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헉! 내 리포트를 누가 팔고 있네
대학생 수업카페에 올려놓은 과제물 등
인터넷서 몰래 퍼다가 버젓이 거래 성행
판매사이트쪽 “중개만 할뿐…책임없어”
한겨레 임인택 기자
대학생들의 과제물 등 각종 개인 리포트들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에 의해 마구잡이로 온라인상에서 유료거래되고 있다. 이미 온라인 상에 공개된 남의 리포트를 수집해 인터넷 유료사이트에 올린 뒤, 거래된 만큼 수익을 챙겨가는 ‘리포트 절도범’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포트 판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던 채혜미(서울대 법대·23)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프랑스 예술가 ‘오를랑’에 대해 작성해 수업 커뮤니티 카페(같은 수업을 받는 학생들끼리 만든 온라인 모임)에 올린 문서 2개가 각기 다른 사람의 명의로 다른 사이트에 등재돼 버젓이 유료로 거래되고 있던 것이다. 수업 커뮤니티 카페에 가면 그냥 볼 수 있고 작성한지 1년이나 되는 이 문서를 이 사이트에서 내려받는 대가는 700원.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의 뺨을 칠 만한 누군가가 채씨의 리포트로 간단히 벌어들인 수익은 1만3천원 가량이었다. 채씨는 “인터넷 게시판에 리포트를 올리면서 누군가 이걸 돈을 버는데 이용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너무 황당하고 기분 나쁘다”고 말했다.

채씨와 같은 피해자가 한둘이 아니다. 온라인에는 대놓고 ‘리포트 수집 판매’의 요령을 알려주며 ‘사업’을 독려하는 글도 떠돌 정도다.

한 포털사이트의 구직 정보 카페에는 지난 2일 아이디 ‘강박사랑’이 ‘리포트 수집 판매 사업 요령’을 올렸다. 그는 “돌아다니는 한글자료는 대부분이 다른 사람의 자료를 도용한 경우”라며 “대학생들이 리포트를 많이 쓰는 ‘성수기’인 4~6월에 특히 많은 수익을 올린다”고 전했다.

이에 유료 판매사들은 저작권에 대한 ‘중개업’을 하기 때문에 도용에 대한 책임은 등재자에게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한 리포트 유료사이트 관계자는 “100건 가운데 1건 정도가 도용된 문서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실제 작성자가 항의해 밝혀진 사례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금까지 리포트 유료사이트 두 곳에서 자신의 리포트가 거래됐다는 박세완(고려대 법대·28)씨는 “사이트 한 곳에 항의를 했지만 ‘소명기간이 지났다’며 아무 보상도 없이 자료만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2개 사이트에서 박씨의 문서는 114차례가 거래됐고, 오간 돈은 확인된 것만 28만5천원어치다. 박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문서를 도용한 이를 서울 종암경찰서에 우선 신고했다. 하지만 리포트 등재자가 허위 개인정보로 사이트에 가입했을 경우, 상대방을 찾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은 요원하다. 현재 리포트 유료 판매사이트는 레포트 월드, 네이버 지식시장, 해피캠퍼스 등 20여곳에 이르며 최대 300만건 이상의 자료를 보유한 곳도 있다.

임인택 기자, 송경화 인턴기자(서울대 지리학과4년)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14179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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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17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어떻게 해결 안되나?
리포트 베껴 내는 게 일반화된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이제 이런 불법적인 거래 관행까지 판을 치니 ...

balmas 2006-07-17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렇군요.
그럼 저도 한번 검색해볼까요? ^^;

마립간 2006-07-17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에는... 학생들만 뭐하라고 하지 말고 (아니 뭐라고 해야 하면서도 선생님들 측에서는) 레포트로 학생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바꿔 예를 들면 구술 시험 아니면 open book 필기시험 등...
예전 S대 학생이 한자시험을 형편없이 치룬 것이 신문에 실렸는데, 학생의 항변이 한자는 모르지만 영어는 잘 한다면서 예전의 평가 방법을 고수하는 교수님을 질타한 글을 읽고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 교수님들도 세상의 변화에 맞게 변화해야죠.

cplesas 2006-07-1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레포트가 상품이 되고 있다더라도, 그 이전에 레포트를 한 명의 지적 재산으로 귀속시킬 법적 근거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정말 불법'적'인 건, 가령 해피캠퍼스의 경우 레포트를 거래하면서 레포트 가격의 50% 이상을 자기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간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http://kin.naver.com/db/detail.php?d1id=4&dir_id=403&eid=BqXnHApdlRdsrW2GZOGrJ6Ws0FOiPbdf).

완죤 다단계 뺨치네요ㅋ

마립간님/ 제 생각에는 시험을 레포트 이외의 방식으로 대체할 것인지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담당 교수와 개개 수업의 학생들 간에 합의할 문제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여기서는 레포트를 사서 낼 수 있다는 부당함이 이유겠지요-성적 산출 방법이 문제된다면, 교수이든 학생이든 아무리 다른 방법을 일방적으로 주장한다더라도, 한쪽이 독단적이라는 점은 별로 변화되지 않을 것 같거든요. 물론 여기에 각 대학들이 이와 관련된 학칙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까지 더해지면 훨씬 복잡한 문제가 되겠지만요.


반딧불,, 2006-07-17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정말 짜증나죠.
열심히 썼는데 열심히 베끼고 짜집기한 것이 더 학점이 높게 나올때 정말 절망해요ㅠㅠ

balmas 2006-07-1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예, 평가방법을 다양화할 필요도 있죠. 그리고 보고서를 과제로 낼 때도
좀더 세심한 방법을 고안하면, 베끼거나 남의 페이퍼를 무단 도용해서 제출하는
일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죠. 그런데 사실 시간강사들은 대개 100명 이상의 대형강의를 맡는 일이 많기 때문에, 평가 방식을 다양화한다든지 보고서 주제를 세심하게 생각한다든지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_-a
무영님/ 그렇군요. 그것도 수수료가 꽤 많네요. 저런 업체들이 버젓이 영업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반딧불님/ 글쎄 말입니다.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말이죠.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