건 제품 같은 윤리적 소비를 하려고 하고, 그런 방식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고요.
보다 중요한 건 강남역 등 이후로 여성들의 꾸밈‘비용‘ (정말로 이걸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건 좀 중요해요 ㅋㅋ)을 많이 덜어져서 실제로 미용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는 거예여.
음 뭐랄까.. 저도 핑크게토 이부분 진짜 유의미하게 읽었고... 젊은 여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는데.... 이 책 어디에 있었는데 기억이 잘 안나는 데... 여하튼 이런 시장을 나르시시즘이 아닌 임파워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여성들 스스로에게 분명히 있고... 그러니까 음 괜히 두분 사이에 껴서 말 얹어보고 싶어서 쓰는 글이라 .... 정리는 안되는 데..
결론. :
바람
돌이님 이 페이퍼 정리 정말 잘되어있어서 책 한번 더 읽는 것 같은 귀한 시간였습니다!ㅋㅋ

바람돌이 2022-10-04 17:06   좋아요 1 | URL
이 책이 2018년에 나왔고, 벌써 4년전이네요. 그동안에도 유튜버같은 미디어분야에서 핑크게토화의 현상은 오히려 확대되었고 경쟁도 더 심화되었다는 느낌인데 이게 참 제가 잘 안보는 분야라서 확신하지는 못하겠고요.
다만 여성들이 자신이 잘하는 분야로 돈을 버는 것 괜찮아요. 다들 그러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돈을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그럴수는 없는거고요. 돈 좋아요. 제가 밥먹고 우리 아이들 입에 밥 넣어주고, 그리고 원하는 책을 사볼 수 있고 말이죠. 앗 남편도 먹이는구나....ㅎㅎ
다만 여성의 활동이 이런쪽으로만 고정되어 버리는게 문제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분야에서 후속 연구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고 있다면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네요. ^^

제가 머리가 이제는 기억을 못해서 정리겸 쓰는건데 칭찬 감사해요.
아 정리해서 리뷰도 쓰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