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의 지배자 두룬 3 - 속죄하는 영웅 ㅣ 초록도마뱀
김정란 지음, 김재훈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7월
평점 :
마지막 3권을 읽었다. 3권 중에서 2권이 가장 읽기 힘들었다면, 3권은 친숙한 이야기로 전환되면서 읽기가 수월해진다.
두룬과 아니가 어떻게 자신들의 운명을 완성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안고 3권을 들었다. 3권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부
저주받은 두룬, 2부 두룬의 환생, 3부 4일간의 대전투이다. 두룬이 저주를 받아 괴물의 몸으로 잠들어 있는 동안 우두머리가 사라진 다다라마을은
종말을 맞는다. 질서가 깨어진 다다라마을에서는 전통을 지키며 순수한 연금의 세계를 지키고자 하는 연금술사와 가진 능력을 이용하여 돈도 벌고 힘과
권력을 추구하는 연금술사 사이의 분열이 일어난다. 순순파 연금술사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전통 - 다다라마을의 정신이다. 연금술을 행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정신이다. 그러나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해대는 뱀의 혀들과 지웅과 도토리에 의해
다다라마을은 파멸에 이르고 만다.
이런 가운데 두룬은 무너진 지혜의 집 아래에서 괴물의 모습으로 다시 깨어난다. 두룬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도깨비의
모습이다. 두룬 옆에서 기다린 흰구름, 그리고 흰구름이 만나서 함께 온 숭이와 함께 두룬은 살아가기 시작한다. 도깨비로서의 두룬의 모습이
정확하게 그려지는 부분이다. 우리는 3권을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과 만나게 되는데 바로 두룬이 도깨비 장난을 치는 부분에서이다.
두룬은 괴물의 모습을 한 채 인간들을 곯려주거나 장난을 치다가도 슬쩍 풀어주거나, 도깨비 불장난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도깨비에 대한 이야기들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황금방망이를 휘두르며 장난질에 열중이던 두룬은 송영감과 나빈의 꼬임에 빠져 온갖 보물들을 만들어
바치기 시작한다. 그러한 두룬을 보면서 흰구름과 숭이는 두룬이 그만 두기를 바라지만, 이미 쾌락의 맛을 알아버린 두룬은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송영감의 계략에 의해 흰구름도 죽고, 두룬도 죽음을 맞이한다.
2부에서는 두룬이 환생을 하게 된다. 두룬은 12명의 도깨비로 다시 태어나는데 아니와, 숭이와 함께 있게 된다. 여기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 이야기가 나온다. 환생한 두룬과 두룬과 똑같이 생긴 두깨비들이 사는 곳에서 선비 백운을 만나게 되고, 백운의 노래로 인해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한다. 두룬이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아니는 야차에게 잡혀간다.
야차국의 모습은, 현실 속의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권력자와 권력자에 빌붙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하는 자들의 모습,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에 도움되는 것들만을 추구하는 자들, 권력자의 힘 앞에서 조아리고 자신보다 약한 자들 앞에서 빳빳해지는 자들,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부를 창출하기 위해 남을 짓밟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야차국은 바로 현실의 우리 모습이다.
3부에서는 드디어 도깨비들과, 영혼군들이 야차국을 공격하게 되는데, 3권을 통틀어 가장 판타지다운 전투장면이다. 어머니 북숭아꽃의
도움을 받아 전투를 치루는 두룬. 이 전투에서 이겨 아니와 재회를 하게 된다. 두룬과 아니의 운명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두룬이 괴물의 모습이 되어 도깨비 장난을 치고 남들을 못살게 굴 때 흰구름은 그런 두룬을 위해 기도를 하였다. 끝까지 곁에서 나를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크나큰 행운이다. 끝까지 두룬을 믿고 자신의 운명의 끈을 포기하지 않았던 아니의 모습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상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 두 명만 더 있으면 바뀐다고 하였다. 어디 세상 뿐이랴, 한 인간을 바꿔놓는 것도 그러하다. 두룬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던 흰구름과 아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3권에서 다룬 옛이야기 속의 도깨비 이야기들은 너무 익숙해서 판타지 같은 느낌보다 옛이야기 같은 느낌이 강하고, 전체 이야기의 흐름과
조금 어긋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4일간의 대전투 장면은 지나치게 판타지적이어서(?) 이질적인 느낌이다.
이상적인 다다라마을, 현실과 똑같은 야차국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선한 마음이든 약한 마음이든 간에 그 내부에서는 또다른 나와
싸우고 있는 '나'가 있다. 우리는 어떤 '나'를 내세워 살고 있을까??