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게 뭐야?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97
토마 비노 지음, 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 이경혜 옮김 / 북극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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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그게 뭐야?


참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게는.


시(詩)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노래하듯 이야기하듯 동시를 써대던 때도 있었다. 아득한 국민학교 시절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문학소녀를 꿈꾸었던 학창 시절, 나 역시도 다르지 않았다. 사춘기 여고생의 감성을 꾹꾹 눌러담은 시를 쓰곤 했다. 


대학이라는 넓은 곳에 가서 나는 붓은 꺾였다. 네가 쓰는 것은 시가 아냐. 가슴을 쿠욱 찌르는 가시같은 말들에 상처를 입었다. 시(詩)는 그렇게 내게서 멀어졌다. 


오늘 본 이 그림책은 '시(詩)'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시는 이리저리 헤매는 법을 배우기 위한 비밀통로이기도 하고, 엉뚱하게 변신하는 마술사이기도 하다. 날마다 일하는 농부처럼 먹지도 못하는 씨앗들을 부지런히 거둬들이기도 한다.


시가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시를 쓰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것은 내 마음 속에 있던 수많은 질문들, 놀이처럼 장난처럼 가볍게 건넬 수 있는 이야기들, 나만의 안경으로 보는 세상을 그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란 그런 것이라고 알려준다. 시는 온 마음을 다해 환영하는 것이며 우리가 바라는 건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 삐뚤빼뚤 마음껏 그리고 색칠해도 된다고 말한다. 


한번 마음을 닫은 후부턴 '시'를 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시'가 이야기하는 함축적인 단어들 사이에서 나는 늘 헤매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어렵지만, 조금 용기를 내어 다가가볼까 싶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느끼는대로 바라보고 내가 원하는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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