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땡볕 더위에 사생대회를 갔었다.
뭐 덕분에 일찍 마쳤으니 좋긴하다만...
아이들 돌아오기 전에 밀린 청소를 좀 하자 싶어 잠시 집에 들렀다.
그런데 아뿔싸!
엘리베이터가 정기점검중이라며 떡하니 멈췄다.
순간!
어 집에 못가겠네? 동생네 집에 가서 애들이나 기다려야겠다
라고 생각한다.
그 짧은 순간 내 머리를 스쳐간 첫번째 생각이다.
다음 순간 참 계단으로 올라가면 되지
갑자기 맥이 빠진다.
12층까지 계단을 한칸 한칸 오르며 인간의 습관이란게 참 무섭단 생각이 들었다.
편리성을 위해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라는 기계에 어느덧 내 몸뿐만 아니라 정신까지도 길들여져 있었던게다.
멀쩡한 두 발을 두고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아예 올라갈 수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다니....
지난주 한겨레 21의 만리재에서 코너에 사진작가 이시우씨의 이야기가 실렸다.
민통선 평화기행이란 책을 낸 사람이다.

그는 지금 보안법 위반으로 감옥에 갇혔으며
보안법 철폐를 외치며 단식투쟁중이란다.
그가 말한다.
자유의 반대가 구속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유의 반대는 관성이었다. 저항하고 꿈꿀 자유까지 막는 것은, 놀랍게도 구속이 아니라 관성이었다라고...
엘리베이터 고장난 사건 하나에 너무 오버인가?
그럼에도 몸이 습관 내지는 관성에 물드는 것은 바로 정신의 그것으로도 바로 연결되는구나 싶은 섬뜩한 사실을 깨달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