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탐사선을 탄 걸리버 - 곽재식이 들려주는 고전과 과학 이야기
곽재식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격적인 과학 서적을 읽기에는 기본 소양이 많이 모자라고,

그럼에도 또 호기심은 있어 과학서적을 기웃거리나 대부분 실패하고, 그리고 절망하고,

난 안돼를 연발하면서 머리카락이나 쥐어뜯는 나같은 천생 문과생도 이 책은 읽을 수 있다.

그것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일단 가장 좋은건 문과생이 좋아하는 고전과 역사들을 재료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과학 몇 스푼이 딱 맛을 내는 감미료처럼 뿌려진다. 

그러면 음식맛은 음...... 당연히 맛있어 진다.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의 원형 우트나피슈팀의 방주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다른 지역의 여러 신화에서도 널리 회자되는 것은 이런 식의 대홍수가 이 시기 언제인가 있었을 가능성이 많았다는 것일거다.

그러면 작가는 살짝 지구의 기후 이야기로 옮겨간다. 

빙하기의 종말이었으면 어쩌면 이런 규모의 대홍수가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것.

지구는 아주 미세하지만 비틀거리면서 움직이고, 이 움직임 때무에 태양빛을 많이 받는 시절 또는 덜 받는 시절을 맞이할 때가 있어, 이것이 오랜동안 쌓이면 지구의 기후가 크게 바뀌기도 한다는 이야기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리고 빙하기의 종말 - 해수면의 상승과 기후의 온난화가 겹치면서 대규모의 홍수를 유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트나피슈팀의 이야기는 대홍수로 세상이 멸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 후의 세상에서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늘어나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는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는 해석을 덧붙인다.

문과생은 생각하기 어려운 해석으로 나같은 독자에게는 새로운 눈을 떠게 해주는 해석이다.

아 역시 다른 지식은 다른 눈을 뜨게 해주는구나 하고 감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연결이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어서 가끔은 연결에 무리가 있거나 지나친 일반화로 인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중국의 소설인 <수호전>을 다루면서 이 소설이 나오는 배경인 송대의 경제발전을 연결시키는데, 이 송대의 경제발전을 '점성도'라고 하는 가뭄에 잘 자라는 벼품종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하고, 이것을 다시 주희의 성리학이 등장하는 배경으로 직결시키는 것이다.

그것을 만약 베트남에서 건너온 점성도라는 벼품종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인들이 전통이라고 생각하는 성리학 문화도 생겨날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바로 선언해버린다. 

경제발전이라는 것은 온갖 다양한 요소들의 합작품이다. 북방유목민족에 밀려 남쪽으로 밀려갈 수 밖에 없었던 송왕조가 어쩔 수 없이 강남지방을 본격적으로 개발할 수 밖에 없었던 정치적 상황, 그에 따라 선택된 벼의 품종- 베트남에서 온 점성도가 없었다면 그들은 그에 맞는 또다른 품종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냈을 것이다. - 이모작, 삼모작이 가능한 기후환경, 나침반의 발명 이후 바닷길을 이용한 상업 무역의 발달..... 이 모든 것들을 한가지 벼의 품종으로 선언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 된다.

또한 성리학이란 학문 역시 송대의 경제발전에 어느정도 기대고 있는 것은 맞지만 더욱 본격적인 등장배경은 북방유목민족에 쫒겨난 중국 한족의 문화적 자존심을 주된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과장된 선언적 단정들이 나타날 때마다 책을 읽다가 살짝 깬다고 할까? 


또 하나 230페이지에 조선의 증기기관 발명시도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조선의 김기두라고 하는 기술자가 증기기관으로 운행하는 배를 만들었는데 석탄 대신 숯으로 배를 움직여서 결국 실패햇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는 이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고, 흥선대원군의 명령이었다는 기록만 있어 조선이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 조선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없지 않았을까라는 말을 전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사실상 조선이 기술에 관심이 없어서 기록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조선이 증기기관으로 가는 데 사용한 엔진은 그 유명한 제너럴 셔먼호의 엔진이다.

평양에 식량을 구한다고 들어왔던 미국의 상선 제너럴 셔먼호가 평양항구에 상륙후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고 사람들을 살상하자, 열받은 평양주민들이 배를 급습하여 불태우고 선원들도 모두 죽여버린 사건이 제너럴 셔먼호 사건이다.

일은 벌어졌고, 이것을 수습해야 하는 평양감사 박규수는 정말 난감햇을 것이다.

나쁜 놈들이긴 하지만 남의 나라 상선과 선원들을 모두 불태우고 죽여버렸으니 잘못하면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를 대사건인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은 조용히 묻히고 함구령이 내린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았던 박규수는 제너럴 셔먼호의 엔진과 남은 부재들을 중앙으로 올려보내고, 흥선대원군은 이것을 이용해서 서양의 배와 같이 빠른 배를 한 번 만들어보라고 한 것이 저 사건인 것이다.

물론 실험은 실패했다.

아무런 기술적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엔진을 이용해 배를 가게 하긴 했는데 연료를 뭘 써야 할지를 몰랐던 조선에서는 그나마 높은 열을 내는 숯을 열심히 땠던 것.

배는 가기는 가는데 한시간 동안 몇십미터쯤 움직였다고 하니 실패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실험이나 결과, 과정은 제너럴 셔먼호사건이 비밀이었으므로 절대 기록에 구체적으로 남길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과정은 다음의 세가지 과정을 반복한다.

이 두가지를 연결하다니 참신한데! 여기에 이런 과학이 숨어있단 말야? 와 신박하다!!!

아 이건 좀 무리가 있는 연결인데? 좀 억지스럽지 않나?

에이 이건 역사지식이 좀 부족한 것 같아. 다른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2-09-13 01: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포스팅 제목을 천재 문과생으로 읽었습니다 😊
역사 신화와 연결시킨 과학 흥미가득
이제 화상탐사선엔
걸리버 닮은 AI가 탑승🙊

바람돌이 2022-09-15 12:40   좋아요 2 | URL
앗 그렇게 읽으셨으면 그냥 계속 천재로 기억해주시길...... ㅎㅎ
이 책은 과학을 잘 아는 사람은 읽으면 심심할듯요. 저처럼 진짜 문외한인 사람은 재밌게 읽었습니다.
걸리버 닮은 AI 기대되네요. ^^

stella.K 2022-09-13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꽈엔 도통 문외한인 저 같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군요.
곽재식 좋아하긴 하는데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네요.
요즘.책 많이 읽으시네요.
명절 잘 지내셨죠?^^

바람돌이 2022-09-15 12:41   좋아요 2 | URL
저도 진짜 문외한인데 재밌게 읽었습니다. ^^
이분은 유튜브나 팟캐스트로도 유명하시더라구요.
요즘 어쨌든 억지로라도 집에서 쉬고 있으니 책은 열심히 읽어지네요. 스텔라님도 즐거운 명절 되셧기를요. ^^

mini74 2022-09-13 12: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약간의 갸우뚱~ ㅎㅎ 뭔지 알거 같아요 바람돌이님*^^* 문과생도 읽을 수 있지만 문과생이기에 찾아낼 수 있는 모자란 부분이 있는거 같아요 ~~ 이 글 곽재식 작가님께 보내드리는 거 어떠세요. 아주 좋아하실거같아요 바람돌이님 *^^*

바람돌이 2022-09-15 12:42   좋아요 1 | URL
보다가 갸우뚱???? ㅎㅎ 작가님께 보내라고요? 아휴 미니님 저 부끄럼도 많고요. 낯도 가리고요. 감히 이런 생각도 잘하고요. ㅎㅎ
그냥 여기서 저런 얘기 쓸때도 쓸까 말까 고민 백번쯤 하고요. ㅎㅎ

희선 2022-09-14 0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사를 잘 아시는 바람돌이 님은 역사를 알아서 조금 억지가 있다는 것도 아셨군요 홍수 이야기, 지금 일어나는 일과 비슷할까 싶은 느낌이 들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지 않아야 할 텐데... 재미있게 보기에 좋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9-15 12:43   좋아요 1 | URL
어쩌다보니 제가 알고 있는 부분이 나온거네요. 머나먼 저 시절의 홍수나 자연 재해는 그야말로 자연의 사이클이었다면 지금의 기후위기는 우리 인간이 자초하고 계속 앞당기고 있다는게 문제겠지요. 그래서 더 위험한.....
자연과학쪽은 뭐라도 공부를 하다보면 이 지구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을수가 없는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