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는 것 - 질문은 어떻게 우리를 해방시키는가? 너머학교 열린교실 22
정준희 지음, 이강훈 그림 / 너머학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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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질문으로 끝나는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대개는 질문-생각-(독자/청자의 대답)-(그에 대한 나의) 대답-(다시 나의) 질문 형식으로 이어진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해 보게 하고, 그 결과를 듣는다. 만약 생각이 잘 안 난다고 하면 좀 더 생각해 보게 도와주고,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채워 나온 대답이 내가 알려주려는 답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그에 연관된 질문을 던진다. 자신만의 생각 없이 주어진 남의 지식은 머리에 남지 않는다. 질문은 새로운 지식을 담는 그릇이다. 질문-생각-대답-질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면 무작정 지식을 쏟아붓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p.12~14)


내가 참 잘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질문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질문을 하려고 하면 나는 식은 땀이 난다. 그러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딱히 정식으로 물어보지 않아도 질문은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고.

우리 눈에 무언가가 보이고, 귀에 어떤 소리가 들리고, 코에 어떤 냄새가 맡아질 때 '어? 이건 뭐지?'라고 무의식적인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늘 '본능적으로' 묻는다. 그랬구나.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질문이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질문이 정확해야 답이 구체적일 수 있으며 질문-대답에 이어 새로운 질문이 나와야 더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대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좋은 질문이란 무엇보다 구체적인 질문이고, 길이 잡힌 질문이고, 무한히 펼쳐놓기보다 차츰 길을 좁혀 주는 질문이다. (p.27)

질문에도 종류가 있을까? 의도에 따라서 질문의 형태가 결정된다. 정말 궁금해서 상대에게서 그 답을 듣고자 던지는 질문을 '진짜 질문'이고, 이미 답이 정해진 상태에서 상대에게 그걸 재확인하려고 내놓는 질문은 '가짜 질문'이다.

질문의 형식을 띠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궁금한 것이 아닌 '가짜 질문'은 수사적 질문(수사의문문)이 있다. 반대 의미를 강조하는 '반어적 질문(반어의문문)', 질문의 형태를 빌린 '명령적 질문(명령의문문)', '감탄적 질문(감탄의문문)' 등이 있다.

이러한 가짜 질문은 자신의 감정을 강조해 표현함으로써 상대가 나에게 공감하며 내가 강조하는 바를 재확인해 주길 바라는 의도를 품고 있다. 이런 질문은 '지식 추구'에 부합하는 형식은 아니다.

그에 반해 '진짜 질문'은 정말로 궁금해서 묻는 것이다. '판정적 질문(판정의문문)'과 '설명적 질문(설명의문문)' 등이 있다. 진짜 질문을 '방향성'이란 관점에서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보면 '한 지점으로 좁혀 가는 질문'과 '사방으로 넓혀 가는 질문', 그리고 '옆으로 이동하는 질문'으로 구분된다.

'좁혀가는 질문'은 여러 정보를 한 점의 확정적 지식으로 모아주는 질문으로 주로 '예, 아니오'로 귀결되는 '판정적 질문'이 이에 적합하다. '넓혀 가는 질문'이란 한 가지 정보에서 시작해서 다방면의 지식으러 뻗어나가는 질문이다. '옆으로 이동하는 질문'이란 특정한 방향성 없이 대화를 이어주는 질문으로 딱히 목적 없는 대화나 사고가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질문이다.

질문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가다 질문의 힘에 이른다. 질문의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우리가 '힘'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는데 질문의 힘은 더 활기찬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더 나은 지식으로 가는 문을 열어 주는 것에서 실현된다.

질문 권력은 시민의 알 권리로부터 나온다

'알 권리(right to know)'에 대응하는 의무개념으로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이 있다. 질문 권력이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듯, 설명 책임 역시 아무에게나 지워지지 않는다. 본래 질문 권력은 민주적 공동체의 구성원이자 주인인 시민에게 주어진 것이고, 설명 책임은 그런 시민이 (다스림을 받는 자로서가 아니라) 주권자로서 갖고 있는 권력을 잠시 맡겨 둔 대행자, 즉 공직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다.(p.102)

나쁜 가짜 질문과 진짜 질문, 그리고 좋은 가짜 질문과 진짜 질문 가운데 오직 좋은 진짜 질문만이 우리를 더 나은 지식으로 이끌고 그로써 우리 사회를 개선한다. 각 개인 각 부문이 마망히 궁금해해야 할 것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 질문 권력을 쓰거나 그걸 대행하는 이들을 통해 책임자들의 설명을 이끌어 내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그러라고 만들어진, 질문 '대행자, '훈련자, 선구자'가 있다.

대표적인 '질문 대행자'는 언론이고, 교육은 '질문 훈련자'이다. 그리고 각종 예술은 '창의적 질문의 선구자'이다. 질문에는 훌륭한 힘이 있고, 그 의도와 형태가 올바르기만 하다면 누구나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힘과 기회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질문이 무엇인지, 왜 질문을 해야 하는지, 질문이 가진 힘과 영향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은 마지막에 묻는다. 왜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느냐고.

첫째, 우리는 아직도 권위적이고 집단적인 문화에 익숙하다. 내 주장을 펼치기보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데에 여전히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둘째, 모임과 학습에 참여하는 자발성이 부족한 까닭에 질문과 대답이 잘 이어지는 쌍방향적이고 역동적인 소통을 할 동기를 갖지 못한다. 세째, 이로부터 질문으로 익숙한 상황을 깨는 것보다, 질문하지 않는 상황에 적응하거나 그냥 회피래 버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경험칙'이 사회적으로 공유된다. 넷째, '부분적으로 합당한' 경험칙이 '전체적으로 부당한' 관습으로 고착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사회 변화가 어려워진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다섯째, 그렇다면 여러분이, 아니 우리 모두가 내심 품고 있을만한, 탈권위주의적이고 반집단적주의적인 욕망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작용에 대해 반작용이 없을 수 없고, 해소되지 않은 욕망은 결코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p.1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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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로 만나는 내:일 - AI와 함께 일하는 미래의 진로와 직업
김영광.챗GPT 지음, 미드저니 그림 / 풀빛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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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함께 일하는 미래의 진로와 직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김영광 저자가 책GPT와 함께 협업을 한 결과이며 미드저니가 그린 그림을 사용하였다. 7페이지에 보면 이 책의 활용 가이드가 나온다. 


이 책은 챗GPT 사용 설명서가 아니라 챗GPT 체험서이다. 일, 직업, 진로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다양한 사례를 담았으며 낯선 표현들을 이해하기 위한 미리보기사전도 수록되어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챗GPT가 창조한 내용들 중에는 실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서의 정확성을 거론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챗GPT가 가진 창의성에 대해서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AI와 함께 살아갈 10대들이 AI와 친해져야 함은 당연하지 않을까? 책 속에 소개된 미래 사회의 직업은 현재 주목을 받고 있거나 앞으로 유망한 직업으로 소개될 수 있을 것 같은 직업들이다. 앞으로 5년간은 AI전문가 분야가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이다.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일자리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머신러닝전문가, 지속 가능성 전문가, 경영 정보 분석가, 정보 보안 분석가, 핀테크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로봇엔지니어, 전기공학 엔지니어, 농기계 전문가, 디지털 전환 전문가


아, 한숨이 푹 나온다. 전형적인 문과형인 내가 설 곳은 어디란 말인가.. 허허.


어쨌든 책의 첫 파트에서는 청소년이 좋아할만한 직업을 소개한다. AI가 문화&미디어 창작자라면 이렇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함께 펼쳐보자.


참신한 아이디어와 그림 실력을 가진 웹툰봇,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가는 게임봇, 그동안 본적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넷플봇, K-아트봇, 전시봇 등등 AI와 전문가집단이 협업하여 만들어내는 세계는 흥미롭고 무궁무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나는 AI와 협업을 하는 전문가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AI 혼자서 뭔가를 하기보다 AI를 학습시키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는 그러한 미래의 직업을 소개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미 창조되거나 활용되고 있는 것들도 알려준다. AI가 테크 전문가라면 애플봇, 구글봇, 메타봇, 인스타봇, 오픈봇, 메디신봇 등의 활약을 계속해서 경험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AI는 패션, 뷰티, 디자인에 있어서도 일가견을 보여준다. 공공&전문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정치봇이 나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어떨까? 창의적이고 정의로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이 정치봇은 누구를 통해 학습을 할까? 지금 현재 정치인들의 모습을 학습해서는 큰일날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챗GPT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쏟아져나오는 챗GPT 열풍(실체보다는 기대와 희망일까?)에 이것 없이는 아니 이것을 모르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 모든 경우의 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아니겠는가. 나는 지금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AI와 어떻게 협업을 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챗GPT는 사람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고, 사실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일반적인 조언과 제안을 잘 할 수 있다. 자료를 통해 학습한 후 창의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챗GPT도 잘 못하는 것이 있다.  실시간 대화나 상호작용이 어렵다. AI언어 모델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나 민감한 정보에는 접근할 수 없고, 최신 이벤트나 뉴스에 대한 업데이트가 되어 있지 않다. 특히 감정을 해석하거나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일은 더 어렵다.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분야에 있어서는 인간의 지식이나 판단을 대체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AI가 만들어낸 세상이 참 멋지구나 감탄을 했다. 그러나 결국은 그 또한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이며 협업을 통해 구현된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청소년들이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고 꿈을 실현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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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게 뭐야?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97
토마 비노 지음, 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 이경혜 옮김 / 북극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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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그게 뭐야?


참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게는.


시(詩)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노래하듯 이야기하듯 동시를 써대던 때도 있었다. 아득한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문학소녀를 꿈꾸었던 학창 시절,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다. 사춘기 여고생의 감성을 꾹꾹 눌러담은 시를 쓰곤 했다. 


대학이라는 넓은 곳에 가서 나는 붓은 꺾였다. 네가 쓰는 것은 시가 아냐. 가슴을 쿠욱 찌르는 가시같은 말들에 상처를 입었다. 시(詩)는 그렇게 내게서 멀어졌다. 


오늘 본 이 그림책은 '시(詩)'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시는 이리저리 헤매는 법을 배우기 위한 비밀통로이기도 하고, 엉뚱하게 변신하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날마다 일하는 농부처럼 먹지도 못하는 씨앗들을 부지런히 거둬들이기도 한다.


시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시를 쓰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것은 내 마음 속에 있던 수많은 질문들, 놀이처럼 장난처럼 가볍게 건넬 수 있는 이야기들, 나만의 안경으로 보는 세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란 그런 것이라고 알려준다. 시는 온 마음을 다해 환영하는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건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삐뚤빼뚤 마음껏 그리고 색칠해도 된다고 말한다. 


한번 마음을 닫은 후부턴 '시'를 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시'가 이야기하는 함축적인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늘 헤매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조금 용기를 내어 다가가볼까 싶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느끼는대로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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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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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1권을 읽고 일주일만에 2권을 다 읽었다. 1권에서 이어지는 2막 구부러진 시간이 계속 되고 제3막에서는 드디어 꿀벌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내가 1권에서 이 책에서 [개미]와 같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2권에서는 짧게나마 [개미]때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르네와 알렉상드르의 갈등이 고조된 상태에서 1권이 끝나고 2권으로 이어지며 그 갈등이 해결되고 비밀의 예언서인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을 찾아가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르네와 알렉상드르가 전생에서 살뱅과 가스파르로 서로 경쟁하듯 예언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시간여행을 통해 미래에서 온 누군가가 미래의 일을 알려주고 그것을 예언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알 수 있다는 불가사의한 경험을 해석해줄 수 있는 상상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동안 시간여행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대부분 공통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미래에서 온 '나'로 인해 어떤 사실이나 사건이 바뀌게 된다면 그로 인해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일어날 일을 알게 된 사람들이 그 예언을 비밀로 숨기고 철저하게 지키려는 이유 또한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변화(좋은 변화보다는 나쁜 변화가 더 많기에) 때문이다. 2권에서는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을 숨겨서 보관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들이 철저하게 지켜낸 이유도 우리는 공감하며 읽게 된다.

이 책은 르네와 알렉상드르의 현재와 함께 그들의 전생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므네모스라고 하여 과거의 역사적 사건과 사실을 기록한 3개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므네모스가 전해주는 역사적 사실들은 르네와 알렉상드르의 전생 여행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나는 멜리사와 르네가 어떤 관계로 발전할 지 궁금하였다. 알렉상드르와 함께 멜리사가 그들의 전생여행을 완성하는데 분명히 그녀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예상은 맞았다.

제3막 마지막 꿀벌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기도 하다. 긍검은 말벌과 꿀벌의 관계, 그리고 이 책 전체를 이끌어가는 [꿀벌의 예언], 1권 첫장에서 보았던 기사의 눈을 쏘았던 벌, 그리고 르네가 가지고 왔던 여왕벌 화석까지.

최근 여름 날씨가 심상치 않다. 기온은 계속 올라가고, 바닷물은 뜨거워지며, 산불로 모든 것이 타고 있다. 인간만이 아니라 곤충이나 동물도 살아가기 힘든 시절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이라는 문장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얼마나 관심 없었는지 반성을 하게 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강제적으로 인간의 수가 조정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전염병이나 식량난으로 인한 인간 개체수의 변화는 지구가 스스로 살기 위한 자정 현상이 아닐까. 이것은 저출산 문제와는 또다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삶과 죽음 사이의 평형이 무너진 탓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번 더 자연과 인간의 공생관계를 생각해본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그들의 정치, 종교, 사회적 이념과 관습 때문에 벌어진 무의미한 희생들도 생각해본다. 모처럼 재미있게 읽고, 생각도 많이 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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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아홀로틀 이야기 재잘재잘 세계 그림책
린다 분데스탐 지음, 이유진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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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데스탐의 그림책 『외로운 아홀로틀 이야기』는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등 위기에 빠진 지구를 그리고 있다.

아홀로틀이 그냥 이름인 줄 알았는데 ‘우파루파’, ‘멕시코도롱뇽’으로도 불리는 생물이었다. 이 그림책은 호수에 하나 남은 마지막 아홀로틀, 점박이도롱뇽과의 양서류인 아홀로틀을 통해 지구의 위기를 보여준다.

이 호수의 마지막 아홀로틀이기에 조금 외롭게 자란다. 그래도 호랑이도롱뇽들과 함께 놀거나, 두 발로 걷는 우스운 바보들을 구경하거나, 그 바보들이 호수에 던지는 보물을 모으면서 지내는데 그나마 남아있던 친구들도 떠나고 세상은 점점 뜨거워진다. 그러던 어느날 거대한 파도에 실려 호수밖으로 나온 아홀로틀은 새 친구를 만난다.

『외로운 아홀로틀 이야기』는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한다. 지구에는 바보 같은 동물이 늘고, 다른 어떤 동물은 사라져 간다.

아홀로틀이 살아가기에 이 세상은 크고 위험하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은 곳은 쓰레기더미로 넘쳐난다. 인류를 위해 고안된 발명품들은 인간과 자연을 괴롭힌다. 쓰나미같은 파도가 지나간 자리에는 인간들이 사라지고 자신과 비슷한 새로운 친구가 나타난다. 인간이 사라진 세상에서 아홀로틀은 혼자가 아니다.

"내가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았을 때 이상한 느낌에 압도되었다. 아. 저 아래에 있는 저 작은 지구는 정말이지 연약하고 부서지기 쉽구나."

아폴로11호의 우주비행사 마이클 콜린스

미래세대를 위한 지구까지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지금 바로 우리의 음식과 공기를 오염시켜 이 지구에서 사라질 날을 당기고 있다. 자연은 신음하고 경고하지만 바보같은 인간들은 그 경고를 무시하고 있다. 이 그림책 속 인간들처럼 스스로 소멸을 자초하고 있다.

섬뜩한 기운이 느켜진다. 오늘 내린 폭우가 마치 우리를 벌하는 비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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