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크리스마스가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신경안쓰던 촌구석 동네.
아마도 나도 크리스마스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았을것 같다.
왜냐하면 초등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동네 교회 집사님이었던 관계로 반강제로 끌려가서 과자 같은 걸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하지만 산타의 존재에 대해서는 정말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산타의 존재를 알게 된건 초등 6학년때.
우리 동네의 모녀석이 지난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줬다는 둥 올해는 뭘 받을거라는 둥의 얘기에 심술이 바짝 올랐던 것이다.
물론 그때의 난 이미 클대로 커버렸기 때문에 그런 뻔한 속임수에 넘어갈 나이는 이미 지났던 터.
하지만 그럼에도 선물에의 유혹은 너무나 커서
그날 하루종일 산타할아버지가 왜 우리집엔 안 오실까?
산타할아버지가 우리집에도 오면 참 좋겠다 등등
엄마 앞에서 모르는 척 노래를 불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녀석들까지 꼬드겨서.....
크리스마스날 아침.
우리 3형제의 머리맡에 놓여있던 과자 3봉지.
아직도 이름도 기억난다.
고구마깡 3봉지....
그날 아침 우리는 너무나도 황홀한 기분으로 밥도 먹기 전부터 과자봉지를 뜯었었다.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크리스마스였다.
그때 엄마가 사다놓은걸 뻔히 알면서도 나는 산타할아버지가 우리집에 다녀가셨다고 온갖 부산을 떨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엄마를 흐뭇하게 했던 것 같다. ^^
방금 우리집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우리 아이들의 선물을 놓았다.
녀석들이 노래를 부르던 장난감을.....
얘들은 나처럼 다 커서 의뭉스럽게 부모에게 선물을 강요하기 전까지 좀 오랫동안 산타의 존재를 믿어줬으면....
그리고 그 기억이 나중에 아이들이 나눔의 가치를 깨닫는데 중요한 기억이 되었으면....
여러분 댁에도 산타가 다녀가셨나요?
종교와 관계없이 모두들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시길....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