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자림 > 등꽃

 

            등       꽃

 

                                     김  명 인

 

 내 등꽃 필 때 비로소 그대 만나

 벙그는 꽃봉오리 속에 누워 설핏 풋잠 들었다

 지는 꽃비에 놀라 화들짝 깨어나면

 어깨에서 가슴께로

 선명하게 무늬진 꽃자국 무심코 본다

 달디달았던 보랏빛 침잠, 짧았던 사랑

 업을 얻고 업을 배고 업을 낳아서

 내 한 겹 날개마저 분분한 낙화 져내리면

 환하게 아픈 땡볕 여름 알몸으로 건너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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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7-20 0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 좋구나 ...

Runa 2006-07-21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환해진달까요.
오늘 아침 한겨레의 문태준 시인이 생각나네요.
저는 시의 본령은 여전히 서정이라 여기는 구태를 못 벗어나 그런지,
요즘 나오는 소위 '미래파'들의 말 엮는 재주는 서커스보듯 찬탄하지만,
가까이 오래 보고 싶지는 않지요.
얼마전 김명인의 새시집을 만지작거리다 말았던 일도 있고,
소월의 서정을 닮았다는 문태준의 시집도 볼 겸 점심 먹고
서점에 들러야 겠습니다.

balmas 2006-07-22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참, 좋죠?
읽으니까 짜릿한 게 역시 서정의 힘은 대단하구나, 새삼 느끼겠더군요. :-)
그럼 저도 카우테님 따라서 한 권 사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