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라질 거야 ㅣ 꼬마 그림책방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너무 어렵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블랙코메디에 가까운 구성. 친숙하지 않은 어두워보이기 까지 하는 주인공의 표정들.
엽기적으로 보이는 그림들 속의 섞임.
늘 궁금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앤서니 브라운에게 고릴라는 왜 그리도 친숙한 동물인가 이고.
어떻게 그렇게 객관적이면서도 섬뜩할 정도로 아이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것인지
가끔 마그리트의 그림들을 보는 듯한 그림들의 구성. 초현실적인 구성의 그림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책들도 있지만, 그런 류의 책보다는 동물원이나 이 책 달라질거야 같은
읽고 나서도 쉬이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교묘한 장치들을 숨기는 그의 능력에 새삼
감탄을 하곤 한다. 무한한 상상력을 형상화하는 능력.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헉 소리가 날 정도의 미묘한 상징성. 딱 아이들이 알아차릴 정도의 뒤틀린 장치들
--동물원에서 사람들의 모습에 교묘하게 결합시킨 동물의 모습 혹은 돼지책에서 곳곳이 숨겨진 돼지들--
이 책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다른 책들에서는 교묘하게 숨기는 것을 시도했다면 이 책은 거꾸로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를
찾게 만드는 추리 게임을 아이들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묘하게 달라진 그림들을 찾는 것은 너무나 재미있게 하는 아이들.
정작 정말로 찾아야 할 마음속의 이미지는 결국 못 찾고 말았다.
작년에 그래서 어려운가 보다고 포기했다가 다시 꺼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차근히 설명해도
단순하게 틀린 부분만을 찾고 있는 파랑이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초조해졌다.
분명히 아기가 옴으로써 달라졌다는 것을 알텐데...왜 모르는 걸까. 아니면 외면하는 건가??
같은 입장에 처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분명 엄마를 데리러 가는 아빠와 데리고 온 아기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무엇이 달라졌느냐에 대한 언급에는 엉뚱한 대답만 하니 원^^;;
엄마야 초조해 하던지 말던지 아이에게는 숨은 그림들이 더욱 중요할 뿐.
상징성이 돋보이는 그림들은 그냥 숨은 그림찾기 일 뿐인지도 모른다.
매료되어서 보고 있는 것은 아마 엄마인 나 뿐인지도 모르지. 윌리 시리즈와 고릴라는 자연스레 동화되어
읽지만 의외로 이런 상징류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이들의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어거지로 성숙을 바라는 것은 안된다 하면서도 늦되는 아이에게 또다른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아..그래 .. 나는 그것이 궁금했었던 거구나.
왜 병원에 같이 가서 데려오지 않았을까?? 하는 본질적인 물음말이다.
작가는 왜 그랬던 걸까...... 직접 대면하게 되기 전의 마음을 따라간 것은 알겠는데 굳이 혼자서
불안에 떨게 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하는 이 작가가 좋다. 오늘도 KO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