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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소중해요
국제앰네스티 지음, 김태희 옮김, 니키 달리 외 그림 / 사파리 / 2008년 9월
평점 :
'국제엠네스티'에 대해서는, 얼마전 촛불집회와 관련하여 한국을 찾은 이들로 인해 알게 되었다.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이다. 그들이 세계의 유명한 그림작가들과 함께 세계인권선언을 그림을 풀어낸 책을 선보였다.
사실, 나 하나 먹고 살기 힘든 터에 남의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아둥바둥 살아가는 나도 누군가에 의해 내 권리를 짓밟히고 있으면서도 '먹고 살기'만도 힘들다는 이유로 권리를 포기하고 살았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한마디 해주기를, 누군가의 손길이 나에게도 닿기를 바래오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남의 일이 아닌 바로 나의 일이었던 것이다.
세계인권선언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쓰고, 이해를 도와주는 그림이 있는 책이지만, 나처럼 세계인권선언을 처음 접하는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아이에게 읽히기 전에 내가 먼저 읽어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이 필요할 듯하다.
이 책에는 30조항에 달하는 인권선언이 있다. 각 조항마다 그림작가들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그림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중에 한국화가인 홍성담 씨의 그림도 있는데 그 조항이 "14조항 만약 우리 나라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위험에 놓이면, 우리는 안전을 위해 다른 나라로 떠날 권리가 있어요"이다. 그림화가들이 각 조항을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 주어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참 의미심장한 조항이 아닐 수 없다. 발목의 쇠사슬을 끊고 하늘로 날아오른 그림과 조항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수많은 족쇄가 채워져있다. 그러한 것들을 모두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의 안전을 위해, 우리의 안전을 위해 다함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음에도 국가라는 거대 권력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즘 같은 때에 이 책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같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는 말을 믿고 싶다.
게다가 이 많은 그림작가들의 그림을 한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책 뒷면에 소개된 그림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나처럼 그림만으로 그림작가를 구분할 수 없는 사람도, 그림작가가 누구인가를 떠나서, 각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그림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계인권선언을, 어린이책으로나마 한번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