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나라에서 온 왕자 책읽는 가족 7
강숙인 지음, 정수영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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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전국을 들끓게 만들었던 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꿈은 무엇일까?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 희망? ‘꿈’이라 하면 그래도 어떤 이상이나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다들 어떤 ‘직업’을 지칭한다. ‘꿈’과 ‘직업’이 같은 단어로 취급된다는 사실이 서글프기까지 하다.

 

『눈나라에서 온 왕자』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한 눈새라는 아이가 지구에 와서 겪는 이야기이다. 눈새가 살고 있는 눈 나라는 지그 사람들이 꿈꾸는 바로 그 낙원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 왔던 지구의 어떤 사람은 ‘꿈 꿀 필요가 없는 낙원에서 살기보다는 괴롭고 슬프더라도 꿈꿀 수 있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며 돌아가 버렸다. 과연 꿈이란 것은,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는 낙원을 버리고 돌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꿈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 눈새가 지구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이 책은 ‘꿈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꿈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할 수 없거나 내 손에 쥘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룰 수 있고 가질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다. 눈새가 처음 만난 ‘시라’는 어쩌면 가장 ‘꿈’에 근접해 있는 인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 눈새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마음을 가진 소녀이기에.

 

눈새를 만난 사람들은 모두 눈새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레서 때로는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부끄러워한다. 그런데, 현민이를 잃은 아저씨는 눈새를 통해 행복을 찾는다. 눈새가 눈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눈새는 아저씨의 행복한 꿈이 되어주는 것이다.

 

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은, 새해이다. 올해는 나도 마음 속에 작은 꿈 하나 키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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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싹 2009-02-2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양물감님의 소중한 꿈을 이루시길...
추천하고 가요.
 
청아 청아 예쁜 청아 푸른도서관 28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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孝에 관한 이야기라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야기가 심청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심청이의 이미지는 ‘효녀’이다. 물론 여타의 옛 이야기들이 그러하듯 현대의 가치관과 상식으로 볼 때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책 ‘청아 청아 예쁜 청아’를 손에 잡았을 때 효녀이야기거나, 효녀이야기를 약간 비튼 이야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효’가 가미된 ‘사랑’이야기였다.

한동안 옛 이야기나, 서양의 명작동화들을 비틀어보는 이야기들이 유행했었다. 이 책은 옛 이야기를 비틀어보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야기 속에 숨어있을 법한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었다. 그는 바로 용왕의 아들이면서 거북이인 ‘빛나로’이다. 고전과 명작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고, 오랜 세월 사랑을 받은 이유도 존재할 터이다. 따라서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저자의 작품을 모두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몇몇 작품을 통해 옛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는 작가가 아닐까라는 인상을 받았다.

‘심청전’이 심청이의 이야기라면, ‘청아, 청아, 예쁜 청아’는 청이를 부르는 사람, 즉 빛나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책 속의 심청이는 여전히 지극한 효성을 지닌 마음씨 착한 여자아이라는 설정이 조금은 아쉽지만, 그보다 더 큰 빛나로의 사랑, 자신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기회마저도 청이를 위해 아낌없이 준 그 마음이 더 아름답게 여겨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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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삐뽀 119에 가 볼래?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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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이에게는 이미 소방차에 관한 책이 몇 권 있다. 여자아이지만 인형보다 차를 더 좋아하고, 차 중에서도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를 유난히 좋아하는 탓에 그와 관련이 있는 책은 관심이 간다. 한솔이 뿐만 아니라 이 또래의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들었다. 특히 소방차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끄는 매력이 있다.

 

얼마 전에 한솔이는 '소방차'에 대한 책을 보았다. 소방차에 있는 호스, 펌프, 사다리, 무전기 같은 것들을 팝업의 형태로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번에 보게 된 이 책은 소방차 뿐만 아니라 소방관 아저씨들의 일과까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일단 아이가 소방차의 구조에 대해서는 간단하게나마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또다른 재미를 안겨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게다가, 리처드 스캐리의 책이 아닌가. 나는 리처드 스캐리의 책이 한국적상황에 맞지 않는 것들이 다수 있으므로 100% 만족하는 독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찰과 우리 이웃의 모습을 잘 담은 작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미덕은 소방차와 소방관의 일상을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드리피와 스티키가 페인트칠을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상황이 어우러져 재미와 웃음을 함께 주고 있는 점이다.

 

소방서에 페인트를 칠하러 온 드리피와 스티키를 보고 한솔이는, ‘물감 칠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아이가 아직 페인트를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대입한 것이다. 일단은 물감이든 페인트든 간에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고쳐주지 않았는데 두세 번 읽은 후에는 페인트라고 가르쳐주었다.

 

첫 페이지는 소방서 앞의 모습을 그렸다. 소방서 앞에는 차를 세우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그림이다. 소방차는 위급한 상황에서 빨리 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방차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리피와 스티키에게 소방차에 페인트가 묻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이 앞으로의 사건을 예고하는듯하다.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소방관들이 기둥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방화복과 헬멧, 장화를 신고 출동하는 모습, 교통사고가 난 곳에 출동한 소방관들, 불이 난 곳에 출동한 소방관의 모습을 차례로 보여준다. 소방서 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불이 나면 화재경보기가 울린다는 것과 소방차에 있는 호스와 소방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소방관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그림책이다.

 

소방차와 더불어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 소방차와 소방관의 공익적 역할 등을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면서도 웃음과 재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조금 아쉽다면, 한솔이(4살이지만 29개월이다)처럼 어린 유아가 보기에는 그림이 조금 복잡한 감이 있다. 드리피와 스티키 때문에 소방서 안이 엉망이 되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와야 하는데, 어린 유아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6세 정도는 되어야 그 유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외의 내용은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고, 혼자서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만들 때도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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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중 - 5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책읽는 가족 22
김희숙 지음, 박지영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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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아지기

우리는 흔히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보거나 마주치면, 늘 그렇게 스스로 위안을 삼곤한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건강하게 태어난 걸 감사해야해."하고.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가?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기보다 그들을 보며 자기위안을 삼기나 하는 게 현실이다.

태영이는 늘 형을 돌보고 지켜야 하기 때문에 불평이다. 태영이 역시 형은 돌봐주고 보살펴야 하는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터이다. 그러나 태영이는 깨닫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줄 모르는 선천증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형이지만, 입이 아닌 심장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2. 엄마는 파업중

얼마전에 끝난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엄마가 없는 자리를 직접 몸으로 느끼기 전까지는 엄마의 존재에 대해 무관심하기만 한 것을 꼬집는. 한편으로는 지나친 설정이다 싶으면서도 후련함마저 느꼈던. 아빠는 밖에서 가족을 위해 일하느라 고생하는 존재로 여기는 것에 비해 전업주부인 엄마에 대해서는 가볍게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일침을 놓은 듯하였다.

이 글도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그리고 있다. 조금 직설적이긴 하지만 느낄 점이 많은 소설이다.

 

3. 나는 너를 사랑해

학창시절을 기억해보면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별로 없다. 무서웠거나 나를 섭섭하게 했던 일화들은 떠오르지만,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고, 나를 사랑해주었던 선생님이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12년이상을 학교에서 생활했으면서도 그런 선생님이 기억에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지식을 배우는 곳일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면 더 아쉬울 따름이다.

 

4. 이 책에는 12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주제가 직설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어른인 나로서는 조금 흥미가 떨어지긴 했지만, 전체적인 주제들이 우리 아이들이 한번쯤은 생각하고 고민해봤으면 하는 것들이라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은 책이 되었다. 개인적이라기보다는 이기적인 면이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는 눈, 주변 사람을 바라보게 하는 눈을 갖게 하는 주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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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 선덕 여왕을 꿈꾸다 푸른도서관 27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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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덕여왕과 지귀(志鬼)의 이야기를 담은 ‘지귀설화’를 처음 들었던 것이 언제였나. 꽤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신라시대에 ‘지귀’라는 사람이 선덕여왕을 사모하여 몸이 여윌 정도였다. 여왕이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가 지귀의 이야기를 듣고 지귀를 불렀는데 여왕이 절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는 동안 탑 아래에서 지쳐 잠이 들었다. 지귀의 잠자는 모습을 본 여왕이 자신의 금팔찌를 뽑아서 지귀의 가슴에 놓고 갔는데 잠에서 깬 지귀는 여왕의 금팔찌를 보고 더욱 더 사모의 정이 불타올라 화귀로 변하였다고 한다. 지귀가 화귀가 되어 돌아다니자 사람들이 두려워하였는데 선덕여왕이 ‘지귀가 마음에 불이 나 몸을 태워 화귀가 되었네. 마땅히 창해 밖에 내쫓아 다시는 돌보지 않겠노라.’는 주문을 지어주고 대문에 붙이게 하니, 그 뒤로는 화재를 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지귀설화’이다.

설화들은 그 이야기 구조나 내용이 듣는 이 혹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다양한 이야기로 변모 가능한 것이 설화의 매력이 아닐까?

2. 작가가 다시 살려낸 설화 속 인물 ‘지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덕여왕은 어떻게 그려질 지에 대해서도 궁금하였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 중에는 분명 뛰어난 여성들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여성인물들은 그 자체로서보다 그 여인의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더 중요시되는 면이 없잖아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러한 점을 탈피하고 있을까? 어쩌면, 이 책 역시 선덕여왕보다는 지귀와 그를 둘러싼 주변 남자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3. 지귀는 어떤 인물일까? 설화 속에서는 선덕여왕을 사모하다 화귀가 되고, 세상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었다가 사라지는 인물이다. 작가가 그려낸 지귀는 화랑인 ‘가진’과 ‘법민’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존재이다. 사실, 이 책 속 지귀는 선덕여왕을 꿈꾸었다기보다 화랑의 낭도로서 ‘가진’에 대한 사모가 더 크게 느껴졌다. 자신을 천하게 여기지 않고 하나의 인간으로서 대해 준 ‘가진’에 대한 마음과 자신을 추천하고 쓸모 있는 존재로 만들어 준 김유신장군, 그리고 신라와 왕에 대한 충성심 사이에서 갈등과 방황을 하는 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지귀와 선덕여왕 사이의 어떤 사건은 그저 지나가는 일화에 불과하다. 선덕여왕의 당찬 행보와 정치적 역량과 더불어 한 인간(혹은 여성)으로서의 개인적인 감정 또한 이 책의 큰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것이 ‘지귀’와의 관계라기보다 ‘가진’과의 관계에 더욱 무게가 쏠리므로 ‘지귀’는 그저 주변인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결국은 내게 있어서 이 책은 ‘지귀’와 ‘선덕여왕’이 아니라 ‘지귀와 가진’, 혹은 ‘선덕여왕과 가진’의 이야기로 읽혀진 셈이다.

4. 우리의 역사를 배우면서 왜 신라에만 여왕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엄격한 신분제도인 골품제도는 역량과 능력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덕에 여성이 왕이 될 수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선덕여왕이 제도의 덕을 보았기는 하나 그녀 자신이 왕의 자질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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