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게 남녀의 차이인지 사람의 차이인지 알 수 없지만 서로의 생각이 참 많이 다른걸 느낄 때가 많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얘기를 나누고 한게 20년이나 되는 옆지기와도 그러걸 느낄 때가 있다.

어제 저녁 나는 회식이 있어서 아이들 보러 못갔었고 옆지기가 퇴근하자 마자 가서 아이들을 봐주기로 한 날이다.
한참 밥먹고 술먹고 노래방가서 노래부르고 난리를 치다가
잠시 집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예린이가 다쳐서 병원에 가서 사진찍고 오는 길이란다.
장난치다 넘어졌는데 그대로 정면으로 엎어지는 바람에 코를 다친것
코가 장난아니게 부어서 병원가서 사진찍고 오는 길이란다.
지금은 괜찮은데 내일 한 번 더 가서 사진찍어보기로 햇다고...

순간 술이 확 깬다.
바로 들어와서 가방 챙겨서 미안하지만 먼저 가야겠다고 하고 집으로 갔다.
예린이는 코가 퉁퉁 부은채로 헤헤거리고 잘 놀고 있다.
그래도 아이를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토닥였다.

그런데 문제는 나중에 생겼다.
옆지기가 말하길 "내가 다 알아서 하는데 뭐가 그렇게 못미더워서 바로 달려오냐? 내가 그렇게 안미덥냐"란다.
근데 맹세코 나는 그 상황에서 옆지기가 미덥지 못해서 달려온게 아니었다.
옆지기나 할머니가 내가 그 상황에 있을때만큼이나 아니면 더 잘 대처하고 잘 했으리라고 믿는다.
내가 술먹다 그냥 달려온건 아이가 아프거나 다쳤을때 도저히 올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아이에게 엄마가 항상 옆에 있다는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그저 아이가 다쳤다니 눈으로 확인하고 아이를 한 번 안아주고 싶은 마음과
아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싶은 것. 그냥 그 뿐이었는데....

예전에 아이가 많이 아팠을때 옆지기가 아프다는 얘기를 듣고도 계속 술마시고 새벽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칭얼대는 아이때문에 몸도 힘들었고 아이가 아프대도 목구멍에 술이 넘어가는 옆지기가 나는 사실 잘 이해가 안됐었다.
그 때 옆지기의 말이 "당신이 옆에 있고 알아서 잘 할테니 믿고 그런거지"라고 했었다.
솔직히 난 이 말이 잘 안와닿았고 섭섭한 맘이 하나도 안 풀렸었다.

그런데 어제 일을 겪고 나니
정말 생각의 차이란게 뭔지 알겠다.
20년을 부대끼고 10년을 같이 산 사람도 이렇게 생각이 다를진대 다른 사람과는 어떨까?
전혀 다른 생각의 지점에서 나오는 말은 또 얼마나 받아들이는 방법도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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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04-1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엄마면 당연히 뛰어가는게 맞습니다. 저라도 당연히 그랬을겁니다.
다른 가족을 못 믿어서가 아니고 내 새끼가 다쳤는데 어느 어미가 그려~ 괜찮다니 됐다~ 하고 빠진답니까?
정말 도저히 제낄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뛰어오지요..
저 같아도 상황이 바뀌어서 애들 아빠가 빨리 안들어오면 섭섭했을거에요.
에효... 예린이가 크게 다친거아니고 그냥 붓기가 빨리 가라앉았으면 좋겠네요.

2007-04-10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설 2007-04-10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이 지금은 좀 어떤가요.. 괜찮아야 할텐데요.
만약 일찍 안 가셨으면 남편분이 삐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찍 오셨으니까 그냥 하신 말씀 아닐까요..

클리오 2007-04-1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이 괜찮죠? 미모의 예린이가 코가 다쳤다니 안타깝네요, 많이 안아프고 빨리 낫길요.. 그리고요, 좋은 면을 보자면, 엄마가 밖으로 그렇게 돌아서 애가 다치지 않았냐고 성질내는 남편들도 얼마나 많은지요. 그냥 좀 지나서 차분히 이런 이야길 해보시면 서로 이해가 될거라고 믿어요...(서로 좋은 분들이잖아요..^^) 저도 아이 아픈데 옆지기 회식이면 막 히스테리컬해져요.. 애가 칭얼대면 힘들어서요...

마노아 2007-04-10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린이 많이 아팠겠어요. 아후.. 어여 나아야 할 텐데... 그런데 정말 생각의 차이가 확연하네요. 부부사이도 이럴진대 그보다 훨씬 더 멀고 먼 수많은 관계 속의 사람들은 또 얼마나 다를까요...

비로그인 2007-04-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 미혼인 저에게도 엄청나게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시는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다른 건 차지하고서라도 예린이가 속히 낫길 바랄게요.
넘 상심마세요 :)

아영엄마 2007-04-10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군요. (아이가 아프다는데 열일 제쳐두고 안 달려왔다고 화를 내는 경우는 있어도...) 암튼 예린이가 얼른 낫기를 바랍니다.

프레이야 2007-04-10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아빠의 차이 같아요. 울옆지기는 그 상황이었더라면 당장 달려온 님을
높이 샀을 걸요. 아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그런 점에선 보수적
이에요. 그나저나 예린이 코가 그래서 어떡해요. 속상해요. 잘 낫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7-04-1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걱정해주신 모든 님들 고맙습니다. 다행히 예린이는 뼈가 금간건 아니고요. 그냥 타박상이랍니다. 아직은 콧등이 많이 부어 있어서 약을 주더군요. 그리고 코에 긁힌 흔적이 좀 신경이 쓰이는 정도? ^^
그리고 위에 제가 쓴 글은 약간의 오해도 동반하는 것 같고 해서 조금만 덧붙인다면요. 모든 남자와 여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는게 맞는것 같아요. 남자는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위주로 보는 반면 여자들은 대부분이 그 문제에 어떻게 공감해줄까로 본다죠? 서로가 바라는 것도 결국 자기가 보는 방법으로 봐주기를 원하고요. 옛날에 읽었던 <화성남자, 금성여자>에서 그런 주장들을 봤었습니다. 근데 남자랑 살아보니까 그 말이 좀 많이 신빙성이 있더라구요. 즉 제가 달려간건 엄마라서가 아니라 남자와는 다른 사고방식의 차이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는거죠. 그걸 애정이나 책임감의 문제로 바꿔버리면 결국 부부싸움이 되겠죠.^^ 근데 대부분의 부부관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이런 생각의 차이는 그냥 차이가 아니라 애정, 관심도나 책임감의 문제로 치환되어버립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많이 했고요. 이번 일로 얻은 교훈은 결국 생각의 차이는 차이로 끝내자는 거였습니다. 그걸 다른 문제로 확대시키는건 어리석은 일이고 생각의 차이라는걸 확인하면 서로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지점도 분명히 보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