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의 정치에 깔린 이 이분법은 억압받는 자들의 대상화로 이어지게 마련이죠. 흔히 주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비주체를 마음대로 규정해요. ‘비주체들은 어떨 것이다‘라고요. 그게 대상화예요. ‘저 사람들은 결핍되어 있고 불쌍해, 저들은 불행할 거야. 이걸 대상화라고 하는 거예요. 이 대상화라는 건 실제로 그집단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설명할 권리를 안 주면서그들이 어떻다고 다 말하는 거예요. 그들이 말하려고 하면, ‘조용히 해. 내가 대신 말해줄게. 너는 이런 사람이야‘ 하는 거요.
- P383

이 차이를 차별로 만들고, 차이를 대립이라고 생각했던 소위 동일한 주체들이 사실 자기도 하나의 차이 나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이 차이들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들이 알려고 해야 되는데 거꾸로 알려달라는 것도 문제라는 거고요. 차이를 분열로 만드는 건 차이를알려고 하지 않는 너희들 탓이라는 게 로드가 말하려고 하는 바인 거죠.
- P391

자기의 특권을 인식하기. 나를 정상성에 놓고 말하는 게아니고, 내가 백인이라는 특권, 내가 가진 위치의 특권성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지식을 자리 잡는 것. 이게 되게 달라요. 보통 우월성을 앞세워서 이야기하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오드리 로드는 사실 그 우월한 자들은 우월성을 정상성이라고 말한다는 거예요.
‘모든 인간‘이라고 호명해요. 그런데 특권을 인식한다는 건, 내가
‘모든 인간‘이라는 게 아니라 내가 특권을 지닌 존재로서 이야기한다는 거죠. 자신을 ‘모든 인간‘이라고 호명하지 않고,
- P393

차이를 가진 사람들은 자기를 설명할 때 자신의 문제점을소위 억압자들에게 설명하려 하지 말고, 자기의 역량을 길러내는것에 힘쓰라고 하는 거예요. 동시에 억압자(로드는 억압과 피억압이라는 아주 단순한 구도로 이야기를 시작하니까요)들은 피억압자들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말고, 네게 특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세계를 이해하라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가진 일반의 지위에서내려와서 나를 주변화된 지위나 특수화된 존재로 만드는 작업을하라는 거예요.  - P395

당시 미국에서는 전미여성기구 같은 단체도 조직되고, 여성운동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미 우리가 얻었다‘ 라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양성평등을좀 이뤘다든지, 백인 여성을 기준으로 해서 가정에서 머무르지말고 공적 영역으로 나가자고 한다든지. 그런데 사실 그 안에서여성의 지위는 한정적이에요. 왜 한정적일까요. 잘난 여성으로서존재할 지위만 있으니까요. 적어도 대학 교육은 받았고 집에서아이를 돌봐야 해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라면 일을 찾을 수는있겠죠. 그렇지만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은요? 이미 집안에서 일도 하고 밥벌이도 하고 있는 여성은요? 그 여성들에게는어떠한 변화가 있는 것일까요?
- P401

근본적인 차이, 근본적인 문제, 구조를 혁파하거나 여성을종속에서 끊어내려면 가부장제가 다양한 차이들의 맥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토할 수 있도록 차이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전략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 모든 경험을 동일하다고 해버리는순간 우리는 주인의 집에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거예요. 반대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그 구조를 유지하는 데 우리도 기여하는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P406

(나이, 인종, 계급, 성>이라는 글은 로드의 시로 마무리가되는데 마지막 부분이 이래요. "모르겠다/우리가 역사 너머 새롭고 더 많은 가능성을 품은 관계를 갖게 될지." 목적이, 결말이 없다는 거잖아요. 저는 이 말이 마음에 들어요. 저는 더 많은 세계에대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자유가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억압자들이 말하는 정확한 유토피아라는 거짓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 P410

이 위대한 인간이라는 사유를 지탱하는 전제는 이래요.. 나는 이 세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원자적인 개체이기 때문에그 안에서 굉장히 큰 자유의지를 갖고 세계를 개척할 수 있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게 바로 글레인 거예요. 차별받는 사람한테 자긍심을 가지라고 아무리 말해도 자긍심을 갖기 어려운데, 자유의지가 있고 이걸로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전제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긍심을 못 갖는 건 누구 탓이 되는 거죠? 그 사람 탓이 돼요. ‘넌 그렇게 정신승리가 안 되니? 그렇게 될 수가 있어요.
- P413

이 완성된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의 모멸은신체로부터 오는데, 이렇게 되면 신체의 모멸 따위는 중요하지않은 게 될 수 있는 거예요. 정신적으로 나는 내 자유의지를 통해서 결국 극복할 거라는 신화들이 만들어지는 거죠.
- P414

이렇게 자기와 가까운 존재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에게 향한 혐오를 "죽음의 저주‘라고까지 말합니다. 왜 죽음의 저주인지 아시겠죠? 사실상 흑인 여성들은 흑인이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고, 그럼에도 살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살고 싶다고, 그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 P422

로드는 분노의 원천이 혐오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하고, 분노와 혐오가 만나면 잔임함으로 바뀌는 감정의 역학에 대해서도 설명합니다. 너무 많은 혐오를 감내하면 잔인해지죠. 유치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자기를 사랑해야 된다고 하잖아요. 자기를 사랑해야 세상에 대해서도 애정을 베풀 힘이 있다고 하잖아요. 자기 혐오하는 사람들은 사실 나도 살기 힘들고 내가 싫어 죽겠는데 세상이 어떻게 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그럼 이 존재들이 더 잔혹해질 때도 있어요.
- P424

로드는 여기서 아주 훌륭한 통찰에 도달합니다. 바로 자신의 상처와 그로 인한 고통을 인정한다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혀은 적대자들이 자신의 상처를 이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 P425

그러니까 로드의 무기는 뭐냐면, 온전히 차별받았던 그 상황이에요. 이 페미니스트들, 이 소수지들, 이 차별받는 사람들은요,
자기가 살고 있는 이 현장, 이 신체, 이 공간 밖에서 대안을 찾지않아요. 자기가 살아온 이 신체, 자기가 살아온 이 현장, 자기가살아온 이 조건이 자신의 새로운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들, 거기서 출발해요. 이건 새로운 방법론인 듯도 싶어요.  - P427

 근대 도덕의 원천은 이성에 있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페미니즘은 감정을 중요하게 다루고,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방식들과거기에 필요한 중요한 가치들을 제안해요. 하나는 차이와 타자성의 존재고 또 하나는 연결성, 관계성이라는 윤리적 가치죠.  - P432

예를 들면 외부에서 우리를협박하는 인종차별주의에 저항하는 힘을 만드는 것보다 나와 비슷한 존재들을 싫어하는 게 더 쉽다는 거예요. 중요한 성찰이조.
같은 경험을 하면 연대한다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왜? 우선, 같은 경험도 없고, 모든 경험이 같지도 않죠.  - P434

 여성들이 같은 경험으로 연대한다‘라는 말에는 뭔가가 빠진 거예요. 우리가 같은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얻어야 한다면, 그건 페미니즘적으로 해석된경험이겠죠. 페미니즘의 이해를 거쳐 자신의 경험에 자긍심을 느끼고, 그 경험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또 다른 경험을 통과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언어를 거쳐낸 경험으로 소통해 연대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 P435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결코 충분히 훌륭하지 못한 존재로 규정되는 흑인 여성이다.  - P448

로드의 훌륭한 점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고 그것들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것을 정치 활동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정의할 권한을 분명히 하고, 엄마에게 기대했던 그런 포용의 시작과 성장과 기대를 스스로에게 쏟아부어야 한다는 거죠.  - P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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