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랑 흑구랑 책읽는 가족 2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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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책을 두고 잠시 나간 사이에 아이가 책을 뒤적이고 있었다. 세 살배기 아이는 “엄마, 염소다. 매에~매에~” 하면서 책을 들고 나에게 왔다. 웬 염소?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다시 받아드는데, 아뿔싸! 염소였다. 나는 이 책 제목만 보고 책상 위에 놓아두었는데, 내 맘대로 흑구를 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표지 그림에 떡 하니 나와 있는 염소를 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니, 세 살배기 아이도 염소라고 알만큼 확연한 그림도 제대로 못 보다니 참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을 볼 때, 어른이 된 나의 시선은 그림을 놓칠 때가 많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이 책도 개정판이 나오면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내용이 그림으로 그려져 읽는 재미를 한층 높여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으며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졌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영구랑 흑구랑」에서는 자전거를 사고 싶은 마음에 물에 떠내려 온 염소를 목숨 걸고 구해 낸 영구가 흑구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을 그리고 있다. 영구가 흑구를 애지중지하는 것은, 흑구를 팔아 자전거를 사겠다는 목표때문이었지만 결국은 자전거를 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택하고 흑구를 팔지 않는다. 흑구는 가축으로 키워졌지만 영구에게는 가족이 되었던 것이다. 이는 요즘처럼 형제가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들에게 느끼는 감정과 비슷할 것이다. 함께 실려 있는 「송아지내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선생님의 볼우물」, 「제비꽃」,「봉삼이 아저씨」는 사람을 겉으로 드러난 외모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아빠의 비밀」이나 「고향 가는 길」, 「갈 수 없는 나라」는 가족의 소중함을, 「아침에 별이 뜬 집」, 「살아있는 돌」,「흰나비나무」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들이 요즘 아이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아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소재들이 포진해있는 만큼 한 권의 책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옛이야기 같지 않은 옛이야기들을 통해 아이들은 마음이 풍성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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