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력이 뛰어난 인간의 마음은 거대하고 신비로운 건축환경을통제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마음은 혼돈 상태에 질서를 부여하고, 판독되지 않는 것을 읽어내고 싶어 한다. 도시를 걸어 다니고 도시를 글로 표현하는 것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이다. 도시의 주관적지형을 구축하는 행위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16세기 이전에는 도시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 틀에 박혀 있었고, 성경적 이미지를 근거로 삼는 경우가 흔했다. 그러나 16세기부터 도시에 대한 건물들과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조감적 관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조감적 관점은 지상에서는 연출할 수 없는 일관성을 느끼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P432

그동안 도시를 상상 속에서 빚어낸 사람들, 소설, 그림, 사진, 산문 등을 통해 도시의 거리를둘러싼 체험을 전달한 사람들은 주로 남성들, 특히 중산층이나 상류층 남성들이 있다. 보들레르는 내도시의 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이 밀림이나 평원을 탐험하는 것만큼 위험하다고 썼다. 도시의 사회적 지층과 다채로운 지형을 누비며 도시를 차지하는 것은 남성적 행위였다. 20세기까지, 서양에서 도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여자들은 남자를 유혹하려는 여자로, 혹은 남자들의 성적 구애에 넘어갈 공산이큰 여자로 치부되었다. - P437

그러나 도시의 진면목은 움직일때 드러난다.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서, 그 유기체를 지탱하는 힘줄과 결합조직에서 드러난다. 걸어 다니기는 도시를 살 만한 곳으로, 무엇보다 즐거운 곳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걸어 다니기‘는 현지인이나방문객이 도시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 P441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그 동네는 거칠고 불쾌한 곳이었지만 실제로는 복원력과 진취적 기상을, 때로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는, 짜임새가 탄탄한 다민족적 공간이었다.
- P473

도시를 말살하는 방법 1: 점령

폴란드 침공에 나서기 훨씬 전부터 독일은 바르샤바를 13만 명의아리안계 독일인들이 거주하는, 나치 식의 시범 도시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 그 시범 도시에는 넓은 녹지와 중세풍의 목조주택, 좁은 거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비스와 강vistila 동쪽 기슭의교외에는 주인인 독일인들을 섬겨야 하는 8만 명의 폴란드인 노예들이 살 곳이었다. - P485

도시를 말살하는 방법 2: 폭격

함락 직후, 히틀러는 바르샤바를 방문했다. 그는 외국 특파원들과함께 폭격으로 파괴된 폐허를 둘러봤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이 도시를 지키려고 애쓴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이었는지 직접 목격했습니다. 유럽 전체를 제2의 바르샤바로 만들고 싶어 하는것처럼 보이는 몇몇 다른 나라 정치가들에게도 여러분처럼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 P492

도시를 말살하는 방법 3: 총력전

히틀러는 공중폭격의 한계를 깨달았다. 그러나 히틀러에게는 더끔찍한 도시 말살 수단이 있었다. 대도시를 점령하는 것은 흔히 전쟁에서의 승리를 의미한다. 점령 이후에 무엇을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파리나 브뤼셀이나 런던 같은 도시들에 대해 히틀러는 완전한 파괴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 승자는 패자는 간에 우리는 모두 같은 폐허에 묻힐 것이다." 그러나 총력전과 섬멸전은 다르다. - P502

도시를 말살하는 방법 4: 학살, 추방, 약탈, 해체

원자폭탄이 할퀴고 간 히로시마의 토양은 향후 75년 동안 식물이자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살아남은 녹나무와 꽃이 핀 협죽도夾竹桃는 끈질긴 생명력을 상징하는 본보기였다. 인간의 삶은 대참사의 외중에도 언제나 존재감을 드러냈다. 스탈린그라드에서는 독일군이 항복하자마자 주민들이 돌아와 돌 부스러기 밑의 지하실에서 살기시작했다.
- P512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바르샤바 시민들은 주로 폭탄보다는 시민의식과 연대감을 뒤흔드는 공포 장치에 더 시달렸다. 나치는 바르샤바를 파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부건선에 필요한 군수품과물자를 생산하는 바르샤바 사람들에게서 마지막 땀 한 방울까지 뽑아년 뒤에야 이룰 수 있는 목표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비밀스러운 바르샤바가 나치 치하의 바르샤바와 공존하고 있었다. 나치는 대학교 운영을 금지했지만, 서부대학교University of Western Lands가 비밀리에 설립되어 250명의 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2,000개의 학위를 수여했다. 교사들은 수천 명의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몰래 가르쳤고, 나치에 발각되어 체포된 어른들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아이들은 독일의 공장으로 끌려갔다 - P513

집단학살과 대량 추방, 완전한 해체라는 수단을 통해서만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부서진 바르샤바는 정말 숨을거뒀을까?
- P523

바르샤바의 구도심은 우리가 건축환경에 대해 느끼는 경외감과도시의 복원력을 기리는 세계 최고의 기념물 중 하나다. 밀반입한 도면 조각과 인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도시는 결코 파괴될 수 없는 법이다. 유럽 전역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재건된 여러 도시들의 중심가는 야만 행위와 대학살 이전의 시절을 기리는 기념물로 자리 잡았다.  - P527

세계 경제의 원동력은 이제 더 이상 도시들이 아니라 수많은 대도시 지역이 결합한 29개의 거대도시권역들이다. 이 광역도시권들은 전 세계 부의절반 이상을 창출한다.  - P545

기존의 중산층과 노동자층 공동체가 건강에 더 좋은 교외와위성도시, 신규 계획도시로 집단 이주함에 따라 쇠락해진 도심은 이주자 공동체의 본거지가 되었다.
미국의 다른 도시들처럼 로스엔젤레스에서도 교외에 주택단지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동안 아프리카계 미국인 이주자들은노후 건물들과 기준 미달의 대규모 주택단지에 둘러싸인 비좁은 도심지역인 사우스 센트럴south Central, 사우스 사이드 South Side, 와츠에 같혀 있있다. 부실한 주거, 실업, 폭력, 범죄 따위가 연상되는 도심의 쇠퇴 현상은 걷잡을 수 없는 듯한 교외화의 물결이 그 한 가지 원인이었고, 반대로 도심의 쇠퇴 현상은 도시의 덫에서 탈출하려는 사람들이점점 늘어나며 교외의 무한한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 P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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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4-02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표지 디자인이 웅장하네요.ㅎ
양장본에 660쪽이 넘는 분량도 방대하고요.
그림과 함께 읽는 문명사 흥미로울 것 같아요.^^

4월도 화이팅 하세요~바람돌이님~^^

바람돌이 2021-04-02 10:22   좋아요 1 | URL
표지 디자인이 진짜 좋아요. 책 읽으니까 책 내용하고도 맞아떨어지는.... 저는 역시 표지 성애자입니다. ㅎㅎ
분량도 방대하고 내용도 방대해요. 재밌어요. 이제 마지막 챕터만 남았는데 4월도 역시 힘내겠습니다. ^^ 모나리자님도 힘내서 우리 같이 화이팅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