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큰 놀이터다 - 화랑세기에서 배우다, 소통편
김정산 지음 / 예담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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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을 만든 인물, 위화.

익히 들어왔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화랑이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교과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이 책은 위화가 어떻게 화랑을 만들었는지, 화랑은 어떤 생활을 했는지와 같은 화랑 안내서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화랑을 만든 인물, 위화가 살아온 행적을 좋아 가면서 풍류란 무엇인지, 풍류를 실천하며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위화이지만, 이야기를 끌어가고 정리하는 인물은 '법화'이다. 법화와 그 제자들간의 대화를 통해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화랑세기의 내용을 통해 소통에 대해 말한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뜻이 통하여 서로 오해가 없음이 아니던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소통'이 아닐까. 현대사회, 그 중에서도 지금의 한국사회만큼 소통부재인 시대가 또 있었을까. 어떻게 보면 현대에 들어와서 지금만큼 자기 목소리를 많이 냈던 시대도 없었기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대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풍류를 이렇게 말한다. "풍류란 먹고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는 것만이 아니다. 삶을 즐기고 살아 있음을 향유하려는 자세와 태도, 그에 따른 처세와 소통의 기술을 총칭하는 용어다. 요즘 용어에 '웰빙(참살이)'과 비슷하다고 할까. 인간의 격과 인생의 질을 높이는 모든 일을 일컬어 풍류라고 할 수 있다."(p.7)

그런 풍류를 제대로 실천하며 살았던 위화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놀다 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 책의 목차는 소제목이면서 풍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계발서의 목록에나 오를 법한 이야기들을 위화의 삶 속에서 제대로 찾아내었고, 그것을 재미난 이야기로 꾸몄기에 읽는 재미도 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는, 웬 늙은 왕이 어린 처자를 탐하나 싶어서 좀 고리타분한 옛 이야기쯤으로 생각했었다. 색공이라는 말은 '미실'과 관련있는 이야기를 읽을 때 접한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았다. 

책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호의를 베푸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호의를 받아들여 신세를 지는 데도 그에 못지 않게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줄 줄도 알아야 하지만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 남에게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은 줄 줄도 모르는 법이다. 주는 사람도 아무한테나 주어서는 안 되겠지만 받는 사람 역시 아무한테나 받아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모두 상대를 가리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중략-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이런 큰 거래는 하나를 주면 반드시 그 이상을 남겨야 하는 세간의 장삿속은 철저히 배제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p.108)

설마 이것을, 뇌물이나 청탁과 연관짓는 못난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마지막 문장이 바로 그런 것을 결계하고 있음이다.

책 속 이야기가 하나하나 보고 배울 점들이다. 이야기마다 교훈을 남기고 있지만, 교훈을 주기 위해 쓴 글로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렇다고 무릎을 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은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몰랐던 신라의 사회 문화와 더불어 세상을 사는 방법을 함께 배울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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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바위그림
김호석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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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 새로 생긴 암각화전시관에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 그동안, 가까운 곳에 책에서만 보던 암각화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가보지 못했는데, 전시관이 생겼다기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고, 공부를 좀 하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확실히 그랬다.

 

일단 이 책은,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주 천전리 암각화, 칠포리형 암각화로 크게 나누어져 있다. 내가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은 당연히 울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반구대 암각화의 실측도라고 할 수 있다. 실측도의 그림을 보면서 내용을 읽다보니 보지 않고도 본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것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던 것을 무슨 그림이, 언제, 어떤 순서로 어떻게 새겨졌는지를 알고 나니, 그 옛날 선사시대로 돌아간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실, 울산 대곡리의 반구대 암각화는 댐 건설로 인해 가뭄 때나 되어야 실체를 볼 수 있다. 내가 전시관을 찾았을 때는 망원경을 통해 물에 잠겨 있는 곳 밖에 보지 못했다. 사실 전시관 안에 있는 전시물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오히려 책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았다고도 할 수 있다.

 

암각화의 부분부분을 상세하고 설명하고 있어서, 그 당시의 생활상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기도 하다. 울산 지역의 고래잡이가 그렇게 먼 옛날부터 행해졌고, 먼바다에까지 나갔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삼스럽기도 했다. 암각화가 새겨진 순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조각기법에도 눈을 둬야하지만, 조각과 조각이 겹쳐진 부분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아이가 고래를 무척이나 좋아하기 때문에 고래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아이와 함께 전시관에 가서 모작이긴 하지만 조각을 보면서 고래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암각화를 각 지역별로 비교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의 암각화와 비교도 하고 있다. 대곡리의 암각화가 바위면이 북쪽을 향하고 있고, 하나의 바위에 집중적으로 제작되어 있는 반면 북방아시아의 암각화는 동남쪽을 향하고 있고 다수의 바위면에 산재하는 걸로 보아 대곡리 암각화는 정착생활이 시작된 후에, 북방지역의 암각화는 이동과 유목생활을 하는 동안 제작된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대곡리 암각화가 여러 종류의 동물그림이 불규칙하게 나열되어 도감식 구성을 하고 있는 반면 북방아시아의 암각화는 한편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또 대곡리 암각화가 동물의 형태를 인식하는 시각이 측면에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북방아시아 지역의 암각화는 대상에 실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다른 성격을 갖는다고 한다. 이런 차이점이 있는가하면 미의 원리나 조형의 발전과정은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안에서도 각 지역의 암각화는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상세한 그림을 통해 그 차이를 알게 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다. 암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역할 뿐 아니라 미의식과 예술혼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고고학적 관점보다는 한국미술의 원형에 대한 탐구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더했기도 하다.

 

최근 지역뉴스에서는, 반구대 암각화가 수몰되어 훼손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 훼손을 줄이고 보존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익과 맞물려 어떻게 결론이 날 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그 오랜 시간동아 살아남은 암각화의 흔적들이 단 몇년 사이에, 그것도 우리의 편리를 위하여 훼손되고 있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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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서평단 알림
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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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집 아이 한솔이가, 디즈니에서 나온 [백설공주]를 너무나 좋아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디즈니식 애니메이션에 대한 비판을 워낙 많이 들었기 때문에 뭔가 대체할 만한 것이 없을까를 고민했던 적도 있었지만 적당한 대체품을 발견하지 못한 탓도 있다. 한솔이는 dvd의 내용을 아예 외워버렸을 정도로 많이 보았다. 지금 아이가 말을 배우는 단계여서 흡수력이 빨라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장면장면을 다 기억하고 있고, 무슨 대사를 할지도 알고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면이 나오면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같이 해보자고까지 한다. 그런데, 아이가 dvd를 보는 동안 엄마인 나도 그걸 함께 보다보니, 이제는 백설공주라 하면 내가 예전에 읽었던 그 이야기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dvd의 내용만 떠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두번째 이유라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일단, 이 책은 저자가 새롭게 번역한 새하얀 눈아이의 이야기와, 영어와 독일어로 된 글이 함께 실려있다. 뒷부분에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해설'이 곁들여있는데, 일단은 이야기만 읽어보기로 했다. 이야기를 읽었을 때, '새하얀 눈아이'라는 명칭을 제외하고는 어렸을 때 읽은 이야기와 별반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전체의 줄거리에는 특별한 가감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일부 명칭의 변화와, 다듬어지지 않은(매끄럽지 않다고 느껴지는) 문장 몇이 눈에 띌 뿐이었다.

저자는, 명칭에 크게 신경쓴 듯하다. 백설공주를 '새하얀 눈아이'로, 여왕을 '못된 먹은 여자'로 옮긴다. 그것이 이야기를 읽는데 있어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백설공주와 차별을 하는) 큰 역할을 한다고 보는 듯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나는, 단어 하나, 문장의 어투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전체적인 줄거리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단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백설공주의 탄생과 관련해서 다시 생각이 났을 뿐이었다.

그러면, 이 책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까?

바로 그것은 뒷부분에 있는 '청소년과 부모를 위한 해설'을 읽음으로써 알게 된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백설공주 이야기를 원래의 옛 이야기로부터 생각꺼리를 끄집어내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번역하고 디즈니식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서, 어린이(그것도 어린 유아용)으로 변해버린 이야기를, 원래의 'snow white'로 환원시켜 청소년은 물론이고 어른 세대들까지도 독자층으로 흡수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이 책은 청소년용 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린 유아나 아동들에게 새하얀 눈아이의 이야기로 읽혀도 상관은 없지만, 전체적인 큰 틀(줄거리)이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으므로 문제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이 이야기를 읽고 저자가 이야기 구절 하나하나를 해체하고 그 속에 숨은 뜻을 찾아내는 작업(?)을 따라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너무 잘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왜 그랬을까?를 생각하는 동안 다양한 문화코드를 찾아낼 수 있다는 즐거움이 보인다.

그리고 맨 뒤에 싣고 있는 [순금 아이]를 통해 다시 읽기를 연습해볼 수 있어서 좋다.

저자의 의견과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사실, 저자처럼 읽으니 글이 재미가 없다. 이야기가 주는 교훈, 문화코드를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 자체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므로) 저자처럼 글 속에 숨은 뜻을 찾아가는 일도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알라딘 리뷰어선정으로 읽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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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랑 흑구랑 책읽는 가족 2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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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책을 두고 잠시 나간 사이에 아이가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세 살배기 아이는 “엄마, 염소다. 매에~매에~” 하면서 책을 들고 나에게 왔다. 웬 염소?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다시 받아드는데, 아뿔싸! 염소였다. 나는 이 책 제목만 보고 책상 위에 놓아두었는데, 내 맘대로 흑구를 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표지 그림에 떡 하니 나와 있는 염소를 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세 살배기 아이도 염소라고 알만큼 확연한 그림도 제대로 못 보다니 참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을 볼 때, 어른이 된 나의 시선은 그림을 놓칠 때가 많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이 책도 개정판이 나오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내용이 그림으로 그려져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졌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영구랑 흑구랑」에서는 자전거를 사고 싶은 마음에 물에 떠내려 온 염소를 목숨 걸고 구해 낸 영구가 흑구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영구가 흑구를 애지중지하는 것은, 흑구를 팔아 자전거를 사겠다는 목표때문이었지만 결국은 자전거를 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택하고 흑구를 팔지 않는다. 흑구는 가축으로 키워졌지만 영구에게는 가족이 되었던 것이다. 이는 요즘처럼 형제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들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함께 실려 있는 「송아지내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선생님의 볼우물」, 「제비꽃」,「봉삼이 아저씨」는 사람을 겉으로 드러난 외모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아빠의 비밀」이나 「고향 가는 길」, 「갈 수 없는 나라」는 가족의 소중함을, 「아침에 별이 뜬 집」, 「살아있는 돌」,「흰나비나무」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들이 요즘 아이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소재들이 포진해있는 만큼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옛이야기 같지 않은 옛이야기들을 통해 아이들은 마음이 풍성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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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소중해요
국제앰네스티 지음, 김태희 옮김, 니키 달리 외 그림 / 사파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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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엠네스티'에 대해서는, 얼마전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한국을 찾은 이들로 인해 알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이다. 그들이 세계의 유명한 그림작가들과 함께 세계인권선언을 그림을 풀어낸 책을 선보였다.

사실, 나 하나 먹고 살기 힘든 터에 남의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아둥바둥 살아가는 나도 누군가에 의해 내 권리를 짓밟히고 있으면서도 '먹고 살기'만도 힘들다는 이유로 권리를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한마디 해주기를, 누군가의 손길이 나에게도 닿기를 바래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의 일이었던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쓰고, 이해를 도와주는 그림이 있는 책이지만, 나처럼 세계인권선언을 처음 접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아이에게 읽히기 전에 내가 먼저 읽어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필요할 듯하다.

이 책에는 30조항에 달하는 인권선언이 있다. 각 조항마다 그림작가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중에 한국화가인 홍성담 씨의 그림도 있는데 그 조항이 "14조항 만약 우리 나라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위험에 놓이면, 우리는 안전을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날 권리가 있어요"이다. 그림화가들이 각 조항을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주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참 의미심장한 조항이 아닐 수 없다. 발목의 쇠사슬을 끊고 하늘로 날아오른 그림과 조항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수많은 족쇄가 채워져있다. 그러한 것들을 모두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의 안전을 위해, 우리의 안전을 위해 다함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음에도 국가라는 거대 권력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즘 같은 때에 이 책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같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는 말을 믿고 싶다.

게다가 이 많은 그림작가들의 그림을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책 뒷면에 소개된 그림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나처럼 그림만으로 그림작가를 구분할 수 없는 사람도, 그림작가가 누구인가를 떠나서, 각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계인권선언을, 어린이책으로나마 한번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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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남자 2008-09-1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가 생기면 어린이책 많이 보고 싶어요.
추측이지만 어린이의 시선에 맞춘 책이 보다 정직하고, 오히려 군더더기가 없지 않나 생각되네요.
요새 '사XXX의 나라'라는 책을 읽는 중인데, 어찌나 군더더기가 많은지 50페이지로 해결할 수도 있는 내용을 600페이지 가깝게 빽빽한 글로 채워 요점 파악도 힘들고 졸립고 그래요. ^^

하양물감 2008-09-16 15:21   좋아요 0 | URL
저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어린이책을 등한시했었어요. 그런데 이 세계도 꽤나 즐거운 세계더군요^^ 아이들 책이 때로는 더 유용하고 다양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