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나라 사람들이 현실을 보는 방식과 관련되어 각 문화콘텐츠의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일본인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환상의세계를 보려 하는 반면, 한국인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현실 세계를 보려 한다고 할까요? - P49
한국인 심리를 연구해 온 연구자의 입장에서 한국인의 일반적 신뢰 수준은 높은 편이나 기관 및 시스템에 대한 신뢰 수준은낮다고 말씀 드릴 수 있는데요. 공적 영역에 대한 낮은 신뢰는 우선 역사적으로 한국의 국가 시스템이 한국인들에게 행해 왔던 일들을 떠올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P64
일본인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이 명확히 구분되는 존재라는 전제 아래 관계를 맺습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꺼려 하고 사회적으로 규정 지어진 행동반경 안에서 행동하는 것을 편안해하는 것은 이러한 전제에서 비롯되는 문화입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타인의 입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인 관계를 해 나갑니다. 한국인들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이심전심), 때로는 상대방의 영역에 지나치게 깊게 들어가거나(참견) 상대가 원치 않는 오지랖을 부리는 것 또한 이러한 전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P110
이 주관성이야말로 정의 한국적 특성입니다. 자신이 인식하는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그리고 자신이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우선하는 친밀하고 따뜻한 감정이 정입니다. 국민 과자 초코파이의 광고 카피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인 것은 정의 주관성이 강조된 것입니다. 말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수가 있겠습니까. 내가 ‘안다고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이 주관성은 한국인 심리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그리고 주관성 때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한국적인 현상이 일어납니다. - P121
정리하자면 일본인들에게 아마에란 매우 간절하지만 쉽게표현할 수 없는 마음, 어쩌면 표현해서는 안 되는 마음입니다. 힘들고 외롭다고 아마에를 드러냈다가는 폐를 끼치는 인간‘ 또는 ‘자립하지 못한 인간‘이란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는 것이죠. 그 대상이 가족일지라도 말입니다. 이러한 아마에의 이중성은 일본인들의 마음에 매우 취약한 부분을 만들어 냅니다. - P127
마지막으로, 화병의 원인이 되는 억울함의 보다 본질적인 속성은 그 감정이 매우 주관적‘으로 경험된다는 것입니다. 주관성은 한국인들의 마음의 질을 규정하는 중요한 특징으로 이해되고있는데요. - P173
따라서 개인의 행동을 규정하는 사회적 규범과 타인의 시선등은 일본인의 심리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즉, 일본인은 자신의 행위가 사회적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극심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을 만나는 상황을 극도로 꺼립니다. 이렇게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자기 방 안에서만 생활하는 이들을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놀0)‘라고 하는데요. 히키코모리가 일본의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 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P176
그런데 어떤 이들은 자신이 본 문화의 한 측면을 그 문화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이는 마치 코끼리의 코에 붙어 있던 개미가 코끼리는 구불거리는 거대한 뱀이라고 생각하거나 항문근처에만 머물렀던 개미가 코끼리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큰 구멍이라고 믿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이 소위 표집의 오류‘ 입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이들과 교류하며 지냅니다. 그래서 내가 보고 들은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지요. 그러한 내집단 안에서는 서로 알고있는 그렇고 그런 정보들 중에서 더 극단적인 것을 선택하게 되는 ‘집단 극화‘나 동조 압력으로 충분한 대안을 고려하지 않고 의사 결정에 이르는 ‘집단 사고‘가 나타나게 됩니다. - P186
일본인들은 온을 입으면 그것에 감사해야 하고 또 반드시 되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혜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은혜 입기를 꺼려할 정도지요. 온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계층적 위계질서속에 있는 사람의 경우는 괜찮지만 관계가 멀거나 자신보다 낮은위계에 있는 사람에게 은혜를 입는 것은 가장 불쾌한 일로 꼽힙니다. - P239
서양의 하모니가 각자의 개성을 가진 개인들이 어떤 목표를위해 집단을 구성하고 일시적으로 정해진 역할에 따르는 것이라면 일본의 와는 이미 정해진 집단의 목표를 위해 지속적으로 개인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성격이 짙죠.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는 개인적인 행동을 하거나 개인의 본심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와를해치는 것은 엄청난 민폐로 받아들여지고 이러한 행동을 하는 이들은 따돌림(이지메)을 당하게 되죠..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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