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땡볕 더위에 사생대회를 갔었다.
뭐 덕분에 일찍 마쳤으니 좋긴하다만...
아이들 돌아오기 전에 밀린 청소를 좀 하자 싶어 잠시 집에 들렀다.
그런데 아뿔싸!
엘리베이터가 정기점검중이라며 떡하니 멈췄다.

순간!
어 집에 못가겠네? 동생네 집에 가서 애들이나 기다려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 짧은 순간 내 머리를 스쳐간 첫번째 생각이다.

다음 순간 참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지
갑자기 맥이 빠진다.
12층까지 계단을 한칸 한칸 오르며 인간의 습관이란게 참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
편리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라는 기계에 어느덧 내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길들여져 있었던게다.
멀쩡한 두 발을 두고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아예 올라갈 수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다니....

지난주 한겨레 21의 만리재에서 코너에 사진작가 이시우씨의 이야기가 실렸다.
민통선 평화기행이란 책을 낸 사람이다.

 그는 지금 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혔으며
보안법 철폐를 외치며 단식투쟁중이란다.
그가 말한다.
자유의 반대가 구속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의 반대는 관성이었다. 저항하고 꿈꿀 자유까지 막는 것은, 놀랍게도 구속이 아니라 관성이었다라고...

엘리베이터 고장난 사건 하나에 너무 오버인가?
그럼에도 몸이 습관 내지는 관성에 물드는 것은 바로 정신의 그것으로도 바로 연결되는구나 싶은 섬뜩한 사실을 깨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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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06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느끼는 바를 안고 갑니다.

그런데, 이미지 사진...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모래의 요정 바람돌이' 아닙니까?
헤헷. 책을 먹고 있군요. (웃음)

바람돌이 2007-07-09 10:02   좋아요 0 | URL
L-SHIN님 안녕하세요. 다른 분의 서재에서 가끔 뵙던것 같은데 인사나누기는 처음인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모래요정 바람돌이처럼 책을 와구 와구 먹고싶지만 먹는것도 잘 안되고 소화시키는거는 더 안돼네요. ㅎㅎ

프레이야 2007-07-06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시우 작가 일은 정말 안타깝더군요.
자유의 반대는 구속이 아니라 '관성'이란 말 공감돼요.
그나저나 어제 후텁지근했는데 사생대회 다녀오셨군요...

바람돌이 2007-07-09 10:04   좋아요 0 | URL
가끔은 짧은 한마디가 핵심을 확 찌른다는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이 말처럼.... 얼마전에 국기에 대한 맹세 내용을 바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한건 그 내용도 있었지만 보다 핵심적으로는 그런 일률적인 맹세식 자체였는데 이 사회의 관성은 그걸 폐지하는걸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하필이면 그 뉴스의 내용과 이 기사를 같이봐서였는지 저에게는 참 인상적인 한마디였거든요.

울보 2007-07-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안녕하세요,
사생대회에 가면 아이들은 즐거워 하는것 같던데,,

바람돌이 2007-07-09 10:09   좋아요 0 | URL
사생대회를 좋아하지는 않구요. 사생대회 빨리 마치고 놀러가는걸 좋아하죠. ㅎㅎ

홍수맘 2007-07-06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성"
그냥 애들 과학책의 "관성의 법칙"과는 또다른, 무서운 느낌이 와요.

바람돌이 2007-07-09 10:10   좋아요 0 | URL
자연과학의 법칙이 인간사회에서 적용될때는 섬뜩한 감이 드는게 많죠? ㅎㅎ

sooninara 2007-07-0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시우님에 대한 것은 텔레비젼 보고 알았어요.
정말 국가보안법이 웃기더군요.ㅠ.ㅠ
저도 10층에서 걸어내려가면서 절망했었습니다.
관성과 습관이 무서운거죠.

바람돌이 2007-07-09 10:12   좋아요 0 | URL
이시우씨 얘기가 텔레비전에서도 다뤄졌군요. 국가보안법 역시도 물론 이데올로기 문제이긴 하지만 또한 그것이 늘 있어왔기에 없는 상황을 상상못하는 돌대가리들의 문제도 있다고 봅니다. 사회적 습관과 무관심. 갈수록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노아 2007-07-06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의 반대 관성... 사랑의 반대 무관심...무섭고 떨리는 말들입니다.

바람돌이 2007-07-09 10:13   좋아요 0 | URL
국어사전과 사회학 사전이 따로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