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2월 개봉영화단상
먼저, 상의원. 멤버십시사회로 노랑양과 같이 봄. 역시나 지나친 기대는 금물임을 다시 한번 되새김.기대를 전혀 안하고 보았더니 좋았음. 박신혜가 운이 좋은 것인지 대본을 보는 눈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본인이 빛날 역을 고른다는 느낌.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모짜르트의 재능을 알아본 살리에르의 질투와 본능적인 두려움과 좌절감. 그것을 잘 표현해 낸 한석규의 연기가 좋았지만. 정말로 놀랐던 것은 집으로 가는 길에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던 고수였다. 주역급으로 확실한 성장을 했다. 물론 전체적인 극을 끌어간 것은 한석규의 힘이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고수가 보여준 자연스러움은 놀라웠다. 유연석과 박신혜 등의 신구연기자들의 완벽한 조화. 물론, 클리셰와 늘 느끼는 것이지만 과연 "조선"이 맞는지는 살아보지 않았으니 모르겠으나 팩션으로서의 장치도 옷도 멋졌다. "보는 재미" 가 있어서 어지간한 것은 용서됨. 요사이는 배우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것이 유행인 듯.
국제시장. 오.로.지. 오달수를 보러 감. 최소한 기본은 하는 배우이니 어떤 식으로 그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했음. 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함. 이번엔 조연이라기엔 그 비중이 컸다. 황정민과 투톱이라고 봐도 무방함. 포레스트검프와 창문을 넘어간 100세 노인 등을 생각하면서 보면 적당할 듯. 1950년 흥남부두부터 2000년대까지 아우름. 중간중간 현대사의 중요인물들과 사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음.어쩔 수 없이 작위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었으나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잘 넘김. 그럼에도 노역이 참 불편해보였던 황정민과 김윤진이 아쉬웠다. 뭐라고 표현하기 아쉬웠던 느낌. 잘했으나 베스트는 아닌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역시나 이 영화에도 빛나는 조역들이 많았다.
호빗.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작품. 지나치게 반지의제왕과의 연관성을 강조한 나머지 호빗만의 개성을 잃은 느낌. 전투신 등도 이미 반지의 제왕 등에서 너무 많이 봐서 새롭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아이맥스나 4D로 봤다면 달랐을지?3D로는 더이상 새롭지 않음. 영화자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니 상대적인 실망감도 컸다.
러브,로지. 의외로 여주인공의 사랑스러움에 놀라웠던 작품. 중고교, 대학교 신입생들에게 적당한 작품이라고 할까?? 조금 19금 스러운 모습이 있었으나 그정도야 뭐. 최근의 아이들은 오히려 더한 것들에 노출되어 있고. 실제로 일부 아이들은 영화에서의 미국식 사고에 길들여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함.개인적으로 어바웃타임이 왜 그렇게 흥행했는지 이해가 안되었기에 이 작품도 그정도로 생각하면서 보았음. 딱 그만큼.
기술자들, 김우빈의 김우빈에 의한 김우빈을 위한 영화. 그나마 오창석을 보는 재미가 있었으나
어디서 본 듯한. 지나치게 보이는. 김우빈의 팬이라면 볼만함. 단지 괜찮은 영화를 찾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듯. 그럼에도 "대세에 열광하는" 젊은 친구들은 좋아라 함. 신세계부터 끝까지 간다를 거쳐서 신의 한 수와 기술자들까지. 그 결말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예전의 영화에서는 그래도 홍길동스러움으로 타인을 위해 정말로 쓴다는 느낌이었던 반면 최근의 영화는 그저 "자신만을 위한 한 방" 이라는 느낌으로 뒷맛이 씁쓸하다. 아마도 이것은 세상의 변화와 Z세대의 입맛에는 맞을 수 있으며, 김우빈 정말 멋지다고 말하는 청년층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으나, 팬덤이라던가 사회적 의무 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스타"의 의무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나란 사람은 이미 "기성세대"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이 씁쓸한 뒷맛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영화일 뿐이다라고 생각해 보지만 세태를 반영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미래세대가 열광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12.31. 12월의 마지막날에 파랑이의 요청으로 테이큰3를 같이 봄. 평이함. 이젠 이러한 틀이 너무나 식상함.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은 없다. 아직도 헐리우드의 노역들이 당당하게 액션신을 하는 것은 좋으나 그래도 부담스럽다. 안쓰럽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너무 많이 고치지 않고 자연스러운 그 주름들이 좋다. 요사이 TV엔 너무나 똑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도대체가 구별이 안간다.
어쨌든 테이큰3에서 기억나는 것은 신형 포르쉐였으며, 오늘 오후 실검으로 난리가 난 임세령씨의 차가 그 모델임을 확인하고 새삼스러이 부러워함. 이건 쓸데없는 사족이라 느껴짐. 좋아한다는 것은 좋은 것인데 말이다. 불륜도 아니고 좋아한다는데 떠들 이유는 없는 것 아닐지.
각설하고 그러니까 문화란 사회의 반영이란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남은 시간동안 볼 예정인 영화는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아마도 두 영화 모두 고만큼이지 않을까 한다.
책을 거의 안읽은 한 해였던 것이 많이 아쉬움. 안읽었다기 보다는 못 읽은 것이 맞지만.
2. 집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이 늘수록 늘어나는 것은 잠과 살과 그리고 게으름.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시기가 있다면 아.마.도. 2014년이 될 듯 하다. 2013년 12월부터 시작된 우울과 악전고투의 흔적은 정점을 찍는 일 없이 누적되어 쌓이기만 한다. 지독하게 치열하게 한 해를 살자 다짐했건만 실제로는 어떤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한 해였다. 상반기는 어떤 곳의 공고를 기다리고, 준비하는데 시간을 보냈으나 결과는 참혹한 거대삽질로 판명났으며, 하반기는 정작 갈 길을 못 찾고 헤메인 꼴이 되어버렸다. 기회? 없진 않았다. 사실 많은 편이었으나 고노무 트라우마 덕에 선뜻 발을 들이지 못했다. 더 웃긴 것은 망할노무 오지랖으로 다른 사람 좋은 일 열심히 했다. 아하하하.
망할노무 오지랖이라니.
그래도 "대나무 숲"이 있어서 견딜만 했다. 이곳도 대나무숲이었음을 이젠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