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자림 > 등꽃

 

            등       꽃

 

                                     김  명 인

 

 내 등꽃 필 때 비로소 그대 만나

 벙그는 꽃봉오리 속에 누워 설핏 풋잠 들었다

 지는 꽃비에 놀라 화들짝 깨어나면

 어깨에서 가슴께로

 선명하게 무늬진 꽃자국 무심코 본다

 달디달았던 보랏빛 침잠, 짧았던 사랑

 업을 얻고 업을 배고 업을 낳아서

 내 한 겹 날개마저 분분한 낙화 져내리면

 환하게 아픈 땡볕 여름 알몸으로 건너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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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20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 좋구나 ...

Runa 2006-07-2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환해진달까요.
오늘 아침 한겨레의 문태준 시인이 생각나네요.
저는 시의 본령은 여전히 서정이라 여기는 구태를 못 벗어나 그런지,
요즘 나오는 소위 '미래파'들의 말 엮는 재주는 서커스보듯 찬탄하지만,
가까이 오래 보고 싶지는 않지요.
얼마전 김명인의 새시집을 만지작거리다 말았던 일도 있고,
소월의 서정을 닮았다는 문태준의 시집도 볼 겸 점심 먹고
서점에 들러야 겠습니다.

balmas 2006-07-22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참, 좋죠?
읽으니까 짜릿한 게 역시 서정의 힘은 대단하구나, 새삼 느끼겠더군요. :-)
그럼 저도 카우테님 따라서 한 권 사볼까요? ^^;
 

 

 

베버의 문화과학, 한계효용학파의 영향 결정적…10년만에 주류학계 수용
해외동향_ 베버 연구의 새로운 테제

2006년 07월 17일   김덕영 카셀대 이메일 보내기

베버는 문화과학자와 사회과학자들에게 영원한 ‘화두’다. 그들은 베버에게 끊임없이 회귀하고, 묻고, 시비 걸고, 도전하며 그를 더욱 발전시키거나 넘어서려 한다. 심지어 ‘베버 패러다임’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수많은 학자들이 베버를 연구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작고한 프리드리히 텐브룩을 비롯해 볼프강 슐룩터, 빌헬름 헤니스, 요한네스 바이스 등의 명성이 높다. 헤니스만 정치학자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학자다.


역사학자들 가운데에도 베버연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들이 많다. 그 가운데 볼프강 몸젠(1930~2004)을 첫 번째로 거론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을 것이다. 몸젠은 ‘막스 베버와 1890~1920년대의 독일정치’와 ‘막스 베버. 사회, 정치 그리고 역사’라는 저서를 남겼으며, 볼프강 슈벤트커와 함께 ‘막스 베버와 그의 동시대인들’이란 책을 편집했다. 또한 ‘막스 베버 전집’의 편집위원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2004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Sociologia Internationalis’라는 저널에 ‘경제학자로서의 막스 베버. 이론경제학에서 문화과학으로’라는 논문을 기고했다(그의 사후에 게재됐음). 몸젠은 이 논문에서 베버를 오스트리아의 칼 멩거에 의해 창시된 한계효용학파와 연결시키고 있다. 베버가 방법론적 개인주의, 행위, 이념형 등에 기초하는 문화과학 연구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몸젠의 테제다. 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학파의 이론경제학은 문화과학의 “한 특수한 경우”(26쪽)다. 그리고 한계효용학파가 개인의 합리적 경제행위에 대해 제시한 엄밀한 이론과 유형 및 설명모델은 전형적인 이념형적 방법이라고 몸젠은 해석한다. 비록 멩거를 위시한 이론경제학자들이 그렇게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물론 베버가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에서 문화과학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주장할 정도로 몸젠의 논의는 거칠지 않다. 그는 당대의 다양한 철학, 문화과학, 사회과학 등이 베버의 지적 세계를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끼쳤음을 알고 있다. 가령 몸젠은 베버가 문화과학 및 사회과학의 논리와 방법론을 구축함에 있어 어떻게 신칸트주의 철학자 하인리히 리케르트의 가치론을 받아들였으며, 또한 베버가 이론적-역사적 문화과학 연구 프로그램을 제시함에 있어 어떻게 독일 역사학파 경제학을 받아들였는가를 논증하고 있다.


베버의 문화과학과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을 연결시키려는 몸젠의 시도는 베버연구의 새로운 방향으로 받아들여진다. 여태껏 베버의 문화과학의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는 주로 리케르트의 신칸트학파나 독일역사학파 경제학에 초점을 뒀다. 당대 최고의 베버연구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슐룩터가 전자라면, 정치학자로서 탁월한 베버연구가인 헤니스가 후자를 대변한다.


이에 반해 한계효용학파는 단순히 심리학주의적이고 접근방법은 자연주의적이라며 간과, 무시돼왔다. 더불어 한계효용학파는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멀리하는, 이른바 공리주의적 인간유형에 기초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사실 베버는 바로 이런 오해와 편견에 맞서 한계효용학파 경제학은 합리적 경제행위라는 근대적 문화과정과 시장이라는 근대적 문화제도에 대한 전형적인 이론임을 논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볼프강 몸젠 ©
그런데 연구사적으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으니, 이 같은 몸젠의 시도와 테제가 실상 독일어권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1996년에 몸젠이 논문을 게재한 바로 그 저널에 ‘막스 베버와 칼 멩거 중심의 한계효용학파. 사회학 발달과정에서 이론경제학이 지니는 의미에 대하여’(졸고)라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이 논문은 몸젠과 마찬가지로 베버는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을 문화과학의 “한 특수한 경우”(48쪽)로 받아들인다고 해석하고 있다. 더불어 베버와 멩거와의 관계를 가치론, 이해와 이념형 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논문에서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이 베버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연구했음). 물론 몸젠은 이들 글이 지니는 연구사적 의미를 잘 인지하며 인용하고 있다. 졸고가 좀더 이론적인 것이었다면, 몸젠의 논문은 역사적 접근방식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강조돼온 지성사적 사실이 왜 10년이 넘어 주목받게 됐을까. 그건 정형화된 베버 해석 때문이다. 베버 하면, 으레 리케르트의 신칸트학파를 연상하는 게 공식이 됐다. 더구나 최고의 베버연구가인 슐룩터는 베버를 칸트에까지 소급시킨다. 이런 지적 풍토에서 한계효용학파의 영향은 그저 공허한 외침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다가 베버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강의원고나 편지 등 다양한 자료가 편집되면서 베버의 지적 성숙과정의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특히 몸젠의 섬세한 역사학적 분석은 한계효용학파와 베버의 관계가 단순히 이론적 차원에서나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역사적 사실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참고로 슐룩터도 최근의 연구에서 이전보다 강하게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베버는 당시의 수많은 지적 조류를 검토, 비판, 수용하면서 자신의 독특한 문화과학 연구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이제 오랜 동안 간과되어온 한계효용학파의 이론경제학과 베버의 연구프로그램 사이의 관계가 새로운 연구테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는 과연 ‘제3 역사적-이론적 요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향후 수많은 책과 논문이 나와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 수많은 반론과 비판이 제기돼야 할 것이다.

김덕영 / 독일 카셀대·사회학


©2006 Kyosu.net
Updated: 2006-07-1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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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헉! 내 리포트를 누가 팔고 있네
대학생 수업카페에 올려놓은 과제물 등
인터넷서 몰래 퍼다가 버젓이 거래 성행
판매사이트쪽 “중개만 할뿐…책임없어”
한겨레 임인택 기자
대학생들의 과제물 등 각종 개인 리포트들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에 의해 마구잡이로 온라인상에서 유료거래되고 있다. 이미 온라인 상에 공개된 남의 리포트를 수집해 인터넷 유료사이트에 올린 뒤, 거래된 만큼 수익을 챙겨가는 ‘리포트 절도범’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포트 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던 채혜미(서울대 법대·23)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프랑스 예술가 ‘오를랑’에 대해 작성해 수업 커뮤니티 카페(같은 수업을 받는 학생들끼리 만든 온라인 모임)에 올린 문서 2개가 각기 다른 사람의 명의로 다른 사이트에 등재돼 버젓이 유료로 거래되고 있던 것이다. 수업 커뮤니티 카페에 가면 그냥 볼 수 있고 작성한지 1년이나 되는 이 문서를 이 사이트에서 내려받는 대가는 700원.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의 뺨을 칠 만한 누군가가 채씨의 리포트로 간단히 벌어들인 수익은 1만3천원 가량이었다. 채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리포트를 올리면서 누군가 이걸 돈을 버는데 이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채씨와 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온라인에는 대놓고 ‘리포트 수집 판매’의 요령을 알려주며 ‘사업’을 독려하는 글도 떠돌 정도다.

한 포털사이트의 구직 정보 카페에는 지난 2일 아이디 ‘강박사랑’이 ‘리포트 수집 판매 사업 요령’을 올렸다. 그는 “돌아다니는 한글자료는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자료를 도용한 경우”라며 “대학생들이 리포트를 많이 쓰는 ‘성수기’인 4~6월에 특히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에 유료 판매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중개업’을 하기 때문에 도용에 대한 책임은 등재자에게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한 리포트 유료사이트 관계자는 “100건 가운데 1건 정도가 도용된 문서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실제 작성자가 항의해 밝혀진 사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금까지 리포트 유료사이트 두 곳에서 자신의 리포트가 거래됐다는 박세완(고려대 법대·28)씨는 “사이트 한 곳에 항의를 했지만 ‘소명기간이 지났다’며 아무 보상도 없이 자료만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개 사이트에서 박씨의 문서는 114차례가 거래됐고, 오간 돈은 확인된 것만 28만5천원어치다. 박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문서를 도용한 이를 서울 종암경찰서에 우선 신고했다. 하지만 리포트 등재자가 허위 개인정보로 사이트에 가입했을 경우, 상대방을 찾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현재 리포트 유료 판매사이트는 레포트 월드, 네이버 지식시장, 해피캠퍼스 등 20여곳에 이르며 최대 300만건 이상의 자료를 보유한 곳도 있다.

임인택 기자, 송경화 인턴기자(서울대 지리학과4년)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417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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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1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어떻게 해결 안되나?
리포트 베껴 내는 게 일반화된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이제 이런 불법적인 거래 관행까지 판을 치니 ...

balmas 2006-07-1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군요.
그럼 저도 한번 검색해볼까요? ^^;

마립간 2006-07-1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학생들만 뭐하라고 하지 말고 (아니 뭐라고 해야 하면서도 선생님들 측에서는) 레포트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꿔 예를 들면 구술 시험 아니면 open book 필기시험 등...
예전 S대 학생이 한자시험을 형편없이 치룬 것이 신문에 실렸는데, 학생의 항변이 한자는 모르지만 영어는 잘 한다면서 예전의 평가 방법을 고수하는 교수님을 질타한 글을 읽고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 교수님들도 세상의 변화에 맞게 변화해야죠.

cplesas 2006-07-1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레포트가 상품이 되고 있다더라도, 그 이전에 레포트를 한 명의 지적 재산으로 귀속시킬 법적 근거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정말 불법'적'인 건, 가령 해피캠퍼스의 경우 레포트를 거래하면서 레포트 가격의 50% 이상을 자기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4&dir_id=403&eid=BqXnHApdlRdsrW2GZOGrJ6Ws0FOiPbdf).

완죤 다단계 뺨치네요ㅋ

마립간님/ 제 생각에는 시험을 레포트 이외의 방식으로 대체할 것인지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담당 교수와 개개 수업의 학생들 간에 합의할 문제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여기서는 레포트를 사서 낼 수 있다는 부당함이 이유겠지요-성적 산출 방법이 문제된다면, 교수이든 학생이든 아무리 다른 방법을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더라도, 한쪽이 독단적이라는 점은 별로 변화되지 않을 것 같거든요. 물론 여기에 각 대학들이 이와 관련된 학칙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까지 더해지면 훨씬 복잡한 문제가 되겠지만요.


반딧불,, 2006-07-1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짜증나죠.
열심히 썼는데 열심히 베끼고 짜집기한 것이 더 학점이 높게 나올때 정말 절망해요ㅠㅠ

balmas 2006-07-1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예, 평가방법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죠. 그리고 보고서를 과제로 낼 때도
좀더 세심한 방법을 고안하면, 베끼거나 남의 페이퍼를 무단 도용해서 제출하는
일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죠. 그런데 사실 시간강사들은 대개 100명 이상의 대형강의를 맡는 일이 많기 때문에, 평가 방식을 다양화한다든지 보고서 주제를 세심하게 생각한다든지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_-a
무영님/ 그렇군요. 그것도 수수료가 꽤 많네요. 저런 업체들이 버젓이 영업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반딧불님/ 글쎄 말입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죠. -_-
 

 

생필품 1위, 커피믹스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생필품은 무엇일까? 쉽지 않은 질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측조차 어려운 난제만은 아니다. 생필품 매장을 대표하는 곳을 대형 할인마트로 보고, 그곳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을 답으로 보는 데에 무리가 없다면 말이다. 그것은 바로 ‘커피믹스’다. 국내 최대 할인마트는 올 들어 5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제품군을 커피믹스라고 발표했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커피, 설탕, 프림의 황금비율. 화려한 알루미늄박 필름에 들어 있는 커피믹스의 실루엣이다. 한낱 분말 또는 과립의 혼합물이지만 따끈한 물에 녹는 순간 괴력을 발휘한다. 쌉쌀한 듯 구수하게 감도는 그윽한 단맛. 한번 입에 익은 사람은 순식간에 포로가 된다. 하루 한두 잔은 기본이고 마니아라면 몇 잔씩 습관적으로 마신다. 어디서든 뜨거운 물만 있으면 되니 편리하기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발전해가는 커피 소비문화를 건강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할까. 구성 원료들을 도마 위에 올려보자. 먼저 커피는 유해 여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카페인과 같은 각성물질이 ‘창’이라면 폴리페놀과 같은 항산화물질은 ‘방패’와 같다. 즉,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커피에 대한 선악 구분은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두 번째 물질인 설탕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유해성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다. 문제는 세 번째의 프림이다. 커피 크리머의 또 다른 이름인 프림은 문제가 많은 물질이다. 프림을 보면서 우유를 연상한다면 순진한 사람이다. 식물성 유지, 카세인나트륨, 제이인산칼륨, 실리코알루민산나트륨…. 세포에 원형질이 있다면 이 물질들은 프림의 원형질이다. 여기에 향료, 색소 등이 추가된다.

우선 프림의 뼈대와 같은 식물성 유지를 보자. 이것은 인공경화유다. 가공식품 유해성 논란의 첨단물질인 트랜스지방산이 당연히 똬리를 틀고 있다. 그 뒤에 늘어서 있는 낯선 물질들은 무엇일까. 기능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틀어 유화제로 이해하면 된다. 우유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용하는 첨가물이다. 물론 화학물질이다. 모 커피믹스의 깊은 풍미를 유독 사랑하는가? 그것은 향료의 작품이다. 커피믹스로 만든 이른바 ‘다방커피’ 한 잔을 마셨다면 결국 정제당을 큰 숟갈 가득 먹은 것이고, 심혈관 질환의 주범인 트랜스지방산을 먹은 것이며, 수많은 화학물질을 먹은 것이다.

커피는 기호음료를 대표한다. 이젠 기호음료 소비문화도 건강이라는 틀 위에 올려놓고 다시 재단해야 한다. 커피믹스가 우리나라에 최초로 선을 뵌 것은 약 30년 전이다. 당시는 인스턴트 커피조차 귀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크게 변해 있다. 바람직한 기호음료 문화란 무엇일까. 가급적 가공을 적게 한 차를 즐기는 것이다. 원두의 ‘블랙 맛’을 배워보자. 다방커피가 현란한 환락가의 맛이라면 블랙커피는 칼칼한 여염집의 맛이다. 우리 몸은 후자의 맛을 더 좋아한다. 자연의 맛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회학자 데버러 럽튼은 “인류의 위험은 자연적인 것에서 인위적인 것으로 변해왔다”고 갈파했다. ‘생필품 1위 커피믹스’라는 현실을 보니 그 말의 뜻이 비로소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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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7-1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생각해보면 주위에 먹을것 하나 없다는... 방금 SBS스폐셜에서 싱가포르에서 아동비만잡기라는 주제로 내보내는것 같던데 보니까 청량음료에 있는 당의 함류량이 싱가포르보다 거의(?) 두배라네요. 각설탕이 13개 들어간 것과 같다던가 하던.....-_-; 완전 설탕물이 따로 없더라구요.(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심각해 보이는 수준..;) 여하튼 저 책을 본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면(직접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꺼림칙 해지더라구요. 이미 먹어 버린거라 어쩔 수 없지만요.ㅠ;

balmas 2006-07-17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2580에서는 국내 스타벅스 커피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내용을 방송하더군요. 미국이나 일본보다 한 1000원에서 1500원 가량 비싸더라고요 ... -_-

가넷 2006-07-1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타벅스.... 커피전문점... 맞죠? 확실히 다른 나라와 비교 했을때 폭리를 취하기는 하네요.; 그런데 우선 거기 가는게 더 이해가 안되네요..--;

balmas 2006-07-1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ro님,

한달 전쯤에 스타벅스에 관한 글을 하나 페이퍼로 올린 적이 있답니다.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894883

경향신문 [매거진 X]에서 특집으로 다룬 건데, 한번 읽어보세요.

스타벅스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견해가 잘 나타나 있죠 ... :-)


balmas 2006-07-1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잘 하셨어요.
저는 매일 커피믹스나 다름없는 자판기 커피만 마시는데요, 뭘.
집에서도 주로 인스턴트 커피를 애용 ...
원두커피는 너무 많이 마시게 되더라고요.

비자림 2006-07-17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던 글이지만 반갑네요. 다음 단계는?
퍼가겠나이다.^^

balmas 2006-07-17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비자림님, 그러세요. :-)

페일레스 2006-07-17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솔직히 자연물 vs 인공물의 구도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환경론자들의 논리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과학적으로 분자구조가 동일하면 동일한 것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설탕이란 것도 그 자체로는 유무해를 따질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몸에 과도하게 저장됨으로써 각종 질병이 유발되는 것이니까요. 적당히 먹고 운동하는 게 건강의 근원 아닐까요? 이글루스에서 글을 쓰는 모기불님(http://mogibul.egloos.com) 블로그에 가면 여러가지 얘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balmas 2006-07-18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이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해주셨네요. ^-^
맞습니다.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들은, 모두 부정하거나 거부할 필요는 없지만, 아주 신중하게 듣고 판단해야 할 이야기들이죠. 각종 성형수술이나 미용, 건강 등에 관한 담론도 마찬가지지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미국화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한미 FTA를 통해 의료시장만 개방되면, 사실 미국과 다를 바 없게 되겠죠.
결국 신문방송에서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미용과 건강, 의료상식에 관한 이야기들은 한미 FTA를 성사시키기 위한 예비 전략인가? -_-

반딧불,, 2006-07-18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아침에 석잔 마시고 앉아있었어요. 이제 안끊어져요ㅠㅠ

balmas 2006-07-19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헉, 커피 많이 드시네요. 아침에만 석 잔 ... 커피 대신 다른 차를 마셔보시죠, 커피는 한 잔만 하시고.
새벽별님/ 오, 좋으시겠어요, 커피를 한 잔도 안 드시고 ... ㅎㅎㅎ 소아적이긴요,
이기적이지 ... 3=3=3=3=3
 
국제 이주 - 세.상.보.세 2
피터 스토커 지음, 김보영 옮김 / 이소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표지 사진에 약간의 거부감이 느껴지는 걸 보면 나는 아직 덜 됐다. 이 책의 표지사진은 '말리 인 열 명의 추방 반대 단식 투쟁에 연대하는 시위 도중에 파리 경찰 기동대 옆에 서 있는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을 찍은 것이라고 한다.(책 날개에 씌인 이 글을 보고서야 "야-, 으샤으샤-"했지만..) 한국사회에선 이주노동자가 이렇게 담배를 물고 경찰기동대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한다면 언론들이 어떤 눈으로 볼까?

한국의 언론에 비친 이주노동자는 '정말 착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인데 월급도 못 받고 어렵게 산다, 불쌍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 보살펴줘야 되지 않겠나'하는 관점이 강한 듯 하다. 그러니, 한쪽에선 한국기업의 해외진출과 제3국의 값싼 노동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또 한쪽에선 이주노동자에 대한 '보살핌'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병주고 약주기다.

'불쌍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생각할 뿐, 왜 그들이 가난해졌는가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동정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언론의 관점이 언제 또 달라져,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뺏고 있다거나 범죄를 일으키고 있다거나 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이주민까지 들어온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논조로 바뀔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한국인노동자들의 노동운동에도 국가경제를 운운하는 이들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을 고운 눈으로 바라볼 리 없다.

이런 잘못된 오해와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공부 좀 하라고 쓴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주 얇은 책이지만, 왜 이주(노동)를 하게 되는지, 이주의 규모는 어떠한지, 이주로 인해 송입국과 송출국이 어떠한 이득을 얻고 있는지 통계자료로 알려주고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 이주에 관한 다이제스트라 할 만 하다.

"이주민이 많은 나라에서 이주민이 야기하는 문제로 거론되는 부분-경제적 문제든, 사회적 문제든-이 오해에서 비롯되어 있음을 밝혀준다. 이주에 관한 논쟁이 서구 미디어에 의해 과대 포장되어, 마치 부유한 나라를 괴롭히는 사회 문제의 대부분이 이주민 때문에 야기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피터 스토커의 책은 신화로부터 사실을 분리해주는 훌륭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의 독자들은 면밀한 연구의 결과이면서 매우 잘 읽히도록 씌어진 이 책에서 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 보나 말왈<<수단데모크라틱 가제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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